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은 영원한 구속인가?

 

과거와 달리 오늘날 이혼이 많아진 것은 결혼이 부부 당사자의 욕구를 제대로 충족시켜주지 못하기 때문이다. 뿐만 아니라 혼인제도가 가지는 부부에 대한 규범력, 결속력, 구속력이 급격하게 완화되었기 때문이다.

 

자녀를 포함한 가족에 대한 애정, 애착이 줄어든 것도 원인이며, 주변 사람들에 대한 체면이나 신경을 쓰지 않아도 되는 사회적 분위기도 한몫하고 있다. 이혼해도 여성 혼자 경제적으로 자립할 수 있는 여건도 매우 중요한 이유다.

 

이런 저런 이유로 현대인의 결혼생활은 종전과 같지 않다. 과거에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어려운 경제적 여건 하에서 결혼하면 부부는 자녀 낳고, 어쩔 수 없는 운명으로 받아들이고 검은 머리가 파뿌리되도록 살았다.

 

아무리 힘든 상황이나 위기가 닥쳐도 이혼한다는 것은 생각하지 못했다. 남자가 바람을 피거나 심지어 첩을 두어도 그냥 참고 살았다. “미워도 다시 한번” “여자의 일생같은 영화나 노래가 그러한 전형을 보여주고 있다.

 

엄격한 가부장적 사회 분위기에서 남자들은 여자를 무시하고 학대했다. 폭행하고 갖은 일을 다 시켰다. 여자는 애를 낳는 기계이었고, 집에서 중노동을 감당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혼을 할 수 없었던 것은 이혼하면 혼자 살 수 없었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지금은 180도 다르다. 남녀 평등사상이 지배적이며, 가부장적 사고는 구시대의 유물로 사라져버렸다.

 

여자의 가사노동의 중요성이 인식되고 있으며, 여성이 학대받거나 무시 당하면 참고 사는 사람이 드물다. 때문에 여성의 사회적 지위가 높아짐에 따라 남성이 잘못하면 여성에 의해 이혼을 당하는 시대가 되었다.

 

오늘날 젊은 사람들의 결혼생활이 날이 갈수록 힘들어지고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첫 번째, 결혼으로 인해 얻으려고 했던 것이 별것 아니라는 현실에 실망하기 때문이다. 남자와 여자가 서로 가까워지고, 사랑하고, 좋아하기 때문에 결혼한다. 결혼하면 마냥 좋고, 달콤한 로맨스가 평생 갈 수 있는 것으로 믿는다.

 

자녀를 낳고, 잘 키우면 행복이 극대화될 것으로 생각했다. 사랑하는 사람과 아무런 제약 없이 잠자리를 하고, 모닝 커피를 함께 마실 꿈을 꾸었다. 그러나 막상 결혼해서 3년만 지나면 모든 사정은 180도 달라진다. 연애할 때의 애틋함도 사라지고, 각박한 현실속에서 낭만은 그림자도 찾기 어렵다.

 

잠자리도 더 이상 쾌락의 장이 아니라, 단순한 기계적인 육체의 동작의 반복에 불과하다. 자녀를 낳아 키우는 것은 정말 힘이 드는 세상이다. 특히 맞벌이 부부에게는 전쟁과 같다. 또한 아이가 크면서 속을 썩이면 무자식이 상팔자라는 속담을 벽에 써서 붙여놓게 된다.

 

결혼해서 얻을 것으로 믿었던, ‘순수한 사랑’ ‘환상적인 로맨스’ ‘고독에서의 탈피’ ‘심리적 안정감’ ‘달콤한 섹스’ ‘듬직한 자녀등은 모두 손에서 떠나 허공으로 옮겨갔다. 그렇게 되면 무엇 때문에 의미 없는 결혼을 계속 끌고 가야하나 하는 회의에 빠진다. “나는 결혼했다. 그러므로 나는 부존재한다.”는 명제가 등장한다.

 

두 번째, 먹고 살기 힘든 각박한 현실의 중압감 때문이다. 천정부지로 치솟는 집값, 하늘을 모르는 고물가, 쥐꼬리만한 월급, 극심한 인플레이션... 이런 사회에서 젊은 사람들이 결혼하기는 정말 어렵다.

 

일부 금수저들은 모르겠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이 결혼해서 부부가 따로 살 집을 마련하고, 공동생활을 한다는 것은 낙타가 강아지집에 들어가서 자는 것과 같다.

