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근해서 잠시 일을 본 다음 일산으로 갔다. 세미에서 점심식사를 했다. 날씨가 화창하게 맑았다. 늦은 여름 날씨는 여전히 퇴약볕이다. 벼가 한참 익을 날씨다. 매미는 마지막 울음을 던지고 있었다. 가을을 예고하는 뭉게구름이 한층 하얗게 빛났다.


국제형사법 강의를 했다. 지난 주에 이어 두 번째 강의다. 그러고 보니 세월에 빨라 국제형사법 강의를 하기 시작한 것도 1997년경이니 벌써 9년째다. 수강인원은 37명이다.


강의를 마치고 다시 서초동으로 돌아왔다. 한강이 아름답게 흐르고 있었다. 다음 주부터는 법대 강의가 시작된다. 이것 저것 준비할 일들이 많아 바쁜 시간이다. 

 

다음 주부터 강의를 들을 학생들에게 안내 이메일을 보냈다. 

 

이번 학기에 형법각론 강의를 담당하게 된 000 교수입니다.


여러분 무척 반갑습니다. 여러 면에서 부족한 제가 여러분들에 대한 강의를 맡게 되어 우선 무거운 책임감을 느낍니다. 저는 이번 강의를 통해 여러분들로 하여금

형법에 대한 기초적인 지식과 사고력을 갖출 수 있도록 하고, 형법이 결코 어려운 과목이 아니라는 자신감을 갖도록 하겠습니다.


또한, 사법시험과 각종 공무원시험에서 형법을 준비하는 여러분들에게 도움이 되도록 할 것입니다. 그리고 대법원판례를 비롯한 형사실무에 있어서 기본적인 지식과 경험을 공유할 수 있도록 하겠습니다. 다만, 강의는 수강생 대부분이 1학년생이므로(8명 제외) 이해가 쉽도록 진행할 예정입니다. 그리고 강의계획서에 따라 형법각론 교과서 전체를 마칠 수 있도록 하겠습니다. 9월 4일 오후 3시에 만나도록 하겠습니다.


여러분들의 건강과 행운을 빌겠습니다.

감사합니다. 

 

형법각론을 수강신청한 학생 여러분께!

두 번째 메일입니다.

법과대학에 들어와 두 번째 맞는 가을학기를 시작하는 여러분들에게 보다 많은 희망과 꿈이 있으시기를 바랍니다.

9월 4일 월요일 오후 3시에 시작되는 형법각론 첫 번째 강좌에서는 여러분들에게 형법 전반에 걸친 간단한 소개와, 강의계획서에 소개한 대로 살인죄, 상해죄, 과실치상죄 부분을 강의할 계획입니다.

교재는 여러분들이 현재 가지고 있는 형법각론 교재 어떤 것이든 무방합니다. 일단 선택한 교재는 가급적 바꾸지 않는 것이 효율적입니다. 대부분의 교과서가 비슷하기 때문입니다.

형법 강의는 너무 딱딱하게 생각하지 말고 그냥 편안한 마음으로 강의를 들으시기 바랍니다. 다른 법률과목보다 형법은 사실 재미 있고, 흥미로운 과목이기 때문입니다.

신문 지상에 많이 보도되는 살인사건, 서로 싸우다 보면 상처를 입히게 되는 상해사건, 교통사고를 비롯한 각종 과실에 의해 상해에 이르게 하는 업무상과실치상사건 등을 연상하면서 강의를 듣다 보면 형법에 대한 이해도 쉽고, 더 나아가 legal mind 도 형성되는 것입니다.

이제 한 여름의 더위도 지나가고 가을이 오고 있습니다. 맑은 정신으로 공부에 열심히 매진하고, 건강에 유의하면서 아름다운 감성을 잃지 마시기 바랍니다.

그냥 지나가는 인연이라고 생각하지 말고, 형법강의를 통해 좋은 인연을 맺은 다음, 평생 함께 상의해 가면서 살아가는 좋은 교수와 제자 사이, 좋은 법조 선후배, 성실한 인생 선후배 사이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하늘은 스스로 돕는 자만을 돕는다고 합니다. 자신의 환경을 탓하지 말고, 현재의 조건에서 최선을 다하는 자세를 가졌으면 합니다. 

감사합니다. 

 

학생들은 내 메일에 대해 답장을 보내왔다. 학생들에게도 힘이 되고 나에게도 커다란 힘이 되는 개강전의 서신교환이었다. 가을학기는 이렇게 시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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