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경을 맞춰서 쓴지 벌써 10년이 됐다. 10년 동안 안녕테 하나 가지고 썼다. 오래 돼서 낡아서 그런지 안경이 갑자기 가운데가 부러졌다. 두 동강이 난 안경을 보니 볼쌍스럽다. 안경테 옆도 도금한 것이 약간 녹이 슨지도 오래 됐다. 그런 상태에서 계속 쓰고 다닌 걸 보면 나도 참 무던하다. 별로 신경을 쓰지 않아서 그런지 모르겠다. 내 성격 탓일테고.

 

잠원동에 있는 고속버스 터미널 옆 뉴토아백화점에 갔다. 잠원동은 내가 옛날에 살던 동네라 아주 낯이 익다. 백화점 구관 1층에 안경집이 하나 있는데 직원들이 꽤나 친절하다. 손님도 많다. 불황이라는데 손님들이 많이 있었다. 안경을 하나 고르고 시력검사를 한 후 맞추기로 했다. 다촛점 렌즈로 하기로 했다. 사람들은 안경을 고르는데 시간을 많이 들이고 있었다. 얼굴에 맞는 안경을 고르느라고 그러는 것 같다.

 

비가 내리고 있었다. 스타박스에서 커피를 한 잔 마셨다. 비오는 날이라 그런지 사람들이 스타박스에서 커피를 마시고 있는 사람들이 많았다. 나는 키피잔을 놓고 창밖을 바라보고 있었다. 비가 내리는 길에는 우산을 쓴 사람들이 걸어가고 있었다. 삶의 가시밭길을 총총히 걸어가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 모두 힘든 삶의 역정 속에서 가슴에는 무언가 따뜻한 희망을 담아가지고 갔으면 좋을텐데. 

 

퇴근 후에 2호선 전철을 타고 서울대입구역으로 갔다. L 사장과 K 사장을 만났다. 저녁 식사를 하면서 이런 저런 대화를 나눴다. 한 사람은 몇 년 동안에 이런 저런 이유로 돈을 사기 당하고 건강도 잃고 모든 사람들이 싫어졌다고 한다. 스트레스를 받는다는 것이 어떤 것인지 뼈저리게 느꼈다고 했다. 나중에는 너무나 스트레스를 많이 받다보니 척추협착증세까지 나타나 쓰러졌다고 한다. 척추수술도 받았다. 장애5급 진단까지 나올 정도였다.

 

살다 보면 아주 힘든 일을 당할 때가 있다. 남들은 이해하지 못한다. 그 고통을 견딘다는 것이 어떤 의미인지. 얼마나 힘든지 알지 못한다. 가끔 우리는 다른 사람들이 겪은 그 고통과 아픔을 잘 들어보아야 한다. 누구에게나 그런 불행은 아무런 예고 없이 닥칠 수 있다. 그때 그 고통을 극복하는 법을 배워야 한다. 다른 사람들이 어떻게 그 고통을 극복했는지 귀담아 들어야 한다.

                                      영업점포를 인수할 때 조심하라

 


철수 씨는 사우나를 인수하기로 하였다. 몇 번 사우나에 손님으로 가보니 영업이 매우 잘 되고 있었다. 사우나 영업에 경험은 전혀 없었지만, 손님 수에 따라 돈만 받으면 될 것 같았다. 그래서 7억원에 인수하였다. 은행 빚 5억원도 인수하기로 하였다. 사우나 내의 식당, 맛사지 등 영업점에 대한 보증금반환채무 2억원도 인수하였다.

 

소개하는 부동산업소에서는 하루 3백만원 이상씩 매출이 오른다고 했다. 그렇게 잘 되는 업소를 왜 파느냐고 물었더니 주인이 미국으로 투자이민을 가기로 해서 급히 싸게 판다는 것이었다. 철수 씨는 있는 전 재산을 털어 무리를 해서 사우나를 인수했다.

 

그런데 1년이 지나도록 영업은 제대로 되지 않고 은행빚에 대한 이자만 물고 있다. 영업이 잘 되지 않자 사우나 내 영업점도 나가겠다고 아우성이었다. 조만간 은행에서는 경매에 들어가겠다고 통고해 왔다. 투자한 7억원만 날라가게 생겼다.

 

영업점포를 인수할 때는 대단히 조심해야 한다. 우선 실제로 영업이 잘 되는지 철저하게 확인해야 한다. 양도하는 사람은 영업이 잘 된다고 거짓말을 하여 비싼 값을 받으려고 한다. 사우나 같은 경우에는 무료입장권을 나누어 주면 손님을 일시적으로 많아 보인다. 매출장부 같은 것을 허위로 꾸며 보여주기도 한다. 중간에서 소개하는 사람은 소개비를 받기 위해 내용도 잘 모르면서 과장해서 말하기도 한다. 

