봄길을 걸으며

아침에 지하철 9호선과 5호선을 타고 공덕역까지 가서, 서부지방법원으로 갔다. 너무 일찍 도착해서 여유가 있기에, 20분 정도 법원 뒤쪽으로 걸었다.

날씨는 흐렸지만 걷기에 아주 좋았다. 옛날 내가 근무하던 곳이라 오래 된 추억이 새삼스럽게 떠올랐다. 나이가 들어서 그런 모양이다. 자꾸 옛추억을 떠올리고, 추억을 붙잡아 음미하게 된다.

그때만 해도 세상을 잘 몰랐던 것같다. 지금 생각하니 세상이 어떤 곳인지, 사람들이 어떤 것인지 잘 몰랐다. 그래서 많은 시행착오를 겪었다.

세상을 살아보면 별 것 아닌데, 젊었을 때는 왜 그렇게 천방지축으로 살았는지 모르겠다. 보다 더 열심히 살았더라면 하는 아쉬움도 남는다. 결국 사람은 시간과 에너지를 집중해서 자신이 하는 일, 맡은 일을 더 열심히 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재판은 오전 10시에 시작되었다. 민사 항소심의 피고대리를 맡았다. 1심에서 모두 승소한 사건이라 항소심에서 방어만 하면 되는 사건이다. 변론을 하고 사건은 결심이 되고, 선고기일이 잡혔다. 100% 이길 거라는 확신이 선다.

재판을 마치고 나와서 부근에 있는 뚜레 주르로 가서 커피와 도넛츠를 시켰다. 재판을 마치면 일단 긴장이 풀어지고, 마음의 여유가 생기는 것은 사람이라 어쩔 수 없는 모양이다.

지하철을 타고 고속터미널에서 내렸다. 택시를 타지 않고 천천히 봄길을 걸어서 서초동 사무실로 들어왔다. 이젠 봄기운이 확연하게 난다. 가슴으로 상긋한 봄의 향기를 들이마시며 촉촉이 젖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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