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해자 과실에 대해 심각하게 생각하게 해주는 사안이고, 판결이다. 문제는 이 사안에서 피해자가 자신의 과실책임을 20%나 인정한다고 하면 결코 승복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그린에서 펏팅을 하고 나서 안내하는 캐디가 뒷팀에 인사를 했다고 해서 서둘러 빨리 그린을 벗어나야야 할 주의의무을 인정하는 것은 곤란하다. 그것은 오히려 골퍼들이 모두 안전하게 그린을 벗어나 사고가 발생하지 않도록 해야 할 주의의무가 있는 캐디의 사고발생방지의무위반에 해당한다.
골프장은 특수한 영업장소이다. 비싼 그린피들을 받고, 캐디들도 돈을 받으면서 업무에종사하고 있다. 그렇다면 기본적으로 골프장에서 발생하는 각종 안전사고를 방지할 주의의무는 골프장 업주 및 종업원들에게 있는 것이다.
경기 도중의 사고에 있어서도 골퍼가 직접 원인을 제공하는 경우가 아니면, 경기를 안내하는 캐디들에게 일차적인 책임이 있다.
이 사안에서도 앞팀의 캐디는 골퍼들이 안전하게 그린을 벗어난 다음 뒷팀으로 하여금 경기를 진행하도록 사인을 보냈어야 할 것이고, 뒷팀의 캐디 역시 앞팀이 완전히 그린을 벗어나는 등 사고가 발생하지 않을 정도의 안전성이 확보된 다음에 뒷팀으로 하여금 타구를 하도록 안내했어야 할 주의의무가 있다.
골프를 치는 사람의 입장에서는 자신의 팀과 뒷팀의 캐디 및 골퍼들이 다른 사람에게 상해를 가하는 일이 없도록 주의할 것을 기대하고 마음놓고 골프를 치는 것이다.
어떻게 골프 치는 사람이 자신이 그린에서 충분히 벗어나기도 전에 뒷팀에서 공을 칠 것을 예상하고, 서둘러 빨리 대피할 것을 기대할 수 있겠는가? 그 정도로 골프장이 위험한 장소인가?
그리고 판결에서는 골프장 이용 표준약관을 근거로 들었으나 모처럼 야외에 나가 기분좋게 골프를 치는 사람들에게 골프장측에서 골프장이용표준약관을 보여주는 경우도 아직까지 보지 못했다.
이번 판결을 계기로 골프장에서 사고가 발생하지 않도록 골프장 운영자측에서는 보다 철저한 주의의무를 다하여야 하고, 만일 사고가 발생했을 경우에는 손해배상에 인색한 태도를 보이지 말고 충분한 배상을 해주는 자세를 가져야 할 것이다.
문제가 된 사안은 피해자가 모 골프장 8번 홀에서 퍼팅을 한 후 그린을 벗어나고 있던 중 뒷팀에서 친 공에 이마를 맞아 다친 것이다. 공을 친 가해자는 캐디로부터 공을 쳐도 좋다는 말을 듣고 쳤기 때문에 책임이 없고, 피해자는 신속하게 그린을 벗어나지 않은 잘못이 있다는 고등법원 판결이 선고됐다. 피해자의 과실책임은 20%를 인정했다.
골프장 이용 표준 약관에 따르면, 공을 친 뒤 즉시 그린을 벗어나 진입로를 이용해 이동함으로써 안전사고를 방지하고 다음 팀의 경기 진행에 방해가 되지 않도록 해야 할 의무가 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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