 

사우나 영업은 나름대로 복잡한 영업점과의 내부관계도 있다. 아무나 쉽게 할 수 있는 영업이 아니다. 더군다나 은행빚을 인수 받아 영업을 해서 이자를 상환하려는 계획은 대단히 위험하다. 영업이 잘 안될 경우 대책이 없기 때문이다. 나중에 법적으로 문제를 삼아도 사기죄가 성립하기 어렵다.

 

결국 다른 사람들이 영업을 하는 것을 피상적으로 보고 무턱대고 뛰어들었다가는 손해를 보게 된다. 차분히 시간을 가지고 꼼꼼히 따져 정말로 이익을 낼 수 있는 장소인가, 스스로 영업을 잘 할 수 있는지 여부를 확인한 후 영업점포를 인수해야 한다. 그래야 손해를 보지 않고 성공할 수 있다. 

                                    주식으로 망한 사람

 

 

 

                                                                                           가을사랑

 

 

영수 씨는 중소기업체를 운영하고 있었다. 그는 열심히 사업을 해서 20억 원 정도를 벌어 놓았다. 그래서 고향 선배들 중 공직에 있는 사람들도 가끔 찾아가서 친분을 쌓았다. 함께 식사도 하고 술도 마셨다.

 

명절 때는 굴비상자를 선물도 하곤 했다. 특별히 무슨 부탁을 하기 위한 것은 아니었다. 그냥 자신이 사업을 해서 돈을 버니까 공직에 있는 고향 선배들이 좋아 보였고, 그래서 돈을 조금씩 써 가면서 인간적인 교류를 하고 지냈던 것이었다. 

 

그러다가 8년 전에 우연히 주식을 알게 되었다. 누가 소개를 해서 알게 된 증권회사 지점에서 근무하든 김 대리가 주식 관리를 잘 해주겠다고 해서 돈을 5천만원을 맡겼다. 그런데 불과 한 달만에 몇백만원만 남기고 돈을 날렸다.

 

영수 씨는 이때부터 오기가 나서 직접 주식공부를 해서 뛰어 들었다. 처음에는 약간 돈을 벌기도 했으나, 시간이 가면서 주식은 장난이 아니었다. 그러다 결국 거의 전 재산을 날리고 사업도 못하게 되었다. 겨우 집 한채만 남기고 생활이 빠듯하게 되었다. 그는 택시운전을 하기 시작했다.

 

 

주식해서 많은 돈을 날린 생각을 하면 자다가도 일어나 분해했다. 증권회사 대리를 인간적으로 원망도 많이 했다. 그러나 어쩔 수도 없는 일이었다. 부인도 수 없이 원망을 했으나 워낙 착한 사람이라 그냥 순종하고 살아가고 있었다.

 

그러다가 어느 날 택시에 탄 손님을 만났는데 자신의 고향선배로서 공직에 있는 사람이었다. 영수 씨는 뒤를 돌아보지 않고 백미러를 돌리고 모른 체 했다. 음성도 다른 사람처럼 조용히 말하고 손님을 내려주었다. 자신이 많이 찾아가 술도 사고 식사대접도 했던 사람이었다. 차마 운전을 하고 있는 모습을 보여줄 수가 없었다고 한다.

 

물론 택시 운전을 하는 모습을 보여줘도 아무 문제는 없었지만, 순간적으로 그런 생각이 들어 그런 태도를 보였다고 한다. 지금은 60세가 넘은 상황에서 다시 돈을 버는 일도 쉽지 않다.

 

주식은 아무나 하는 게 아니다. 어설피 시작하는 아마추어는 아주 적은 범위 내에서 주식투자를 해야 한다. 도박 수준으로 전 재산을 걸고 하는 것은 대단히 위험한 일이다.

 

                          어음할인은 매우 위험한 방법이다

 

 


철수 씨는 퇴직금 등을 모아 2억 원을 가지고 있었다. 어느 날 사업을 잘 하고 있다는 고등학교 친구를 만났다. 친구는 자신의 회사에서 생산하는 물품을 납품하고 거래처로부터 받은 약속어음을 할인해 주면 높은 이자를 받을 수 있다고 제안하였다.

