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끔씩 세상을 살면서 현재 내가 서 있는 곳이 어딘지 확인할 필요가 있다. 내가 살고 있는 이 지점은 어디인가? 나는 무엇 때문에 살고 있는가? 현재 제대로 살고 있는가? 무엇을 위해 살아야 하고,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하는가?


모든 대답은 쉬워 보이지 않는다. 세상 살기가 만만치 않게 느껴지기도 한다. 세상은 매우 공평해 보이지만, 실제로는 공평치 않는 부분이 많다.


능력 있는 부모를 만나 편안하게 살아가는 사람들도 많다. 아마 요새는 그런 사람들이 부쩍 늘어났다. 예전에 모두 못 살고 못 먹을 때와는 전혀 다르다. 자본주의사회에서 일단 축적된 부의 막강한 자기증식력은 웬만한 노력을 해서 겨우 먹고 살기 바쁜 사람들과의 격차를 현저하게 벌려놓고 있다.


물질적인 기준에만 눈을 돌리면 보통 사람들은 초라해지고 비참해져서 살기 어렵다. 도시를 다니면서 눈에 들어오는 고급스러운 대형빌딩들, 백화점의 호사스러운 분위기, TV를 통해 억지로 받아들여야 하는 재벌들의 거대한 수익 및 호화생활, 늘상 골프장에서 살고 해외여행을 밥먹듯 하는 사람들의 모습, 이런 분위기에서 많은 스트레스를 받게 된다. 눈을 돌리고 귀를 막고 살아도 끊임 없이 들려오는 유쾌하지 않은 환경이다.


사람들은 점차 순수성을 상실하고, 대부분의 경우 물질적인 이해관계를 쫓아 방향을 돌린다. 이해관계가 없으면 아무도 연락을 먼저 하지 않는다. 대화는 공허하게 된다. 안타까운 일이다.


모처럼 전화를 걸어 오는 사람들은 대개 무슨 필요성이 생겨 찾는 것이다. 붙임성 있게 남을 잘 이용하는 사람들이 출세하고 돈을 버는 세상이 되어 버린 것도 사실이다. 법조브로커나 금융브로커라고 지탄을 받는 사람들도 문제가 되기 전까지는 처세술이 좋고, 대인관계를 넓혀 최대한 이용함으로써 무슨 역할을 하고 돈을 버는 수완 좋은 사람으로 평가를 받는 것이다. 그 사람들도 대부분 자신이 하는 일이 불법적이고 부도덕하다는 인식을 거의 하지 않고 있다가, 문제가 되면 아차 하는 생각을 하게 되는 현실이다.


정치인들도 공무원들도 뇌물죄라는 인식도 없이 돈을 받아 쓰고 설마 문제가 되랴 하는 식으로 낙관하면서 산다. 기업인들도 마찬가지다. 세금은 가급적 내지 않으려고 하고, 회사 돈은 곧 내 돈이다. 사건화 되면 재수 없어 그렇다는 식으로 억울하게만 생각한다. 투서한 사람을 원망하고, 하필이면 그런 사람을 만났고, 독한 수사관을 만나 망했다는 생각을 하지, 진정으로 자신의 잘못을 참회하는 사람은 매우 드물다.


사람은 자신의 분수를 알아야 한다. 내가 뭐 그렇게 잘났다고 떠드는지 생각해 보고, 조용히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을 열심히 하고, 거기에서 작은 만족을 찾아야 한다. 작은 분수, 작은 만족, 작은 행복에서 우리의 살아가는 방향을 찾아야겠다.


날씨는 우중충하다. 봄비가 내려 꽃들도 화사함을 많이 잃었다. 그래도 이런 모습은 그 나름대로 멋이 있고, 의미가 있다. 밖으로 나가 촉촉이 젖은 대지를 밟고, 마음껏 수분을 섭취한 나무들의 싱싱한 모습을 살펴보아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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