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경 수사권 갈등 해결방안 |
김주덕 변호사(법무법인 태일 대표변호사/법학박사) |
[1] 글머리에 최근 수사권독립 논의가 뜨겁다. 2003년 1월 19일 KBS 2TV에서는 100인토론 프로그램에서 경찰 수사권독립에 관한 배심토론을 하였다. 이 프로그램에 패널로 참석해서 다양한 배심원들의 의견을 들어 본 결과, 경찰에서 주장하는 수사권독립론에 찬성하는 시민중 상당수가 검찰에 대한 불신 또는 불만 때문에 반사적으로 이에 동조하는 모습이었다. 경찰주장을 잘 모르거나 혹은 그 주장이 형사소송법 원리나 이념에 어긋나는 면이 많아 보인다는 것을 인정하면서도 말이다. 그러나 이 문제는 우리 국민이 어떤 절차에 따라 수사를 받게 되는가, 또는 권익보호를 받게 되는가의 문제이기 때문에, 국민의 입장을 고려하지 않고는 논의될 수 없는 것이다. 검사의 지휘는 인권을 보호하고 경찰수사에 대한 국민 불만을 시정할 수 있는 일종의 기회이자 안전판인데, 왜 이것이 폐지되어야 하는지에 대한 심각한 논의나 검토없이 기관간 문제로 치부되는 경향마저 있어 아쉬운 생각도 들었다. 따라서 다소 객관적이고 냉정한 입장에서 경찰 수사권 독립 논의의 본질과 구체적 내용에 관해서 살펴볼 필요가 있다고 생각되어 이 글을 쓰게 되었다. [2] 경찰 수사권독립 주장의 내용 경찰은 수사권독립과 관련하여 검사의 경찰에 대한 수사지휘권 배제와, 경찰의 영장직접청구권 인정, 자체적인 사건종결권 인정을 핵심적으로 요구하고 있다. 다만, 최근에는 여론과 사회적인 분위기를 고려하여 영장직접청구권과 사건종결권 주장은 철회하고, 독자적 수사권의 행사만을 요구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경찰은 현재 수사권이 없다고 주장하기도 한다. 그러나 현행법상 경찰도 수사의 주체로서 엄연히 독자적인 수사개시권, 피의자신문권, 참고인 소환조사권, 긴급체포권 등을 가지고 있다. 형사소송법 제196조, 제200조, 경찰관직무집행법 제2조 등이 근거법령이다. 다만 사법경찰관리는 검사와 대등한 수사주체가 아니고, 검사의 지휘를 받도록 되어 있을 뿐이다. 따라서 현재의 경찰주장은 사실상 검사의 지휘를 받지 않고 독자적으로 수사하겠다는 내용으로 요약된다. 검사의 지휘가 없어지면 경찰 수사의 공정성 확보 장치는 무엇이 있는가, 그 과정에서 인권침해의 소지가 훨씬 높아지는 것이 아닌가, 이 문제는 결국 수사권의 공정한 행사와 인권 보장이라는 측면에서 검토되어야 한다. [3] 수사권의 공정성 확보를 위한 통제 1. 검찰수사에 대한 통제방법 억울하게 기소되었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법원에 가서 무죄를 주장할 수 밖에 없고, 큰 피해를 당해 고소한 사람도 검사가 적극적으로 수사해 주기를 지켜볼 수 밖에 없다. 검사의 수사과정에 대한 통제는 결국 법원에 의한 영장실질심사, 무죄판결, 재정신청이나, 검찰 내부구제수단인 항고, 헌법소원 등으로 해결하게 된다. 검사는 숫자가 제한되어 있고, 판사와 같은 자격을 갖춘 준사법기관으로서 최소한의 양식과 수준을 믿음에도, 검찰의 자의적 판단이나 무리한 수사에 대한 통제장치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간간이 있어 왔다. 검찰에 대한 일반 국민들의 불신은 정치적인 사건 처리에서 더욱 심하다. 