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의 생리학

 

결혼(marriage)은 가족을 형성하는 것이다. <결혼 = 가족>이라는 등식이 가능하다. 자녀를 낳든, 낳지 않든, 결혼함으로써 두 사람은 가족이 된다. 두 사람뿐 아니라, 두 사람의 부모나 형제와 함께 가정을 이루게 된다.

 

결혼의 목적은 두 사람이 가정을 이루어, 자녀를 낳고, 공동체를 형성하여 함께 살아가는 것이다. 두 사람은 경제적 공동체를 기반으로, 사랑을 나누고, 성적 결합을 한다.

 

혼자 사는 것은 외롭다. 둘이 있으면 외롭지 않고, 서로에게 힘이 된다. 두 사람이 가깝게 느끼고, 친밀감을 느끼며, 서로 의지하고, 24시간 함께 한다는 것은, 바로 결혼의 의미이며, 결혼이 인간에게 주는 효용이다.

 

그러나 결혼은 두 사람이 하는 것이며, 본질과 성격이 다른 두 사람이 똑 같은 등거리에서 협력하여야 원만하게 되는 것이다. 남자와 여자가 서로 마주 보고, 상호 대향적 작용을 하여야 한다. 부부의 정신적 작용과 육체적 작용이 동시에 이루어진다.

 

부부는 가정의 행복이라는 공동선(共同善)을 추구하는 노력을 똑 같은 강도로 지속적으로 하여야 한다. 부부는 기본적으로 사랑을 하여야 하며, 그 사랑을 평생 유지하여야 한다.

 

결혼은 사랑을 전제로 한다. 사랑은 결혼에 있어서 필요조건이며 충분조건이다. 사랑이 있어야 결혼이 성립되며, 사랑이 소멸하면 결혼도 해체된다.

 

사랑은 보이지 않는다. 보이지 않기 때문에 사랑이다. 사랑이 눈에 보이고, 손에 잡힌다면, 인간은 사랑 때문에 그토록 환상에 젖고, 눈이 멀고, 자신의 운명을 사랑에 던지지 않았을 것이다.

 

사랑은 언제나 일정한 상태로 있는 것이 아니라, 시간과 장소에 따라 변하는 속성을 가진다. 사랑을 전제로 하는 결혼도 시간이 가면서 변한다. 결혼은 부부관계를 말하는데, 사랑을 바탕으로 하는 부부생활은 시간과 장소에 따라 변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결혼의 생리학(生理學)은 바로 이러한 가변적인 부부관계의 복잡한 구조와 기능의 기본 원리를 연구하는 분야를 말한다. 다시 말하면, 결혼의 이치(logic of marriage)를 연구하는 것이다

 

결혼생리학은 결혼이 기능하는 원인과 과정, 기능 조절 원리를 연구하는 사랑학의 분과학문이라고 할 수 있다. 주로 결혼이 행복과 불행을 초래하는 과정, 부부관계가 원만하게 되기 위한 조건과 요소, 가정의 형성과 유지, 결혼생활의 변화와 원인 등을 연구한다.

 

결혼병리학이 결혼에서 발생하는 위기나 파탄의 원인, 파탄 과정, 이상현상이나 일탈현상이 부부 또는 가족 전체에 미치는 영향을 주로 연구하는 반면, 결혼생리학은 주로 정상적이며 보편적인 결혼의 기능과 역할, 효용 등을 연구한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결혼생리학이 연구대상으로 하는 것은 다음과 같다. 무엇 때문에 결혼하는가? 행복한 결혼생활을 하기 위해서는 부부가 각자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하는가? 결혼은 가만히 있어도 저절로 잘 굴러가는 것인가? 결혼은 시간과 장소에 따라 어떻게 변화하는가? 결혼이 부부 및 가족에게 주는 순기능은 무엇인가? 결혼이 당사자에게 요구하는 책임과 의무는 무엇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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