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사랑이 가을을 맞아 들떠있는 건 당연하다.

 

어느 블로그에 들어갔더니 예쁜 가을꽃을 나란히 사진으로 정리해 놓고 있었다. 그 배경음악으로 해금과 피아노 연주가 계속되고 있었다. 나는 그 사진과 음악에 매료되어 한동안 넋을 놓고 있었다.

 

꽃은 봄에만 그 아름다움을 보여주는 줄 알았다. 가을에는 쓸쓸한 코스모스만 연상하고 있었다. 그러나 자세히 보니 가을에는 봄 못지 않게 수 많은 작고 귀여운 가을꽃들이 계절을 수놓고 있었다.

 

하지만 가을꽃은 가을 답게 웬지 모르게 약간은 외로운 것처럼 보인다. 웬지 쓸쓸하고 사랑하는 임을 떠나 보내는 채비를 하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말이 없어서일까? 아침 저녁으로 선선해진 기운때문일까?

 

가을의 진짜 주인공은 단풍이다. 봄과 여름을 보내고 이제 생을 정리하려는 잎들의 아름다운 모습을 보여주는 무대다. 잎이 떨어지기 전에, 자연으로 돌아가기 전에, 마지막으로 세상에 보여주는 생의 진수다.

 

뜰단풍을 보면 앞 톱니바퀴가 거칠다. 그래서 홍단풍보다 더 강렬한 인상을 준다. 사랑하다 떠난 임을 그리워하며 통곡하는 모습처럼 보이기도 한다.

 

가을에는 은행잎을 따서 책갈피에 넣고 싶다. 그 은행잎에 나는 검정색으로 사람, 삶, 사랑이라는 글씨를 진하게 쓰고 싶다.

 

가을사랑이 가을꽃 때문에 다시 차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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