정치권의 눈치를 살펴 소극적인 수사를 해왔다는 비난과, 검찰의 정치적 중립성과 독립성이 훼손되었다는 여론도 상당하다. 그래서 특별검사제도, 고위공직자비리조사처, 검찰총장 인사청문회, 검찰인사위원회 내실화 등의 다양한 논의가 계속되고 있다. 그러다 보니 대다수의 형사부검사들이 묵묵히 열심히 일해온 보람도 없이, 검찰 전체의 위상이 흔들려 버렸다. 검찰 업무의 대부분은 경찰수사 사건을 지휘, 처리하는 것이고, 이것이 전체사건 수의 98%를 차지한다. 경찰 수사사건에 대하여 검사들은 보완수사라든가, 수사지휘, 구속영장검토, 유치장 감찰 등을 위해 밤낮없이 고생하고 있고, 이것이 경찰수사의 공정성을 확보하고 있다고 본다. 검찰수사의 문제를 풀기 위해 앞으로 검찰 자체적으로 강력한 내부 실천의지와 제도개선이 필요할 것으로 보이나, 이는 수사지휘 배제와는 직접적 관계가 없는 것이다. 2. 경찰수사권 행사의 적법성 확보 경찰수사는 과연 아무런 문제가 없는가? 경찰수사는 정치적으로 중립되어 있고, 공정성을 확보하고 있는가? 국민들의 신뢰는 어느 수준인가? 검찰에 대한 비난 때문에 경찰수사의 문제가 미화되거나 덮어져서는 안된다. 정치적인 사건을 검찰에 맡겨놓고 있는 경찰에 대한 비난은 상대적으로 덜하지만, 민생침해사범을 비롯한 일반형사사건처리에 있어서 경찰수사의 공정성 시비와 비리문제는 끊임없이 제기되고 있는 실정이다. 경찰수사를 받는 입장에서는 경찰관의 편파적인 수사, 청부수사, 자신의 주장을 제대로 들어주지 않는 태도 등을 원망하고 있고, 피해자의 입장에서는 소극적인 수사태도에 분개하는 경우가 많다. 또한 수사경찰이 행정경찰에 소속되어 있고, 신분보장이 되지 않아 내·외부의 입김에 취약한 구조이다. 현행 수사지휘 체제하에서는 많은 사람들이 경찰수사에서 억울한 점이 있으면, 검사에 의한 재조사 기회에서 밝히려고 기대하고 있다. 경찰조사에 이의를 제기하는 사람들이 검사의 조사과정에서 억울함을 밝히거나, 무혐의 송치된 고소사건에서 검사가 피고소인을 구속함으로써 권익보호를 받는 고소인들도 많다. 이런 수사현실에서 그래도 법률전문가이며 사무실에서 기록만 보면서 수사만 전담하고 있는 검사에 의한 객관적인 경찰 수사지휘 내지 통제제도는 수사의 공정성과 사건관계인의 인권보장에 도움이 되면 되었지, 결코 국민들에게 불이익하게 작용하거나 국민들을 불편하게 만들려고 하는 제도가 아님을 알 수 있다. 3. 검사수사지휘의 필요성과 중요성 검사의 수사지휘는 경찰수사에 대한 공정성과 적법성을 확보하고 인권침해를 막기 위한 것이다. 법률가이며 공소유지책임을 담당하고 있는 검사로 하여금 범인 검거와 같은 사실적 행위 이후의 법적 절차인 수사에 관여하여 준사법적 통제를 하도록 한 것이다. 인신구속 등 중요한 사안에 대하여는 억울한 사람이 없도록 감독을 강화한다. 결코, 검찰이 경찰을 지배하거나 장악하기 위한 것이 아니다. 수사는 전체 경찰 업무중 약 20%에 미치지 못한다. 이런 제도를 갑자기 폐지하자는 의도는 무엇인가? 결국 국민의 입장에서 깊이 생각하지 아니하고, 검찰에 대한 경찰의 자존심을 세우자는 것과 수사편의주의 및 기관이기주의에서 나온 발상이라고 비판받을 수 밖에 없다. 현재 경찰에서 송치하는 사건중 1년에 6만여건이 경찰수사의견과 다른 결론으로 검찰에서 결정된다는 사실은, 경찰수사가 아무리 열심히 한다고 해도 검사의 지휘가 절대로 필요하다는 사실을 증명하고 있는 것이다. 한편 경찰은 검사의 수사지휘로 경찰수사가 지연되어 국민에게 불편을 준다는 주장도 하고 있다. 