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전 11시에 내가 변론을 맡은 피고인에 대한 형사재판이 있어 법정에 들어갔다. 피고인은 68세가 된 분이다. 법정에 함께 가면서 이런 저런 이야기를 했다. 법을 모르는 상태에서 재판을 받고 있으니 무척 답답한 모양이다. 예전에 어느 법원에서 청소일을 10년간 했다고 한다. 그래서 판사와 검사, 변호사들도 많이 알고 있는데, 이번에 막상 재판을 받고 있으니 매우 서글픈 생각이 든다고 했다.
검사나 판사가 물어볼 예상질문에 대해 내가 대신 물어보았다. 어떻게 답변할 것이냐고 하니 생각 보다는 잘 답변을 하고 있었다. 법정은 5층에 있었다. 그 전에는 5층 법정까지 계단을 걸어서 올라가야 했다. 재판받는 사람들에게 불편하다고 해서 요새는 엘리베이터를 설치했다.
11시에 늦을까봐 조바심을 내면서 갔다. 도착하니 한 3분 정도 늦었다. 다른 변호사들이 사건을 진행하고 있었다. 나도 자리에 앉아 재판순서를 기다리고 있었다. 몇 건 되지는 않지만 재판이 오래 계속되어 무려 한시간이나 기다려야 했다.
나는 다른 사람들이 재판 받는 모습을 가만히 지켜보았다.
어떤 사람은 한의사 자격 없이 침을 놓았다는 이유로 구속되어 재판을 받고 있었다. 전에도 두번이나 재판을 받고 이번이 세번 째라고 한다. 명의를 빌려준 것으로 같이 재판 받고 있는 한의사는 젊은 사람이었다. 군대를 제대하고 혼자 개업하기가 힘이 들어 명의를 빌려주고 침을 놓게 했다는 이유로 불구속 재판을 받고 있었다.
또 한 사람은 중국 사람에게 입국비자를 받게 하기 위해 돈을 받고 혼인신고를 했다는 이유로 불구속 기소되어 재판을 받고 있었다. 그 여자는 아이를 하나 데리고 살고 있다는데, 재판 받는 도중 계속 눈물을 흘리면서 제대로 답변을 하지 못하고 있었다.
여자는 식당에서 일을 하고 있는데, 한달에 월급이 70만원이라고 한다. 혼인신고를 해주는 대가로 500만원을 받기로 했는데, 그것고 160만원밖에 못받았다고 한다. 안타까운 현실이다. 여자가 계속 눈물을 흘리고 울고 있으니 법정은 숙연해졌다.
재판을 마치고 나오니 12시 반이 되었다. 점심식사도 못했다. 밖의 날씨는 가을 답게 화창하고 하늘은 매우 놓아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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