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 경이로움 [6]

 

 

 

버스를 타는 시간이 정해져 있어 오래 탕속에 있을 수 없었다. 서둘어 온천에서 나왔다. 외딴 곳이라 택시 잡기가 어려워서 타고간 택시 기사에게 전화를 걸어 온천으로 오라고 했다. 내릴 때 택시 기사의 핸드폰 번호를 알아놓았던 것이다. 택시 기사는 온다고 해 놓고 곧 바로 오지 않았다. 버스 시간에 맞추어야 하는데 초조했다.

 

기다리고 있는데 택시 한대가 들어왔다. 나는 예약한 택시인 줄 알고 그 앞으로 갔다. 그랬더니 택시 안에서 손님이 내린다. 시간이 없어 그 택시를 타기로 하고, 예약한 택시는 취소하기로 했다. 친구가 화장실에 갔다 오더니 일단 택시를 탔다. 그런데 우리가 막 나오는데 어떤 택시가 한대 들어오고 있었다. 그 예약한 택시 같았다.

 

친구는 일단 택시 기사에게 세워달라고 했다. 우리가 탔던 택시에서 내려 예약한 택시를 타겠다는 것이었다. 나는 미안하게 되었지만 그냥 탔던 차를 타고 가고 그 예약했던 기사에게는 미안하다고 양해를 구하자고 했다. 예약헸던 차가 늦게 왔고 우리는 급한 상황이니 그냥 가도 될 것 같다는 판단에서였다. 친구는 고집을 부리고 나는 그냥 가자고 했더니 우리가 탄 기사도 그냥 가자고 하면서 차를 세우지 않고 달렸다. 

 

그러자 친구는 기사와 나에게 그러면 되느냐고 화를 냈다. 예약을 했으면 기다려야지 다른 차를 타고 가면 그 기사는 애써 우리한테 왔다가 얼마나 기분이 나쁘겠느냐는 말이었다. 말인즉 옳지만 당시 상황이 예약택시를 기다리가가 혹시 늦으면 버스 출발시간에 늦고 그러면 단체행동을 하는데 있어서 미안할 것 같아서 그런 것 아니냐고 양해를 구했지만 말을 하다 보니 친구는 더욱 화를 냈다.

 

내 입장이 가운데서 난처했다. 기사는 아무런 잘못이 없었다. 친구가 예약을 해 놓았고, 기다리다가 시간이 늦을 것 같아 내가 다른 택시를 잡았고, 친구는 화장실에 갔다나 아무런 영문도 모르고 그냥 택시를 탔던 것인데, 그 때 마침 예약했던 택시가 들어왔던 것이어서 친구가 주장하는 건 모두 맞는 말이었다. 

 

한 10분 타고 가면서 친구는 택시 기사에게 같은 기사끼리 그러면 되느냐고 자꾸 잔소리를 되풀이했고, 나는 가운데서 내가 잘못한 것이라고 말했다. 세상을 살면서 어려운 상활이 이런 것이었다. 친구는 예약했던 택시 기사에 대해 무척 미안한 마음을 가지고 있었다. 나는 버스 시간에 늦을까봐 미안하지만 급한대로 다른 택시를 잡았다. 택시 기사는 일단 승객이 탔으니까 그냥 가자고 했던 것이다. 예약한 택시 기사에게는 미안하다고 전화를 해주었다. 시간이 급해 기다리지 못했다는 사정 설명을 했다.  

 

버스에 도착하니 사람들이 다들 지친 표정이었다. 다행이 시간을 맞춰 도착했다. 버스는 정확하게 3시에 출발했다. 모두들 프로라 그런지 시간을 어기는 사람이 없었다. 버스가 떠나자 비가 내리기 시작했다. 아름다운 속초의 빗길을 바라보고 있었다.

 

버스는 매우 위험해 보였다. 빗길을 빠른 속도로 달리니 불안하기도 했다. 차창 밖으로 들판에 벼가 잘 자라고 있었다. 그 초록색의 아름다움과 경이로움을 느꼈다. 들판에 서있는 시골집들이 정겹게 보였다. 더위를 잊은채 매미소리를 들으며 살아가고 있는 그들의 평온함을 느꼈다.

 

차가 서울에 도착하니 8시가 되었다. 몹시 지친 상태였지만 그래도 좋은 경험을 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단체로 하지 않으면 혼자서는 도저히 상상도 할 수 없는 그런 야간산행이었다. 인생이란 마음 먹기에 따라 얼마든지 새로운 경험을 할 수 있다. 거기에서 많은 것을 배우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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