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녁 식사 후에 남산에 갔다. 택시를 타고 국립극장 앞에서 내렸다. 그곳에서 남산타워로 올라갔다. 눈이 내려 있는 아름다운 정경이었다. 날씨는 아주 포근한 편이었다. 남산타워까지는 버스가 다녀서 그런지 아스팔트길은 다 녹아 있었다.
주변 나무가지에 눈이 조금씩 덮여 있다. 겨울 내내 푸른 잎을 자랑하는 소나무는 정말 대단해 보였다. 점점 구름이 걷히더니 달도 보였다. 남산에서 바라보는 달은 어쩐지 가깝게 느껴졌다.
멀리서 한강이 보인다. 수많은 자동차 불빛과 건물에 붙어 있는 붉은 색, 초록 색 등의 간판불빛들, 저렇게 빽빽하게 밀집해 있는 가운데 사람들이 아귀다툼을 하면서 살아가고 있다. 치열한 삶의 경쟁이 계속되고 있다.
남산타워에서 분수대 쪽으로 내려오는 길은 수많은 계단이 있어 미끄러웠다. 아주 조심스럽게 내려왔다. 천천히 내려오다 보니 계단이 꽤 많은 것처럼 느껴졌다. 서울 전체에 눈이 내려 있다는 것만으로도 기분이 푸근하게 느껴지는 밤이었다.
북쪽 순환도로에는 눈이 녹지 않았다. 3킬로미터를 걷는데 맑은 공기가 느껴져 기분이 정말 좋았다. 수은등 아래 비춰지는 나무가지들이 한층 정겨웠다. 정말 마지막 눈이라는 생각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