 

어렵게 결혼해서 처음에는 이를 악물고 참고 살지만, 몇 년 지나면 지친다. 몸과 마음이 지쳐서, ‘누구를 위하여 종을 울리나?’라는 소설 제목을 떠올리게 된다. ‘광에서 인심난다.’고 물질이 풍족해야 마음에 여유가 생기는 법이다.

 

부부는 모두 현실에 찌들려서 같이 있으면 짜증이나 나고, 빈익빈 부익부 현실에서 절망하고, 기가 죽어 고개만 숙이고 있다. TV에서는 잘 나고, 잘 사는 사람들의 광기 어린 호화판 생활 모습이 흙수저들의 가슴을 아프게 하고 있다.

 

한쪽에서는 쪽방에서 살면서 폐지를 주우러 리어커를 끌고 가는 허리가 90도로 구부러한 할머니의 뒷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세 번째, 결혼하면 모든 자유를 박탈하는 제도의 모순도 문제이다. 현행 혼인법은 결혼하면 부부가 되며, 부부는 서로 지켜야 할 많은 의무가 있고, 책임이 따른다.

 

배우자를 부양할 의무, 배우자에 대한 정조의무, 자녀에 대한 양육의무, 함께 살 의무, 배우자와 성관계를 해야 하는 의무 등을 진다. 또한 배우자를 무시하거나 학대해서는 안 된다. 배우자를 폭행하거나 협박해서도 안 된다. 배우자 이외의 다른 이성과 연애를 해서도 안 되고, 특히 섹스를 해서는 안 된다.

 

특별한 이유 없이 배우자의 성관계 요구를 거절해서도 안 된다. 결혼생활을 하기 어려울 정도로 정신질환에 걸려도 안 된다. 아동인 자녀를 학대하거나 폭행하면 안 된다. 도박을 하여 파산해서도 안 된다.

 

결혼한 다음 이러한 의무와 책임을 제대로 이행하지 못하면 이혼사유가 되고, 위자료를 지급해야 한다. 개인의 자유를 포기하고 부부로서의 공동의 자유를 선택하는 것이 결혼인데, 현실은 그렇지 않다.

 

개인의 자유를 대부분 포기해야 하는 결혼에서 개인이 얻는 것을 부부간의 갈등과 대립뿐이다. 결국 두 사람은 이혼을 선택하게 된다.

 

네 번째, 연애감정과 섹스의 쾌락은 3년을 넘지 못한다. 예전에는 사회가 비교적 폐쇄적이었기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첫사랑으로 결혼하거나, 그렇게 많지 않은 사랑의 경험을 가지고 결혼해서 그냥 살았다.

 

그런데 오늘날에는 적지 않은 남자와 여자가 결혼하기 전에 다른 이성과 여러 차례의 사랑과 섹스의 경험을 한다. 때문에 결혼해서 현재의 배우자와 과거의 이성과의 사랑, 섹스, 매력 등을 비교하게 된다.

 

그러다보면 자연스럽게 현재의 배우자에 대해 실망하게 되는 경우도 있고, 특히 부부가 싸움을 계속하다 보면, 옛사랑이 배경에 깔려있어, 더 사이가 나빠지는 것이다.

 

뿐만 아니라 부부의 성에 관한 만족도도 3년 지나면 시들해지고, 특히 현대인들은 육체적인 섹스에 집착하는 정도가 많이 약화되고 있는 추세에 있다. 섹스 이외에 정신적 육체적 쾌감과 만족감을 주는 다른 여러 가지가 있기 때문이다.

 

다섯 번째, 서로 다른 환경에서 몇십년 살던 두 사람이 서로 조화를 이루면서 산다는 것은 힘이 드는 일이다.

 

여섯 번째, 현대인은 참을성이 적은 편이다

일곱 번째, 부부간의 갈등을 풀어줄 시스템이 결여되어 있다.

여덟 번째, 사회가 이혼을 부추기는 분위기다.

 

아홉 번째, 결혼의 고통에서 벗어나 이혼으로 자유로운 싱글 라이프를 추구하려는 욕구가 강해졌다.

열 번째, 이혼해도 또 다른 사랑을 할 수 있는 가능성이 높아졌다. 재혼전문정보회사가 늘어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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