 

월 3부 이자로 3개월 동안 선이자 1800만 원을 공제하고 3개월 후 지급기일에 틀림없이 결제해 준다는 것이었다. 친구 회사는 경영이 잘 되어 날로 번창하고 있다는 취지였다. 철수 씨는 은행이자가 너무 적어 은행에 예금하고 있어야 거의 이자가 없는 상황에서 솔깃하고 친구에게 돈 1억8천200만 원을 빌려 주었다. 그 대가로 약속어음을 2억 원 짜리 1매를 받았다.

 

그런데 지급기일에 은행에 지급제시를 했으나 자금부족으로 어음은 부도가 나고 말았다. 어음을 발행한 회사는 부도가 났고, 곧 이어 친구의 회사도 부도가 났다. 철수 씨는 어음발행인을 상대로 사기죄로 형사고소를 했으나 무혐의처분이 되었다. 민사소송을 제기했으나 회사는 자산보다 부채가 많아 판결을 받아야 강제집행할 재산을 거의 없었다. 결국 철수 씨는 높은 이자를 받으려고 약속어음을 받고 할인을 해 주었으나 돈을 모두 날리고 말았다.

 

많은 사람들이 약속어음을 받고 이를 담보로 돈을 빌려 준다. 약속어음은 그야말로 채무의 변제를 약속하는 증서에 불과하다. 자금이 없으면 지급하지 못한다. 그로 인한 책임은 민사책임을 진다. 민사책임은 재산이 없으면 아무 의미도 없다.

 

수표와 달리 어음을 부도낸 것만으로는 처벌이 되지 않는다. 어음을 발행해서 이를 담보로 돈을 빌릴 당시에 그러한 채무를 지급할 의사나 능력이 없다는 사실이 증명이 되어야 사기죄로 처벌할 수 있다.

 

사업을 하는 사람들은 이런 지급의 의사와 능력을 교묘하게 거짓말로 꾸며 검사를 속이기 때문에 사기죄의 법망을 빠져나가는 경우가 많다. 결국 돈을 떼어 먹히고 억울한 피해를 당하게 되는 것이다. 약속어음을 담보로 돈을 빌려 주려면 어음의 결제능력을 철저하게 따져 보아야 한다.  

'사기방지법' 카테고리의 다른 글

스타박스에서의 커피 한잔  (0) 2005.07.12
영업점포를 인수할 때 조심하라  (0) 2005.06.28
주식으로 망한 사람  (0) 2005.06.23
회사 주식 인수형태 투자의 위험성  (0) 2005.06.20
스코틀랜드 공작  (0) 2005.06.08
 

                       회사 주식 인수형태 투자의 위험성

 


철수 씨는 영자 씨가 특허기술을 가지고 있는 좋은 사업을 한다고 해서 솔깃하게 되었다. 영자 씨는 이미 회사를 만들어 운영하고 있었다. 현재 자금이 조금 부족한 데 매출은 아주 자신 있다. 정부 기관에서 특허기술을 높이 평가해서 엄청난 양을 주문할 예정이라고 했다.

 

철수 씨는 영자 씨가 같은 사교모임의 회원이고 BMW를 타고 다니는 등 재력도 있어 보였고 신용도 있어 보여 3억 원을 투자했다. 영자 씨가 대표이사로 있는 회사의 주식을 2배수로 계산해서 들어갔다. 그런데 시간이 가면서 회사 운영은 어려워졌고, 영자 씨는 회사를 그만 두었다.

 

철수 씨는 회사의 주식만 가지고 있는 상태였고, 사기죄도 성립하지 않는 상태에서 아무런 손해배상도 받을 수 없게 되었다. 회사 경영 악화로 부도가 난 경우 형사처벌은 매우 어렵다. 회사에 출자한 경우 대표이사 개인은 법률상 손해배상책임이 없다.

 

주식회사의 경우에 회사의 경영권은 주주총회의 의결을 통해 과반수의 주식을 보유한 주주에 의해 행사된다. 소액주주는 아무런 권한이 없다. 회사 경영에 직접 참여하지 않으면 회사 내부 사정을 알기도 어렵다.

 

주식회사에 투자하는 형태는 주식을 소유하는 방법으로 이루어진다. 주식이란 회사의 자산가치를 나타내는 의미가 있지만, 회사 경영이 악화되어 부도가 나면 아무런 가치도 없는 휴지조각이 된다.

 

돈만 대고 기술을 모르거나 직접 경영에 참여할 여건이 되지 않는 사람은 절대로 투자해서는 안 된다. 무조건 나중에 손해를 보게 되어 있다. 아무런 배상도 받을 수 없게 된다. 사업은 직접 경영에 참여하여 100% 올인을 해야 겨우 성과가 날 가능성이  있게 된다.

