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거중인 유부녀와 바람을 핀 남자의 책임
이혼신고는 하지 않았더라도 이미 별거하는 등 혼인관계가 파탄난 부부 중 한 사람과 성적 행위를 한 제3자에 대해서는 위자료를 청구할 수 없다는 것이 대법원의 판례 태도다.
철수와 영희는 법률상 부부로서 생활하다 별거를 시작하였다. 철수는 정숙과 등산모임에서 알게 되어 연락을 주고받고 금전거래를 하는 등 친밀하게 지내왔다. 그런데 철수와 영희가 이혼소송을 하고 있는 도중에 철수는 정숙과 애무하는 등 신체적 접촉을 가졌다.
영희는 철수가 정숙과 신체적 접촉을 한 사실을 가지고 철수와 정숙을 상대로 손해배상청구를 하였다. 원심 판결은 정숙이 영희의 배우자라는 사실을 알면서 성적 행위를 하였으므로 불법행위를 구성한다고 보아 이로 인하여 영희가 입은 정신적 손새를 배상할 의무가 있다고 판단하였다.
그러나 대법원에서는 원심과 달리 정숙은 손해배상책임이 없다고 판단하였다. 이 사건 성적 행위에 앞서 이미 철수와 영희의 혼인관계가 불화 및 장기간의 별거로 파탄되어 그 파탄상태가 고착되었고 철수가 제기한 이혼소송의 제1심에서 이혼판결이 선고되기까지 한 상태였다면, 영희와 철수 사이에서는 더 이상 부부공동생활의 실체가 존재하지 아니하게 되었고 이를 회복할 수 없는 상태에 이르렀다고 할 것이다.
따라서 비록 이 사건 성적 행위 당시 제1심 이혼판결이 확정되지 아니하였다고 하더라도 이 사건 성적 행위가 영희와 철수 사이의 부부공동생활을 침해하거나 방해하였다고 볼 수 없고 또한 그로 인하여 영희의 부부공동생활에 관한 권리가 침해되는 손해가 생긴다고 할 수도 없으므로, 이 사건 성적 행위가 영희에 대하여 불법행위를 구성한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