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운명 (21)
개동은 미연과 속궁합이 잘 맞아서 그런지, 미연과 만나고 난 다음부터 이상하게 하고 있는 사업이 잘 되었다. 대형건설회사로부터 하청공사를 많이 맡게 되었다. 뿐만 아니라, 그동안 갈고 닦은 로비실력이 본격적으로 나타나기 시작해서 그런지, 그 지역의 시청과 교육청의 건설담당직원들과 친하게 지내게 되었다.
개동은 그 지역 출신도 아니면서 공무원들을 자기 사람으로 만드는데 탁월한 실력이 있었다. 개동은 말단 공무원부터 포섭하기 시작했다. 그러면서 점점 윗선으로 올라갔다. 그럼으로써 시청과 교육청에서 시행하는 관급공사를 조금씩 맡기 시작했다.
아주 규모가 큰 공사는 대형건설사를 연결시켜주는 역할을 한 다음, 대형건설사가 관급공사를 따면 우선적으로 개동의 회사에서 하청을 맡았다. 개동은 공무원들을 상대하는 일은 모두 자기 자신이 했다. 절대로 다른 직원을 시키지 않았다.
그 이유는 회사의 오너가 직접 뇌물을 공무원들에게 주지 않고, 밑에 직원을 시키면, 나중에 그 직원이 수사를 받게 될 때, 목숨을 걸고 지켜주지 않고, 수사기관의 협박과 회유에 쉽게 넘어가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부하 직원들은 대체로 사장으로부터 받은 돈을 공무원에게 뇌물로 줄 때, 정말로 돈을 건네주었다는 증거를 남기려고 한다. 그렇지 않으면 사장이 부하직원을 의심할 수 있기 때문이다. 많은 경우 회사에서 대외업무를 맡고 있는 직원들은 공무원이나 거래업체 임직원에게 부정한 청탁을 하면서 돈을 줄 때, 상당한 금액은 전해주지 않고, 자신이 떼어 먹는다.
왜냐하면 뇌물은 수표로 주거나 은행계좌로 송금을 하게 되면, 명백한 물적 증거가 남기 때문에 절대로 그런 방식을 사용하지 않는다. 모든 것은 원칙적으로 현금으로 준다. 그리고 상대방으로부터 돈을 받았다는 영수증을 받을 수도 없다.
그냥 현금으로 주고, 돈을 주고 받았다는 사실은 주는 사람과 받는 사람만 알고 넘어가는 것이다. 부하 직원은 추석이나 구정, 휴가철에 관련되는 공무원들이나 거래업체 임직원들에게 상품권을 돌리거나, 떡값이나 휴가비 등을 나누어줄 때, 해당자들의 리스트를 만들어야 하고, 각자에게 얼마씩 주었는지 구체적인 금액을 기재해놓아야 한다.
그리고 이런 리스트와 전달 금액을 적어서 사장에게 보고를 해야 한다. 이런 보고서는 즉시 파기해야 하는데, 담당 직원은 자신의 컴퓨터에 입력해서 보관을 한다. 그래야 다음 명절 때 똑 같은 방식으로 누구에게 얼마씩 주어야 할 지 착오가 없이 신속정확하게 집행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일부 직원들은 사장에게 보고한 내용과 달리, 금액을 적게 주고, 자신이 떼어먹기도 한다. 그리고 장부상에는 사장에게 보고한 금액을 모두 주었다고 기재해놓는다. 이러다가 나중에 그런 장부나 메모가 수사기관에 압수되면, 담당 직원은 장부에 기재된 금액을 모두 공무원에게 전달했다는 진술을 하게 된다.
뇌물을 준 사람은 가볍게 처벌되고, 더군다나 사장이 지시에 의해 회삿돈을 공무원에게 뇌물로 준 사람은 수사에 협조하면 입건 자체를 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러면 해당 공무원은 어떤 경우에는 받지도 않은 상태에서 다 뒤집어쓰고, 어떤 경우에는 100만원만 받았는데, 장부상에 300만원이라고 기재되어 있고, 회사 직원이 그만큼 주었다고 진술하면 그걸로 끝이다. 무죄를 밝힐 방법은 대한민국에 없는 것이다.
아무리 전관예우를 동원해서 대형 로펌의 최고 유능한 변호사를 10명 선임해도 징역을 가고 파면을 당하게 된다. 해당 공무원은 수사기관의 강압에 의해 자백을 해도, 사장이 자신을 보호해줄 것이기 때문에, 뇌물을 일부라도 받은 공무원을 물고 들어가서 망하게 하지, 자신이 사장의 돈을 떼어먹었다는 자백을 할 수는 없다.
왜냐하면, 공무원에게 뇌물을 주면서 공무원을 관리하라고 사장이 중요한 미션을 맡길 때에는 사장과 그 부하 직원 사이에는 보통이 아닌 고도의 신뢰관계가 전제되는 것이다.
때문에 나중에 문제가 되어 담당 직원이 자신이 사장의 돈을 가운데서 가로채고, 공무원에게 뇌물을 제대로 전달해주지 않았다고 사실대로 실토하면 그 사장과의 관계는 영원히 끝나기 때문이다.
물론 사장과 충분히 상의해서 부하 직원이 상대 공무원을 보호하기 위한 전략으로 부하 직원이 가운데서 뇌물을 몰래 가로채고 전달해주지 않았다고 진술하는 경우도 없는 것은 아니다. 세상은 이만큼 복잡한 것이다.
개동은 이런 스토리를 잘 알고 있기 때문에 모든 불법적인 거래는 회사 직원들에게도 일체 이야기하지 않고, 사장 혼자 알아서 처리했다. 그래서 회사에서 비자금을 만들어 5만원 현금으로 뇌물을 주었다.
