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 경이로움 [5]

 

 

 

정말 대청봉에서 내려오는 길은 너무 멀었다. 돌이 많아 돌길을 걸어야 했다. 바위를 밟고 내려오는 건 정말 힘이 들었다. 시간이 가면서 다리고 아프고, 발바닥이 제일 아팠다. 발가락도 아팠다. 등메 맨 배낭도 무겁게 느껴졌다. 경치도 나중에는 너무 많이 보니 싫증도 났다. 이제 제발 그만 걸었으면 하는 생각밖에 안 들었다.

 

올라오는 사람들에게 물어보면 앞으로 더 가야할 시간에 대해 모두 달랐다. 너무 차이가 났고 부정확했다. 다들 자기 기준에 의해 말하니 그럴 수 밖에 없었다. 얼마 남았다는 이정표도 생각과 너무 차이가 있었다. 너무 지쳐 내려오는 속도가 늦기 때문이었다. 힘이 다 떨어져 내려가는 사람과 힘이 넘쳐 올라오는 사람의 차이였다.

 

나중에는 지치고 지쳐 아무 것도 생각이 없었다. 빨리 타를 탈 수 있는 곳에 도착하기만을 바랬다. 비선대까지만 가면 택시가 있을 거라고 믿었다. 그런데 막상 비선대에 가보니 그게 아니었다.

 

비선대는 정말 커다란 바위가 있었고, 경치가 아름다웠다. 사람들이 많이 그곳에서 좋은 경치를 감상하고 있었다. 비선대에는 바로 옆에 커다란 식당이 하나 있었다. 팥빙수를 하나 먹었다. 시원했다.

 

비선대를 지나서도 한참을 걸어야 했다. 신흥사까지 가는 표지판이 보였다. 그곳에도 차는 들어오지 못하게 되어 있었다. 국립공원내이기 때문이었다. 걸어도 끝이 없었다. 지친 몸이란 그런 것이었다. 조금씩 빗방울이 떨어지기 시작했다. 그냥 조금씩 비를 맞고 걸었다.

 

마침내 신흥사에 도착했다. 비가 내리고 있었어도 사람들이 많이 눈에 띄였다. 시간을 보니 오후 1시 30분이었다. 나는 무려 11시간이나 걸었던 것이었다. 기록이었다. 혼자서는 할 수 없는 일이었다. 그냥 멋도 모르고 시작했다가 중간에 그만둘 수도 없는 상황이 되어 하는 수 없이 따라갔던 산행이었다.

 

전쟁이 나서 피난을 가면 이럴까? 군대에서 유격훈력을 받던 생각이 났다. 그때도 야간행군을 했다. 그때는 젊어서 그것을 견뎠을 것이다. 나이 들어 이런 산악회에 따라가지 않으면 결코 혼자서는 상상도 못할 일을 해낸 것이었다. 발바닥은 아프고 몸은 피로에 지쳐 더 이상 움직일 수 없게 되었어도 마음은 보람에 차 있었다. 설악동에 나가니 모처럼 차들이 보였다.

 

서울 가는 버스는 3시 정각에 출발하기도 되어 있었다. 나는 친구와 함께 택시를 타고 온천으로 갔다. 택시요금이 5,800원 나오는 길이었다. 한 10분 정도 걸렸다. 급하게 온천을 하기로 했다. 피로를 풀어야 했고, 몸에 땀이 많이 나서 씼기도 해야 했다. 

 

그곳 온천물도 미끈미끈한 게 아주 좋았다. 입장료가 4,000원인데 수건도 두장이나 준다. 탕안에서 밖을 보니 소나무가 가득히 서있는 야산이 보였다. 소나무와 풀들을 바라보며 따뜻한 물 속에 있으니 더할 나위 없이 좋았다. 순간의 행복이었다. 모든 것을 잊고 스트레스를 풀 수 있는 시간이었다.

 

목욕탕 내에는 손님들이 별로 없었다. 5명 정도가 있었다. 한 젊은 남자가 탕 안을 그냥 걸어다니고 있었다. 가슴에 유난히 털이 많다. 그걸 과시하러 다니는 것일까? 어떻게 가슴에 그렇게 털이 많이 났는지 궁금하기도 했다. 미국 사람도 아닌데 말이다. 세상에는 다양한 사람들이 함께 살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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