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얀 눈이 쌓여 있었다. 순백의 눈을 바라보며, 나는 그 눈을 닮고 싶었다.

 

어디에서 온 것일까? 눈 속에는 순수가 담겨 있다. 그 순수 속에 해맑은 사랑이 숨어 있을 것 같았다. 햇볕에 반사되는 하얀 푸르름이 봄을 기다리는 처녀처럼 보였다.

 

눈을 밟으며, 나는 내 마음도 눈처럼 맑았으면 하고 간구해 본다. 더러운 욕망에서 벗어나, 아무 티 없는 순백으로 돌아가고 싶었다. 지금까지 살면서 몸에 찌든 모든 더러움을 씻어버리고 싶었다.

 

길이 미끄러어서 그런지 콜택시도 없다고 했다. 나는 걸어 나와 한참 가고 있는데, 마침 빈택시가 왔다. 잠실역까지 갔다. 지하철 2호선을 탔다. 날씨는 생각보다 덜 추웠다. 그냥 걸어다니기 괜찮을 정도였다.

 

어제 저녁에는 서초동 아크로비스타 상가 지하 1층에 있는 중식당에서  식사를 했다. 참으로 오랫만에 만난 사람들이다. 그러니까 벌써 15년 전의 일이다. 제천에서 함께 근무했던 사람들 5명을 만나 옛날 이야기로 회포를 풀었다. 반가웠다. 서로들 열심히 살아가는 사람들이다. 그러고 보니 세월이 참 빠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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