물론 당연히 석방되어야 할 피의자가 늦게 석방되거나 변사체 검시가 지연되는 사례도 있을 수 있으나, 이러한 문제는 검찰과 경찰이 서로 협의하여 신속한 처리가 됨으로써 국민들에게 불편함이 없도록 개선하여야 할 사항이지, 이러한 편의적인 문제 때문에 경찰 수사를 사법적으로 통제하기 위한 목적으로 인정하고 있는 검사수사지휘권을 철폐한다는 것은 부당하다. 그리고 검사의 수사지휘를 받음으로써 경찰수사가 신속하게 이루어지지 못해 수사의 효율성이 떨어진다는 주장 역시 실증적 자료도 없을 뿐 아니라, 만약 그런 사례가 있다면 이 역시 검찰과 협의하여 개선방안을 만들어 시행할 문제에 불과하다. 수사지휘를 없애서는 안된다. [4] 검경갈등의 바람직한 해결방안 검사의 수사지휘 제도를 유지한다고 하더라도 경찰과 검찰의 관계를 발전적으로 개선하여 검·경 갈등을 말끔하게 종식시킬 필요가 있다. 정부 교체기마다 되풀이 되어온 소모적인 이 논쟁은 우리 국민들에게는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다. 수사지휘의 범위를 현실에 맞게 조정하여 정형화된 사건은 경찰에서 자율적으로 수사토록 하고, 중요한 내용에 대하여만 검사지휘를 받도록 하는 것도 한 방법이다. 가급적, 일반적인 지침을 활용하고, 구체적인 사건에 대한 지휘도 최대한 신속하게 처리하여 불편을 줄여야 한다. 젊은 검사들이 나이 많은 경찰관들을 상대로 인격적인 대우를 소홀히 하는 일도 없도록 해야 한다. 다만 모든 사건에 있어서 언제든 검사가 관여하여 사법적으로 통제할 수 있는 길은 반드시 열려 있어야 한다. 이것은 움직일 수 없는 절차적 당위이다. 또한, 경찰의 자율성이 늘어나면 이에 따라 책임도 강화되어야 할 것이다. 이런 방식은 경찰업무에 도움이 되므로 경찰도 반대할 이유가 없을 것이다. 아울러, 이번 기회에 검찰은 일반 국민들에게도 수사지휘권의 필요성과 운영실태에 대하여 납득이 가도록 설명해 줄 필요가 있다. 검찰이 폐쇄적이고 권위주의적인 모습으로 비쳐지는 한 국민들로부터 검찰에 돌아오는 것은 냉소와 비판 뿐이다. 경찰 역시 마찬가지다. 지금까지 수사권독립과 관련하여 주장하는 많은 부분이 현실과는 무관하거나 근거가 없는 내용이 많아 보인다. 방대한 인원이 많은 사건을 처리하면서 외부의 검사지휘를 받으려면 불편한 점도 있을 것이나, 이 제도가 국민을 위한 사법적 통제로서 절대로 포기될 수 없다는 점을 이해하고, 더 이상 의문을 제기해서는 안될 것이다. 기관과 기관의 권한 다툼이 아니고, 진정 우리 사회를 위해서 경찰수사에 대한 합리적인 통제방식이 무엇인지 염두에 두고 진지한 논의를 하여야 할 것이다. [5] 글을 맺으며 그동안 검찰에 대한 좋지 않은 기억 때문인지, 경찰에서는 자존심을 걸고 수사권독립을 주장하는 것처럼 보인다. 한편, 노무현대통령당선자의 선거공약중 ‘민생관련 범죄의 경찰 독자수사’ 문제에 대한 논의가 진행 중이고, 여론의 관심도 높다. 그러나 수사권독립문제는 기관간의 권한배분 문제가 아니다. 무우 자르듯이 자를 수도 없다. 이 문제는 형사절차의 근본을 변경하자는 것이고, 국민의 인권보장 이념에서 후퇴하는 결과를 가져올 것이므로 신중히 검토되어야 한다. 검사제도의 이념과 경찰수사에 대한 통제의 필요성에 대한 깊은 고려가 요구되는 시점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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