 

단순히 자본만 대고 경영에 참여할 사정이 못 되거나 사업내용을 잘 모르는 경우에는 실제 경영을 하고 있는 사람에게 배신을 당한다. 정 투자하고 싶으면 개인적인 책임을 확실하게 보장 받는 방법으로 회사 대표이사 개인의 보증을 받고 투자하면 된다. 

 

*** 가을사랑 씀

'사기방지법' 카테고리의 다른 글

스타박스에서의 커피 한잔  (0) 2005.07.12
영업점포를 인수할 때 조심하라  (0) 2005.06.28
주식으로 망한 사람  (0) 2005.06.23
어음할인은 매우 위험한 방법이다  (0) 2005.06.20
스코틀랜드 공작  (0) 2005.06.08
                     스코틀랜드 공작


첫눈이 내리고 있었다. 첫눈이 내리면 사람들은 모두 동화 속으로 들어간다.  하늘에서 소리 없이 내리는 하얀 눈 송이를 보노라면 현실이라는 진흙투성이에서 벗어나 청순한 마음이 된다. 신라호텔 로비에서 바라보는 눈이 내리는 모습은 더 없이 아름다웠다.

 

이런 아름다운 정경을 보면 문득 베르그송의 말이 생각났다. 정신은 천상의 세계를 향한 가벼운 상승의 속성을 지닌다. 반면에 육체는 현실의 중력권으로 향하는 무거운 하강의 속성을 지닌다. 정신은 하늘로 올라가고 육체는 땅으로 내려온다는 말이다.

 

이런 두 가지 정 반대되는 정신과 육체를 소유하고 잇는 인간은 현실에 발을 딛고 살아가면서 동시에 천상의 세계를 꿈꾸게 된다. 대립되는 속성을 함께 지닌 모순이다. 인간의 삶에서 나타나는 모든 번뇌와 갈등은 베르그송이 제시하고 있는 인간의 존재론적 역설에서 비롯되고 있다.

 

요새는 외제차를 거리에서 쉽게 볼 수 있지만 예전에는 그렇지 않았다. 그러나 고급 호텔에 가면 외제차가 자주 눈에 띈다. 최상류층의 사람들이 특히 많이 이용하는 호텔에 가면 더욱 그렇다. 신라호텔이나 하이야트호텔 같은 곳이 그렇다.

 

BMW를 타고 온 여자 손님이 발레파킹을 하고 호텔 로비로 들어선다. 외제차를 타고 고급 호텔에 오는 여자들의 모습은 대부분 매우 세련되어 보였다. 날씬한 몸매에 매력적인 얼굴, 세련된 모습은 보는 사람들로 하여금 아름다움을 느끼게 하는데 충분했다.

 

이때 말쑥하게 생긴 청년이 멋있는 정장을 하고 그 여자 손님을 먼 곳에서 유심히 관찰하고 있었다. 머리에는 무스를 발랐다. 매우 세련되고 교양있게 보였다. 옆에는 영어잡지인 타임(Time)지를 끼고 있었다. 그 청년은 여자 손님에게 다가가 정중하게 인사를 한다.

 

“사모님, 말씀 좀 여쭙겠는데요? 저는 미국에서 공부하고 있는 재미교포 대학생입니다. 죄송하지만, 여기서 양수리를 가려면 어떻게 가야 하지요?”

깨끗한 옷차림에 세련된 매너를 가지고 있었다. 언뜻 봐도 그가 한국에 온지 얼마 안되는 재미교포같았다.

 

“글쎄요. 잘 모르겠네요. 호텔 종업원에게 물어보세요.”

신라호텔에서 양수리 가는 길을 가르켜 준다는 것은 누구도 쉽지 않은 일이다. 보통사람들이 어떻게 그 질문에 답할 수 있겠는가? 애당초 불가능한 질문을 던지고 있는 것이다. 그런 답변을 한 여자 손님은 그냥 커피숍으로 들어간다.

 

강일은 고급 외제차를 혼자 운전하고 오는 여자 손님들만을 상대로 계속해서 이런 식으로 말을 붙여본다. 열번 찍어 안 넘어가는 나무는 없다. 끊임 없이 노력하면 언젠가는 성공하게 된다.

 

자꾸 해 보면 테크닉도 늘게 된다. 그런 확신을 가지고 계속 말을 붙여보는 것이다. 로비에서 계속 기다리다가 일을 마치고 나오는 여자 손님에게 다시 말을 건다.

