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권에 대한 합리적인 통제방안

 

 

                                                                                                                    가을사랑

 

 

*** 이 글은 가을사랑이 2003년 9월 4일자 주간조선 1769호에 게재했던 것입니다.

 

 

최근 검찰이 또다시 중대한 위기를 맞고 있다. 양길승(梁吉承) 전 청와대 제1부속실장의 향응사건 수사와 관련하여 현직 검사의 독직(瀆職) 사건으로 인한 구속, 부장검사의 수사방해 의혹, 검사에 대한 감찰권 행사의 불철저 시비 등이 잇따르면서 국민의 신뢰가 크게 떨어졌다. 그 동안 검찰권 독립을 위해 애써온 검찰의 노력이 큰 타격을 받았다.

검찰권은 국법질서를 확립하고 사회기강을 바로 세우는 중추적인 국가권력이다. 그래서 검찰권은 정치적으로 중립을 유지하고 독립적으로 행사되어야 하며 모든 사람에게 공정해야 한다. 그것이 검찰의 존재 이유다. 따라서 검찰권은 남용되어선 안되며 표적수사나 청탁수사, 수사과정에서의 인권침해가 있어서는 안 되는 것이다. 그러나 정몽헌(鄭夢憲) 현대그룹 회장의 자살과 관련한 검찰 강압수사 논란, 굿모닝시티 분양사건과 김영완(金永完) 비자금 의혹사건, 청주지검의 몰래카메라 사건 수사과정에서 나타난 문제점들은 국민들로 하여금 검찰의 독립성 확보 못지않게 검찰권에 대한 통제가 중요하다는 사실을 새삼 깨닫게 만들었다.

무소불위의 검찰권을 통제하고 잘못된 수사관행을 바로잡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하나.

첫째, 검찰의 정치적 중립성과 독립성은 더욱 강조되어야 한다. 그 동안 검찰을 정치적으로 이용하려는 정치세력과 이에 영합하여 사리사욕을 도모한 일부 검찰 간부들의 연대책임 때문에 검찰은 호된 비판을 받아왔다. 정치적인 사건이나 대형 부정사건을 수사하기만 하면 항상 표적수사, 축소은폐라는 비난과 의혹을 받았다.

검찰에 대한 신뢰는 완전히 상실되었고 검사들은 냉소의 대상이 되었다. 이에 따라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 신설, 특별검사제도 상설화, 검사동일체 원칙의 폐지 등 검찰 개혁방안이 꾸준히 논의되고 있다.

그러나 아직은 검찰의 수사권 독립이 충분히 이루어졌다고 보기는 미흡하다. 검찰의 강도높은 수사에 대해 정치권은 반발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고 청와대와의 갈등설까지 나돌고 있다. 정치권에서 고립된 검찰이 과연 얼마나 버틸 수 있을지 의문시하는 사람들도 적지 않다.

수사권, 인권침해·남용 우려

결국 검찰의 수사권 독립은 검찰 간부들이 어느 때고 사표를 제출할 수 있는 의연한 자세로 권력에 대항하는 용기와 소신을 가져야 지켜질 수 있다. 일본의 검찰이 국민의 신뢰를 얻게 된 배경에는 힘 있는 정치인에 대한 수사를 제대로 했던 몇 가지 정치적 사건을 통해서다. 중요한 사건에서 검찰이 명예를 걸고 사력(死力)을 다해 수사를 해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검찰은 사회의 거악(巨惡)과 싸워야 국민적 신뢰를 회복할 수 있다. 법과 제도의 문제가 아니라 의식과 실천의 문제인 것이다.

둘째, 검찰권에 대한 철저한 통제와 견제 장치가 필요하다. 검찰이든 경찰이든 수사권은 국민의 인권을 침해할 소지가 있고 남용될 우려가 있기 때문에 그 행사과정을 철저하게 통제하여야 한다. 지금까지 우리 사회는 검찰은 정치권력으로부터 독립해야 하고, 경찰은 검찰의 지휘권으로부터 독립해야 한다는 명제에만 관심을 집중시켰다. 검찰과 경찰의 수사권이 각각 상층 권력이나 권한으로부터 독립했을 때 그와 같이 독립한 수사권이 남용될 경우 통제할 방법에 대한 논의는 부족했다. 

검사는 현행법상 독립관청으로 구체적인 사건에 관하여는 전적인 권한을 가지고 있다. 검사가 자의적인 수사를 하거나 상사에게 보고를 제대로 하지 않고 임의로 수사를 계속 확대해 나갈 경우 통제가 어렵다. 뿐만 아니라 검사가 상부에 보고를 하지 않고 마음대로 판단하여 수사를 강행할 경우 형사소송법상 검사의 구속영장 청구나 압수수색영장 청구 등에 의해 판사의 서명만 받으면 모든 사건을 처리할 수 있다.

