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에 출근하자마자 바빴다. J 회사 사건에 대한 자료를 준비하느라고 오전에 그일에만 매달렸다.
사건 당사자들은 항상 심각한 상황에 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평생 한 번 법적 분쟁의 당사자가 된다. 일반적으로는 법에까지 가지 않는다. 웬만하면 좋게 해결하려고 노력하거나 포기하고 만다.
형사고소를 하거나, 민사소송까지 하게 되는 경우는 도저히 참을 수 없거나 다른 방법이 없을 때 마지못해 하는 최후의 수단이다. 그래서 병원 수술실을 찾는 중한 환자와 같다. 그 불안함과 초조함, 그리고 사태의 심각성을 인식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당사자의 입장에서는 불안하고 신뢰를 잃어버리게 된다. 여기에 의사와 중환자, 법률가와 당사자 사이의 기본관계가 출발해야 한다.
점심시간에는 L 씨와 단 둘이서 민이네 식당으로 갔다. 사무실 부근에 있는 슈퍼마켓 작은 방이다. 조용하고 아늑한 분위기다. 김밥과 떡복기를 먹었다. 아주 간단한 식사다. 그러나 그곳에서 이런 저런 대화를 나누었다.
L 씨는 대학교 커플로서 만나 결혼을 했다고 한다. 충무에 있는 K 씨에 대한 이야기도 새삼스럽게 들었다. 사건을 맡겼다가 불성실한 태도에 당혹스러웠다는 것, 그 후에 돈을 빌려주었다가 되돌려 받는데 애를 먹었다는 것이었다.
그리고 어떤 사업하는 사람에게 이자를 좀 받으려고 돈을 빌려주었다가 떼어먹힐 위기를 맞아, 사모님이 회사에 며칠 동안 계속 찾아가 앉아 있음으로써 겨우 받았다는 이야기. 아주 오랫동안 가깝게 지내오던 사람에게 돈을 꾸어주지 않아 소원하게 되었다는 이야기 등을 관심있게 들었다.
오후에 J 회사로 갔다. 대표이사 등과 회의를 했다. 여러 사람이 진술을 해야 하는 경우에는 각자의 입장에 따라 미묘한 차이가 있다. 그것을 조정하는 일이 쉽지 않다.
회의를 마치고 나니 오후 5시 40분이 되었다. 모처럼 시내에서 여유를 가질 수 있었다. 그럴 때 할 수 있는 일이란, 서점을 가보는 것이 제일 편하고 좋다. 그러고 보면 나도 책을 꽤 좋아하는 편이다. 책을 많이 읽지는 못해도 책이 쌓여있는 곳을 구경만 가도 기분이 좋으니 말이다.
교보문고에 가서 헌법책을 몇권 사왔다. 헌법에 관한 서적도 꽤 많이 나와 있다. 각종 수험서가 주를 이루지만, 어느 분야 못지 않게 많은 종류의 책이 진열되어 있었다. 교보문고에는 사람들이 무척 많았다.
저녁 식사후 남산을 걸었다. 시각이 불편해 보이는 몇 사람이 밤길을 지팡이에 의존해 걷고 있었다. 그들의 모습에서 외로움이 묻어나왔다. 험한 세상을 살아가면서 그들만이 느끼는 고독과 어두움을 나도 함께 느끼며 순환도로를 따라 걸었다.
경사진 언덕을 뛰어보기도 했다. 평지를 뛰는 것도 힘이 들지만, 경사진 길을 뛴다는 것은 정말 힘이 들었다. 보통의 강심장이 아니면 극복하기 어려운 일이었다. 내 나이에 혈압도 있고 해서 무리하게 뛰다가는 일이 생길 것 같아 그만 두었다.
국립극장쪽으로 내려가 장충단공원, 동국대 옆으로 해서 동대문시장까지 걸어갔다. 동대문시장에는 월드컵 때문에 붉은 색 티셔츠 같은 것이 눈에 띄게 많이 쌓여 있었다. 월드컵 휘장의 시계가 하나에 6천원이다. 등산용으로 하나 사서 찼다. 태극마크가 크게 들어있었다. 어떻게 시계를 6천원에 팔 수 있을까? 두개를 사면 만원이라고 한다.
동대문운동장 앞에서 강아지를 파는 사람이 있었다. 열마리 정도의 강아지들이 있었다. 강아지들이 몹시 귀엽게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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