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운명 (36)
이때 경찰관이 피해자 일행에게 조용히 말했다.
“저 사람은 현직 검사예요. 조용히 해결하면 어때요?” 이 말에 일행은 흥분했다. “뭐라고! 저 O이 검사라고? 그럼 검사는 여자 엉덩이 만져도 되고, 검사 아니면 여자 엉덩이 만지면 감방간다는 말이야? 저런 성범죄자가 무슨 검사야?”
식당에 있던 많은 사람들이 몰려들어 이 기이한 장면을 구경하면서 재미있어 했다.
‘저 사람이 현직 검사래!’
‘별로 검사답게 생기지 않았는데! 날라리로 보이는데!’
‘검사가 저러겠어? 검사 사칭하는 거겠지?’ ‘아냐 현직 판사도 지하철에서 성추행범으로 체포되었다고 뉴스에 나왔어.’ ‘판사나 검사가 더 여자를 밝히고 응큼하대.’
상황이 어렇게 되자, 경찰관은 어쩔 수 없었다. 경찰관이 홍 검사의 팔장을 끼고 순찰차에 태웠다. 여자 피해자 일행은 따로 택시를 타고 경찰서로 왔다.
순찰차 안에서 경찰관은 홍 검사에게 말했다.
“검사님! 죄송합니다. 하지만 112신과 들어왔고, 피해자가 저렇게 난리 치니 저희는 어쩔 수 없습니다. 경찰서에 가셔서 잘 해명하시기 바랍니다.”
홍 검사는 말하자면 현행범으로 체포되어 경찰서로 넘어간 것이다. 담당 수사관은 피해자에 대한 진술조서를 받았다. 그리고 홍 검사에 대해서는 피의자신문조서를 받았다. .
‘세상에 이런 일이 있을 수 있나? 내가 어떻게 경찰서에 끌려와서 조사를 받게 되었을까?’
그러면서 경찰관에게 양해를 구하고, 홍 검사실에서 근무하는 최 계장에게 연락을 했다. 최 계장은 홍 검사에게 수사관을 바꿔달라고 했다.
최 계장은 수사관에게 현재 경찰서에 성추행 현행범으로 체포되어 있는 피의자가 자신이 검찰청에서 모시고 있는 현직 검사가 맞으니 선처해 달라고 정중하게 부탁했다. 하지만 경찰로서는 이렇게 된 상황에서 조사를 하지 않을 수 없었다.
경찰관은 피해자 본인과 피해자 일행 두 사람의 진술조서도 받았다. “제가 화장실 갔다가 테이블로 돌아오는데, 이 남자가 손으로 제 히프를 만졌습니다. 제가 짧은 치마를 입고 있었는데, 이 사람의 손이 밑에서 위로 훝었습니다.” 피해자의 주장이었다. 여자는 지나치게 짧은 치마를 입고 있었고, 스타킹도 신지 않아 맨살이었다.
그리고 피해자의 일행인 남자 한 사람과 여자 한 사람도 이 사건에 관해 참고인으로 진술을 했다. “제가 테이블에 앉아 피해자와 가해자가 교차하는 장면을 직접 보았습니다. 그런데 가해자의 손이 피해자의 히프를 만지고 있어 유심히 살펴보고 있었는데, 갑자기 피해자가 소리를 질러 제가 곧 바로 테이블에서 두 사람이 있는 곳으로 가서 남자에게 왜 성추행을 했느냐고 따졌습니다.” 이런 취지의 진술이었다. 피해자와 일행의 진술에 의하면 홍 검사의 성추행혐의는 충분히 증명되는 것이었다.
하지만 홍 검사는 자신의 혐의사실을 극구 부인했다. “저는 절대로 피해자의 히프를 만진 사실이 없습니다. 제가 술에 취해서 화장실을 가다가 피해자와 좁은 통로에서 비껴가려고 했는데, 중심을 잡지 못해 여자쪽으로 기울어지게 되었고, 그 과정에서 잠깐 제 손이 히프에 닿은 것뿐입니다.”
홍 검사는 자신에 대한 혐의사실인 강제추행부분에 대해서만 상세하게 해명 차원에서 진술하였을 뿐, 자신을 폭행한 피해자 일행의 폭행이나 상해부분에 대해서는 진술하지 않았다. 공연히 사건을 크게 만들 것을 우려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조사를 받는 도중에도 이곳 저곳이 쑤시고 아팠다. 지문도 찍고, 피의자신문조서를 마친 다음 경찰에서 풀려나왔다.
데리고 있는 최 계장은 택시를 타고 와서 경찰서 앞에서 기다리고 있었다. 최 계장은 홍 검사를 집에 모셔다 드렸다. 홍 검사는 너무 창피했다. 그리고 억울하게 당한 점을 분하게 생각했다. 그러면서도 현직 검사가 물의를 일으켜서 큰일 났다는 생각 때문에 공황상태가 되었다. 살다 보면 이런 일도 있는 것이다. 사람의 일은 한치 앞을 볼 수 없고, 알 수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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