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의 모진 운명 ⑥
지방자치단체장을 선거로 뽑다 보니 이런 현상이 두드러졌다. 예전과 달리 자치단체장 역시 낙선된 상대방이 있고, 상대 조직원들이 거미줄처럼 퍼져있다. 그러다 보니 부정과 부패사실이 있으면 가차 없이 상대방측에 들어가게 되고, 이런 약점을 이용해서 당선된 자치단체장에 대해 고발하거나 익명으로 제보를 한다.
언론에 보도되는 내용을 보면, 시장이나 군수와 같은 지방자치단체장이 부정부패혐의로 구속되어 재판을 받는 기사가 많이 나온다. 예전과 달리 시장 군수를 정부에서 임명하는 방식이 아니고, 직선제로 선출하다 보니 이런 역학관계에서 비롯된 제보 때문에 검찰에서 구속을 할 수 있게 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시장 군수는 선출직 공무원이기 때문에 대법원에서 유죄판결이 확정될 때까지는 그 직위를 유지할 수 있다. 일반공무원과 다르다. 그래서 시장이나 군수가 구속되어 재판을 받고 있는 동안 시청이나 군청의 공무원들은 구치소에 가서 결재를 받고 업무협의를 해야 하는 실정이다.
검찰 입장에서는 이와 같은 제보자가 중요한 사람이다. 중요한 수사 단서를 제공해주기 때문이다. 그래서 매우 소중하게 대한다. 제보자를 데리고 많은 시간 대화를 나누면서 특정 분야의 부패실상이 어떤지 공부를 한다.
검사도 수사를 해서 사람을 잡아넣기 위해서는 그때그때 필요한 공부를 많이 해야 하고, 연구도 해야 한다. 전문가 도움을 많이 받아야 한다. 그래야 기업범죄, 신종범죄를 수사해서 성과를 낼 수 있다.
정현은 현식과 장시간 대화를 나누었다. 사실관계를 정리하고, 법적인 문제를 검토했다. 주된 내용은 사장의 비자금 조성과 탈세, 뇌물문제였다. 성폭력행위는 약간 별개의 사안이다. 정현은 현식에게 연락처를 남겨 놓고 일단 돌아가 있으라고 했다.
수사방법을 생각했다. 김현식의 진술만으로 수사단서는 충분했다. 그러나 회사 장부와 비자금이 들어있는 통장을 압수하는 것이 필요했다. 뇌물죄 부분은 사장이나 회사 관계자들로부터 자백을 받아야 할 사항이었다.
원래 기업체의 비자금 수사는 빠른 시간에 관계 자료를 압수하는 것이 요체다. 그렇지 않으면 기업체에서 비밀장부나 컴퓨터 입력자료 등을 모두 빼돌리고, 증거를 은닉하거나 인멸시키기 때문이다. 일단 회사 자금을 다른 용도에 사용한 부분을 찾아 업무상 횡령죄로 입건해 놓고, 그 다음 그러한 비자금의 사용처를 밝힘으로써 공무원에게 흘러간 뇌물을 찾아내는 것이 수사의 프로세스다.
김현식이 돌아간 다음 정현은 최 계장을 불러 기초적인 사실을 확인하라고 지시했다. 최 계장은 아주 성실하고 유능한 직원이었다. 수사하는 것을 재미있어 했다. 밤을 새우는 일에도 익숙했다. 두 사람은 함께 일을 많이 해서 호흡이 맞았다. 검사와 수사관은 바늘과 실 같은 관계에 있다. 서로 호흡을 맞추어서 일을 해야만 수사성과가 나온다. 그리고 법과 정의를 실천하기 위한 사명감이 투철해야 수사를 할 수 있다. 범죄에 대한 증오감이 넘치지 않으면 절대로 범죄인을 수사할 수 없고 처벌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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