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 속에는 매미소리며 이름 모를 벌레 소리, 새소리가 계속 이어졌다. 등산을 하면 중간 중간에 이정표를 알리는 헝겊에 쓴 글들이 있다. 어느 산악회라든가, 어느 기업체 이름도 있고, 산을 사람하는 모임들이다. 백두대간에는 개인적인 사람들 이름도 가끔 눈에 띄었다. 부부처럼 보이는 사람들 이름도 있고, 친구 사이인 것처럼 보이는 이름들도 있었다.
산 위에서 불어오는 바람은 정말 시원했다. 어렸을 때 동요가 생각났다. '산 위에서 부는 바람, 시원한 바람, 여름에 나뭇꾼이 나무를 할 때 이마에 흐른 땀을 씻어준대요.' 바람이 불지 않으면 무척 더운데 바람이 불면 그렇게 시원할 수가 없다. 자연의 바람이 얼마나 커다란 위력을 갖는지 모른다. 인위적인 에어콘 바람과는 다르다.
한 여름이라 그런지 땅 위에는 개미들이 많이 있었다. 개미 한 마리라도 밟지 않으려고 애썼다. 개미 한 마리의 목숨도 소중한 생명이다. 가끔 버섯이 피어있는 것이 눈에 띄었다. 그냥 하얀 단색으로 나와 있는 버섯의 모습은 때로 울적해 보이지만, 다른 시각에서 보면 예쁘기도 했다. 모든 사물은 보기 나름이다.
그렇게 애를 써서 도착하니 4시 반경이 되었다. 여섯 시간 넘게 산행을 한 것이다. 별로 쉬지도 않았다. 매우 무리를 한 것이었다. 내가 맨 마지막이었다. 사람들은 이미 도착해서 육십령 휴게소에서 식사 준비를 하고 있었다. 산악회에서 낙지매운탕을 준비해 놓았다. 육십령은 고개가 매우 험해서 옛날에 산적들이 많았다고 한다. 그래서 고개를 넘을 사람들이 60명이 되어야 산을 넘는 것을 허가해 주었다고 한다.
산악회에서는 식사가 끝난 후 전체 회의를 했다. 회장과 임원진을 새로 선출했다. 나야 옵서버였기 때문에 그냥 구경만 하고 있었지만, 분위기가 꽤 괜찮았다.
5시 반경에 버스는 육십령 휴게소를 출발했다. 천안 부근에 오니 해가 지고
있었다. 서쪽 하늘에는 아름다운 노을고 물들고 있었다. 경부고속도로의 상행선은 그렇게 아름다운 면이 있다. 지방에 갔다가 서울로 돌아올 때면
서쪽 하늘에 비추이는 아름다운 노을을 마음
껏 볼 수 있다. 해가 서산에 걸쳐 발갛에 주변 하늘을 물들이고 있다.
오늘도 온 생명을 비추고 아름답게 서산으로 넘어가는 모습이다. 해가 서산으로 넘어간 다음에도 한 참 동안 주변 하늘을 아름답게 물들이고 있는 것이다. 그 위에 짙은 색깔의 검푸른 구름들이 떠 다닌다. 세상은 얼마나 아름답고 살 가치가 있는 것인지를 느끼게 해 준다.
사람들은 버스 안에서 온통 산행 이야기다. 많은 사람들이 베테랑이었다. 나는 그에 비하면 아주 초보 수준이다. 좋은 이야기들을 많이 들을 수 있었다. 다양한 세상 경험을 실제 로 한 사람들로부터 직접 경험담을 듣는 것은 매우 유익한 일이다.
집에 도착하니 파김치가 되었다. 그리고 몸살이 났다. 열이 나고, 배도 아프고, 아무런 힘도 없다. 무거운 배낭을 메고 산행을 해서 그런지 허리도 아팠다. 하루 종일 누워 있었다. 약도 먹고, 손과 발을 바늘로 따기도 했다. 혈액순환이 되도록 네 군데를 찔러 피를 조금 냈는데 정말 따끔했다.
내가 갑자기 죽으면 누가 내 죽음을 슬퍼해 줄 건가를 하루 종일 누워서 생각해 보았다. 인생이란 그렇게 허망하기도 하고, 슬픈 존재임을 깨닫기도 했다. 사람이 늙고 병들면 마음이 약해지고 고통스럽다. 그걸 어떻게 극복하느냐가 중요하다. 마음을 단단하게 먹고 인생의 의미를 깨달아야 한다. 그리고 건강은 건강할 때 지켜야 한다. 무리해서는 안되겠다는 생각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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