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 고요한 밤이다. 잠을 자려고 누워 있는데 모기 두 마리가 귀찮게 했다. 모기도 먹고 살려고 하는 것이겠지만, 정말 귀찮은 존재다. 그러한 미물 때문에 아마 수십만 배 크기인 내가 잠을 못자고 일어나게 만드니, 그 위력도 대단하다.
일어나 모기를 잡는 일도 쉽지 않다. 잡으려다 실패하고, 나는 아예 침대에서 일어나 버렸다. 모기는 승리한 건 아니다. 모기의 당초 의도는 나를 잠에서 깨우려는 건 아니었다. 나를 먹이의 대상으로 노렸던 것이었다. 그렇다고 나는 모기를 미워하지는 않는다. 귀찮을 뿐이다.
새벽 2시다. 잠시 블로그 안에 들어왔다. 오늘 있었던 일들을 가만히 생각해 보았다. 무슨 일을 했을까? 내가 움직였던 흔적은 무엇이었을까? 내 몸의 행적과 내 마음의 흐름은 같은 방향이었을까? 아니면 서로 어긋나고 있었을까? 사고와 행동의 방향은 때로 어긋나는 경우가 있다.
사무실에서 정말 바쁜 하루를 보냈다. 모두 중요한 일이라 어느 하나 소홀히 할 수가 없다. 나를 만나기 위해 사무실을 방문한 사람을 생각하면 가급적 시간을 많이 내 주어야 한다. 최소한 30분 이상 왔을 생각을 하면 잠시 만나 준다는 건 예의가 아니다.
얼마나 서운해 하겠는가? 입장을 바꿔 생각하면 즉시 이해가 간다. 내가 다른 사람의 사무실을 방문했을 때 장시간 기다리게 하면 즉시 다른 생각을 하게 된다. 나를 무시하는 것이 아닌가? 등등...
앞으로는 약속시간을 정확하게 잡아 절대로 기다리게 하는 일이 없도록 해야겠다. 정말 중요한 일이다.
복잡한 회의를 두 번이나 한 다음, 차를 탔다. 큰집으로 갔다. 어머님 기일이다. 가족들이 모여 제사를 지냈다. 항상 살아계신 것 같은 느낌이다. 어머님은 나를 참 믿으셨던 것 같다. 나에게는 별 말씀을 하지 않고, 내가 하는대로 맡겨 주셨다. 그리고 난 부모님들 속을 거의 썩이지 않았다. 그래도 항상 제대로 효도를 못했다는 죄의식을 가지고 있다. 단지 속을 썩이지 않은 것은 효도는 아니다.
'수필' 카테고리의 다른 글
삶의 앞과 뒤 (0) | 2005.08.20 |
---|---|
인간지옥 (0) | 2005.08.19 |
아픈 사람은 외롭다 (0) | 2005.08.15 |
백두대간 산행기 [3] (0) | 2005.08.14 |
백두대간 산행기 [2] (0) | 2005.08.1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