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토요일 8월 13일 무리한 산행을 한 후유증으로 몸살이 났다. 그러니까 금요일 저녁에 하루 종일 일을 하고 밤에 남산 일주코스를 돌았다. 1시간 반 정도 빠른 걸음으로 걸었다. 그냥 기분전환을 하기 위해 남산에 갔던 것이다.

 

남산 도서관 옆으로 올라가 옛날 남산어린이회관 앞 주차장에 차를 세워 놓고 분수대를 지나 남산 타워 있는 곳으로 올라갔다. 가파른 계단길은 젊은 사람들의 낭만이 배어 있는 곳이다. 사랑이 싹트는 계절에 사랑하는 사람들이 함께 걸으며 서울의 야경을 바라보는 곳이다.  

 

요새는 남산 타워를 수리한다고 문을 닫아 놓았다. 새롭게 단장을 하겠다는 취지다. 순환버스가 남산 타워 밑까지 올라온다. 사람들은 버스를 타고 올라와 구경을 하는 것이다. 남산 타워에서 남산을 한 바퀴 도는 순환로를 따라 걸었다. 국립극장 조금 위에서부터 순환도로는 시작된다. 3킬로미터가 표시되어 있다. 그 길을 걸으면 차도 없고 조용하다.

 

드물게 눈이 보이지 않는 사람들이 흰지팡이에 의지하면서 걷는 경우가 눈에 띈다. 대개는 두 사람이 함께 걷는다. 나는 그들을 볼 때마다 얼마나 힘이 들까 걱정을 한다. 그들은 대개 길 가운데를 따라 걷는데 감각적으로 발달되어 있어 그런지 속도도 늦지 않다. 그들을 보면 우리가 행복해야 할 이유는 아주 단순하다.

 

나는 몸이 아파 8월 14일과 15일 이틀간을 꼼짝하지 못하고 누워 있었다. 지금까지 살면서 큰 병이 없었다. 병원에 입원 한번 하지 않았다. 드물게 감기 몸살이 나서 고생한 적은 있었다. 어렸을 때 토끼를 키우기 위해 풀을 뜯으러 다닌 것이 건강에 좋았던 모양이다.

 

지금 생각하면 어리석기 짝이 없지만 예전에는 가끔 술병이 났었다. 술을 많이 마셔서 속이 아프고 몸살이 났던 적이 드물게 있었다. 얼마나 어리석은 일인가? 술 때문에 건강을 해치는 사람들을 보면 아타깝다.

 

자신의 의지로 어쩌지도 못하는 일이지만. 젊었을 때는 객기로 그런다고 하지만, 나이 들면 그런 버릇을 빨리 고쳐야 한다. 나도 젊었을 때는 이런 저런 이유로 술을 마시는 것을 사양하는 사람들을 못마땅하게 생각했다.

 

그러나 지금 생각하면 술을 결코 강요해서는 안 된다. 마시고 싶으면 혼자서 마시면 된다. 특히 조직사회에서 상급자가 하급자에게 술을 강요하는 것은 절대로 안 된다. 남의 건강을 해치면 어떻게 될 것인가?

 

건강은 정말 중요하다. 살아가는데 건강을 잃어버리면 무엇을 한다고 한 들 의미가 있겠는가? 건강은 건강할 때 지켜야 한다. 이미 잃어버린 건강을 되찾기는 어렵다. 나는 지금까지 내 건강을 지나치게 과신하고 살아온 것 같다. 이번 일을 계기로 많은 걸 깨닫게 되었다.

 

몸이 아파 누워 있자니 무척 외롭다는 생각이 든다. 그냥 혼자서 참고 견뎌야 한다. 그게 실존의 현주소다. 내가 굳굳하게 서야 한다는 생각에 나는 몹시 서글퍼졌다.

'수필' 카테고리의 다른 글

인간지옥  (0) 2005.08.19
한 밤의 상념들  (0) 2005.08.18
백두대간 산행기 [3]  (0) 2005.08.14
백두대간 산행기 [2]  (0) 2005.08.14
백두대간 산행기 [1]  (0) 2005.08.13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