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종일 산 속에 있었다. 산(山)사람이 되었다. 그건 행복이었다.
산행을 하기 위해 아침 일찍 일어났다. 보통 의지가 없으면 못하는 일이다. 게으르거나 몸이 건강하지 못하면 하기 어렵다. 다행이 나는 게으른 편은 아니고, 몸이 약한 편도 아니다. 그래서 산행이 가능하다. 그건 내가 감사해야 하는 커다란 축복이다.
S 산악회에서 백두대간 코스를 간다고 해서 참가하기로 했다. 택시를 타고 양재역 부근에 도착하니 7시 20분 전이었다. 새벽 시간인데도 사람들이 많다. 토스트와 김밥을 파는 곳이 몇 군데 있었다. 계란토스트와 김밥은 천원씩이다. 원가 빼고 인건비 빼고 남는 건 얼마나 될까? 궁금하기도 하고 걱정도 되었다. 그렇게 열심히 살아가고 있는 사람들이었다. 물건을 사면서도 고마움을 느꼈다.
며칠 전 택시를 탔더니 기사 아저씨 하는 말이, 요즘 손님이 너무 없다도 한다. 대리운전비가 너무 덤핑을 해서 술을 마신 손님들이 택시를 이용하지 않는다. 게다가 택시비가 올라 사람들이 부담스럽게 생각도 한다. 그래서 우울한데, 손님들은 차에 타기만 하면 휴대전화로 시끄럽게 떠드니 정말 짜증스러운 모양이다. 휴대전화가 없었을 때에는 참 좋았을 텐데. 그 다음부터는 택시 안에서 가급적 휴대전화를 하지 않기로 했다.
편의점에 가서 조간신문과 몇 가지를 샀다. 신문에는 특별사면 대상자 명단이 나와 있었다. 무엇 때문에 그렇게 많은 부정부패사범과 선거사범을 풀어주는 지 모르겠다. 수사할 때는 언제고 한꺼번에 그 많은 부패사범들을 풀어주면 법은 무엇이고, 사회 정의는 어떻게 세워지는지 의문이다.
특히 일반인들이야 별 이해관계가 없다고 하지만, 함께 교도소에서 생활하던 다른 수형자들은 어떤 심정을 갖게 될까? 불공평하다는 생각을 하게 될 것이다. 거물들은 다 빠져 나가고, 돈 없고 힘 없는 사람들은 그냥 징역을 다 살아야 하니 그 억울함과 사회에 대한 원망이 대단할 것이다. 그런 사람들을 같은 교도소에 두고 나오기도 찜찜할 것이다.
오전 7시 양재역 1번 출구 수협 앞에서 버스가 출발했다. 정회원들이 대부분이어서 모두 일사천리로 행동이 통일되었다. 버스는 경부고속도로를 타고 가다가 대전 진주간 고속도로 들어갔다. 인삼랜드 휴게소에서 20분간 휴식 시간을 가졌다. 배가 아파 화장실에 갔더니 사람들이 많이 기다리고 있었다.
단체행동을 할 때 배가 아픈 것도 참 어려운 일이었다. 그냥 개인적으로 다닐 때는 그런 것이 전혀 신경 쓰지 않아도 될 일이었는데, 단체생활은 항상 그런 점에서 많은 제약을 준다. 그래서 군대나 교도소 생활이 어려운 것이다.
버스는 장계 IC를 빠져나와 19번 도로를 따라 장계에 이른 다음, 26번 도로를 따라 주논개생가 표지판이 있는 삼거리에서 우회전을 한 다음, 오동재저수지를 지나 무령고개에 이르렀다. 아침 10시 10분경이었다. 잠시 화장실을 다녀 왔더니 일행들이 모두 먼저 산으로 올라가 버렸다. 뒤쫓아 가기는 갔으나, 당황했다. 길도 잘 모르는 입장이었기 때문이었다.
산행은 지승마을에서 시작하여, 무령고개로 올라갔다. 무령고개에서 30분 정도 가면 영취산 정상이 나온다. 영취산은 해발 1,075.6미터다. 우리 일행은 무령고개에서 민령, 깃대봉을 거쳐 육십령 휴게소까지 무려 12킬로미터를 걸었다. 5시간 반 정도 소요되었다. 힘이 들었지만 끝까지 따라갔다. 중간에 포기할 수 없는 상황이라 어쩔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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