은행에서 5만원권을 인출하는 것도 회사에서 거래하는 주거래은행이 아닌 다른 금융기관을 이용하고, 본인이 직접 가서 인출했다. 주로 수협이나 우체국예금 등을 이용하는 치밀함을 보였다. 그래서 공무원들은 개동을 100% 신뢰했다.
개동은 또한 공무원들과 식사를 하고, 반드시 2차를 갔다. 허름한 술집 하나는 단골로 만들어서 거래를 했다. 그리고 여자를 좋아하는 공무원들은 그 술집에서 대학생으로서 아르바이트를 나오는 직원을 붙여주었다.
그런 접대하는 여직원을 뽑을 때에도 개동이 직접 면접을 보았다. 개동은 이런 단골 술집을 고를 때에도 매우 신중했다. 스물 군데가 넘는 술집을 다니면서 술을 마시고, 주인과 마담을 잘 살펴보았다. 그러면서 그집 아가씨들 수준을 살펴보았다.
그리고 보안이 유지될 수 있는지가 가장 중요한 체크리스트였다. 그리고 최종적으로 선정된 술집은 먼저 그 집 여주인이나 마담부터 개동이 꼬셔서 손아귀에 넣었다. 집중적으로 매상을 올려준 다음에 자연스럽게 육체관계를 맺고, 충분한 인간관계가 형성되면 그 이후부터 접대할 공무원을 한 명씩 데리고 가서 접대를 했다.
성접대를 하는 경우에도 사전에 치밀하게 계획을 세워서 접대한 공무원의 성향을 분석해야 했다. 한번은 그런 사전 점검 없이 시청 공무원이 겉으로 보아 술도 잘 마시고, 성적 농담도 잘 해서 당연히 여자를 좋아하는 줄 알고, 젊고 매력적인 아가씨에게 돈 50만원을 주고 이차로 모시라고 했다.
그래서 그 아가씨가 술에 취한 공무원을 모시고 모텔로 갔다. 술에 취한 공무원은 모텔이 자기 집 안방인 줄 알고 들어가서 침대에 누었다. 그때까지는 아가씨가 자기 부인인 줄 알았다. 그래서 옷을 벗고, 침대에서 잠을 자는데, 같이 간 아가씨는 빨리 임무를 완성하고 나오려고 서둘렀다.
아가씨도 옷을 벗고 남자 옆에 누워서 시동을 걸었다. 그랬더니 남자는 여전히 자기 부인인 줄 알고, 아가씨를 껴안고 흥분하기 시작했다. 술이 깨지 않은 상태에서 그것을 하다가 도중에 상대가 자기 부인이 아니고, 너무 섹시한 다른 여자라는 사실을 알게 된 공무원은 즉시 일어나 옷을 입고 난리를 치기 시작했다.
자신은 모태신앙을 가진 독실한 그리스챤으로서 결혼할 때에도 숫총각으로 결혼을 했고, 지금까지 결혼생활 13년 동안 자기 부인 이외에 다른 여자를 껴안아본 적 도 없고(불루스도 친 적이 없다고 했다), 특히 다른 여자 속으로 자신의 신체가 침범한 적은 한번도 없었는데, 이것은 비록 과실이지만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면서 그 여자에게 책임지라고 했다.
여자는 너무 억울했다. 자신은 술집 마담이 나가서 잘 모시라고 해서 나왔던 것이고, 돈 때문에 마지 못해 나온 것이다. 그리고 그 공무원은 정말 그 여자가 싫어하는 타입이라, 술집에서 이차를 나가라고 할 때에도, 거짓말로 마담에게 자신은 생리중이라고 했다.
그런데도 마담은 저 손님은 매우 중요한 손님이고, 저 손님을 놓치면 술집은 문을 닫아야 한다고 사정을 했다. 그러면서 마담은. “저 손님은 술이 많이 취해서 네가 생리인 줄 모를 거다. 만일 그 손님이 시트에 피가 묻은 것을 보고 물으면, 울면서 지금까지 처녀로 있었다고 해라.
그러면 손님이 감동하면서 수고비를 많이 줄 지 모른다. 그러면 너는 일등공신이 되고, 그 손님은 죽을 때까지 우리 집에 단골로 올 것이다.”고 했다. 그리고 마담은 그 아가씨에게 별도로 돈을 10만원 쥐어주었다.
그건 마담 주머니에서 특별히 나온 것이었다. 그렇게 마지 못해 나온 것인데, 이처럼 매력 없고, 몸에서도 썩은 냄새가 나고, 목에 힘이나 주는 남자를 최선을 다해 서비스해주었던 것인데, 갑자기 고마움도 모르고 헛소리를 하니 여자는 기가 막혔다
‘이 남자는 조선시대 대원군 때 사람이 부활한 것인가? 아니면 신부가 되려고 했다가 못해서 한이 맺혔나?’ 싶었다. 그래도 vip 손님이라고 하니까 “미안해요. 사장님. 잘못했어요. 용서해주세요. 그리고 사장님은 술에 취해 의식도 없는 상태에서 잠깐 들어왔던 것뿐이니까, 하신 것도 아니잖아요.”
그래도 그 남자는 펄펄 뛰었다. 그 남자는 분이 풀리지 않았던지, 아가씨의 뺨을 한번 세게 때렸다. 그리고 자신의 머리를 벽에 세 번 세게 박았다. 여자는 뺨도 아팠지만, 모텔 방 벽이 무너지면 깔려 죽을까 무척 공포에 떨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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