그러므로 검사의 독자적인 판단에 의한 무리한 수사가 이루어지면 그 폐해는 매우 클 수밖에 없다. 지금까지 검찰수사의 독립만 강조해 온 현재의 분위기에서는 이를 통제하거나 견제할 장치가 보완될 필요가 있다. 앞으로 사법제도 개혁과 관련, 이에 대한 연구와 제도 도입이 절실하다고 하겠다.

이런 관점에서 볼 때 검찰권은 상급자가 수사검사에게 부당한 지시를 하거나 편파수사, 은폐축소 등의 지시를 해서는 결코 안 된다. 하지만 긍정적인 방향으로는 내부통제는 더욱 강화되어야 한다. 검찰총장을 비롯한 검찰 간부들이 조직을 관리함에 있어서 사심없이 검사들의 수사를 지도하고 비리를 감찰하는 노력을 게을리해서는 안 된다.

그리고 모든 사건에서 균형잡힌 공정한 수사가 이루어져야 한다. 대륙법계의 검찰제도를 가지고 있는 나라에서 검사동일체의 원칙이 지금까지 유지되고 있는 이유는 통일적으로 균형적인 검찰권 행사가 필요하고 그렇지 못했을 경우 폐해가 매우 크기 때문이다. 따라서 검사동일체 원칙의 폐지를 주장하는 것만이 능사(能事)가 아님을 숙고해야 한다.

검찰 인사위, 외주인사 대거 참여해야

지금까지 검찰 내부의 감찰권 행사는 대단히 미흡했다고 보는 것이 국민들의 시각이다. 많은 국민들은 검찰이 어떻게 스스로 제 살을 도려낼 수 있겠느냐는 시각으로 검찰의 감찰기능을 바라보고 있다. 그것이 사실일지 모른다. 물론 송광수(宋光洙) 검찰총장 취임 이후 검사들로부터 가혹하다는 불평을 들을 정도로 감찰활동을 했다고 한다. 그러나 국민의 기대를 충족시켜 주기 위해서는 더 강력한 감찰기능을 수행해야 한다. 그리고 그 결과를 쉬쉬 할 것이 아니라 국민들 앞에 공표할 필요가 있다.

검찰은 검사의 피의자 인권침해, 직무상 비리, 위법부당한 편파수사, 표적수사 등을 철저하게 감찰하여야 한다. 검사에 대한 감찰권을 제대로 행사하기 위해서는 대검찰청 감찰부장을 검찰총장 직속으로 하고 국민의 신망을 받은 외부인사를 임명하는 것이 한 가지 좋은 방법이 될 것이다. 임기는 2년 내지 3년 정도를 보장해 주어야 한다.

또 현재와 같이 검찰이 국민의 신뢰를 받지 못하고 있는 상황을 고려하여 법무부에 별도의 감찰기구를 두어 대검찰청의 감찰기능과 상호협조 내지 보완하는 기능을 수행하도록 하는 것도 가능하리라고 본다.

하지만 대검찰청의 감찰권을 송두리째 빼앗아 법무부로 이관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못하다고 본다. 이것은 거꾸로 법무부 장관에게 인사권과 감찰권을 모두 부여함으로써 검찰총장의 지휘감독권을 약화시킬 수 있다. 뿐만 아니라 검사에 대한 감찰권은 대검 중수부와 같은 고도의 수사능력을 전제로 하기 때문에 법무부로 이관할 경우 감찰의 실효성도 의문시된다. 또한 각 기관에 대한 고유한 분야의 전문성과 특성을 고려하여 자체 감찰권을 인정하고 있는 타부처와의 형평성에도 맞지 않는다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

셋째, 검찰조직에 대한 국민참여 문제다. 검찰은 모든 문제를 풀어나갈 때 국민의 지지를 받는 방법을 염두에 두어야 한다. 국민으로부터 위임받은 검찰권을 행사함에 있어서 위임인인 국민의 의사를 묻고 존중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검찰인사위원회도 외부인사를 대거 참여시켜 실효성 있게 운영해야 한다. 그리고 검찰인사위원회가 적극 관여하여 이루어진 인사라면 무엇 때문에 그러한 인사를 하였고 인사기준은 무엇이었는지 상세한 설명을 해줄 필요가 있다. 수사자문위원회도 명목상으로 설치만 해서 될 것이 아니라 정말로 내실있게 운영함으로써 중요한 사건 수사에 있어서 실질적인 자문을 할 필요가 있다. 

그리고 검찰이 현재 처해 있는 위기를 타파하기 위해서는 과감한 자기혁신이 필요하다. 철저한 자기감찰 활동을 통해 그야말로 썩은 환부를 도려내야 한다. 국민들이 무섭다는 생각을 잠시라도 잊어서는 안 된다.

 

 

*** 이 글을 썼던 때도 벌써 2년 6개월이 지났다. 현재의 검찰의 위상은 어떠한가? 그때와 지금 얼마나 달라졌는가? 깊이 반성해야 할 것이라고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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