 

“아 아까 뵈었던 분이시지요. 이제야 일이 끝나신 모양이군요. 저는 미국에서 태어나 한국 사정을 전혀 모릅니다. 혹시 시간이 있으시면 잠시만 시간을 내주시면 고맙겠습니다. 제가 차 한잔 대접할게요.”

 

대부분의 여자들은 시간이 없다면서 그냥 간다. 처음 보는 남자에게 시간을 허락한다는 것이 부담스럽기도 하다. 다른 일정 때문에 가야할 사람도 있다. 그런데 아주 드물게 강일의 이러한 제의를 받아들이는 여자가 있다. 그날 따라 기분이 안 좋은 일이 있었다든가, 아니면 갑자기 약속이 펑크가 나서 시간이 있다든가, 아니면 아주 기분 좋은 일이 있다든가 할 때다.

 

강일에게 시간을 잠시 내 준 여자는 커피숍에서 편한 대화시간을 갖는다. 강일은 먼저 자신의 소개를 한다. 자신은 미국에서 태어나 계속 살았다. 아버지가 미국에 이민가서 부동산 투자로 엄청난 돈을 벌었다. 그래서 스코틀랜드에 몇 천억원의 투자를 했다.

 

스코틀랜드에서는 아버지에게 백작 칭호를 수여했다. 그리고 자신은 공작 칭호를 받았다고 한다. 실제로는 공작이 백작보다 높은 칭호인데 강일은 그런 사실도 잘 모르고 있었다.

 

자신은 미국의 스탠포드 대학에서 19세기 영국 영문학을 전공하고 있다. 에밀 브론테가 쓴 소설 폭풍의 언덕을 원서로 공부하고 있다고 한다. 폭풍의 언덕이라는 소설은 사랑의 이야기를 쓴 명작이다. 자신은 그 소설을 현재 영어 원서로 공부하고 있다면서 그 사랑의 스토리에 감명을 받았다고 한다. 자기도 그런 사랑을 하고 싶다고 한다. 그 소설의 내용을 아주 상세하게 설명한다.

 

그날 따라 이상야릇한 심리상태에 있는 여자는 멋있게 생긴 젊은 남자가 영어 원서로 공부하고 있는 사랑의 스토리에 관한 소설을 실감있게 설명하는 것을 듣고 있자니 별로 나쁘지 않은 느낌이었다.

 

그러면서 강일은 어느 정도 여자의 반응을 본 다음 자신의 아버지가 고국에 가서 뜻있는 사업을 할 것이 있는지 알아 보라고 해서 왔다. 일차로 100억 원 정도로 시작해 보라고 했다. 그래서 경치가 아름다운 양수리라는 곳에 스코틀랜드 스타일로 호텔을 멋있게 지어보고 싶다고 했다. 호텔 이름은 폭풍의 언덕으로 지으려고 한다고 했다. 그런데 한국 사람들은 사기를 잘 치기 때문에 자신은 아무에게도 상의할 수가 없다고 한다.

 

이 말에 솔깃한 여자는 마음이 동했다. 강일과 함께 양수리에 가서 경치 좋은 스코틀랜드 풍의 멋있는 호텔을 짓는데 일조를 할 생각으로 안내를 하기로 했다.

 

그런데 강일은 여자에게 자신은 미국에서 벤츠 600을 운전하고 다니지만 한국에 와서는 일부러 차를 운전하지 않는다고 했다. 한국 도로사정이 나쁘고 운전자들이 난폭운전을 해서 도저히 할 자신이 없다는 것이었다.

 

그러자 여자는 자신의 외제차로 강일을 태우고 안내를 한다. 그러면서 강일의 초호화판 생활에 관해 이런 저런 이야기를 들으며 환상에 빠진다. 이런 남자를 알아 두면 손해볼 것은 없을 것 같았다. 몇 차례 양수리에 가서 드라이브를 하고 환상적인 호텔 사업에 관해 이야기를 나누다가 술을 마시고 두 사람은 자연스럽게 육체관계를 맺게 된다.

 

강일은 아버지가 사업자금을 일차로 10억 원을 송금했는데 외환관리법 때문에 찾는데 시간이 지연된다는 이유로 여자에게 돈을 빌려 쓴다. 여자는 며칠 있으면 10억 원을 찾는다는 말에 돈을 빌려준다. 그러나 이것은 철저한 사기였다.

 

강일은 이런 사기행위를 계속해서 되풀이했다. 날이 갈수록 사기방법은 세련되고 대담해졌다. 많은 여자들이 이런 수법에 사기를 당했다. 한 사람에게서 많은 돈을 뜯는 것도 아니었다. 대개 몇 십만 원 내지 몇 백만 원의 사기행각이었다.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