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기를 당하지 않는 지혜
가을사랑
<머 리 말>
사기의 역사는 인류의 역사와 같이 한다. 거짓말로 속여 남의 재산을 빼앗는 사기범은 악질적이며 고질적인 범죄다. 지금 이 시간에도 수많은 사기행위가 벌어지고 있다. 우리나라처럼 사기사건이 많이 벌어지고 있는 나라도 드물다. 금전차용사기, 부동산사기, 동업사기, 애정사기, 꽃뱀, 제비족, 물품사기, 다단계사기, 금융사기, 취업사기, 공무원자격사칭사기, 결혼사기, 도박사기, 인터넷사기 등 수많은 유형의 사기사건이 계속되고 있다.
사기범은 속으로 쾌재를 부르며 돈을 챙긴다. 피해자는 속고 있다는 사실을 모른 채 사기범을 은인으로, 자신을 도와주는 천사로 생각하고 고마운 마음을 가진다. 그러다 시간이 흐르면 사기범의 정체가 드러난다. 그때서야 땅을 치고 후회하게 된다.
세상을 살다 보면 누구나 사기를 당하게 된다. 사회생활을 하면서 사람들의 속을 잘 모르고 경험이 없기 때문에 시행착오를 겪게 된다. 사기를 당하면 많은 것을 잃는다. 재산을 손해 보고, 사업이 망한다. 가정도 엉망이 된다. 남는 것은 인간에 대한 배신감과 절망뿐이다.
왜 사기를 당하게 되는가? 그것은 남을 너무 쉽게 믿기 때문이다. 믿음을 준다는 것은 힘을 넘겨주는 것을 의미한다. 재산을 맡기는 것이다. 믿음을 얻은 사람은 힘과 재산을 넘겨받아 행사한다. 그 과정에서 자신의 이익을 챙긴다. 이것이 사기의 기본 원리다.
사기를 당하는 또 다른 이유는 허황된 욕심을 부리기 때문이다. 손쉽게 돈을 벌려다 당한다. 어떻게 단기간 내에 큰 돈을 벌 수 있겠는가? 사람들이 무엇 때문에 열심히 일을 해서 남에게 이익을 넘겨주겠는가? 어림도 없는 일이다. 모두 세상 이치를 깨닫지 못하고 욕심을 부리다 거꾸로 당하는 것이다.
많은 사람들이 사기를 당하고 발을 동동 구른다. 형사고소를 한다. 그러나 사건은 쉽게 해결되지 않는다. 구체적인 사실에 대한 입증도 쉽지 않다. 모든 거래는 믿는 가운데 아무런 증빙자료 없이 이루어졌기 때문이다. 사기범은 모든 것을 거짓말한다. 대질과정에서 사람이 얼마나 나쁠 수 있는지 그때서야 비로소 깨닫게 된다. 고소사건을 맡은 경찰관과 검사의 소극적인 태도를 보면 더욱 울화통이 치민다.
고소인이 아무리 억울하다고 해도 사기범의 거짓말을 받아들여 무혐의결정을 한다. 억울하면 항고를 하라는 취지다. 고소인은 항고를 한다. 재항고를 한다. 모두 기각된다. 이러다 보니 사회 전반에 대한 불신이 강하게 생긴다.
민사소송 역시 하나마나다. 사기범들은 애당초 재산을 자기 앞으로 해놓지 않기 때문이다. 판결문을 받아야 휴지조각이 된다. 강제집행을 할 수 없는 판결은 아무런 의미가 없다. 소송비용만 날릴 뿐이다.
사기범은 이렇게 교묘하게 법망을 빠져나간다. 재산을 다른 사람 앞으로 돌려 놓고, 좋은 차를 타고 다니며 고급 아파트에서 생활한다. 사업자 명의를 다른 사람으로 바꿔 또 다시 사업을 한다. 한번 법망을 빠져 나간 사기범은 계속해서 사기를 친다. 더욱 자신감을 가지고 규모를 넓혀 나간다.
사기를 친 돈이 있기 때문에 주변에는 여전히 사람들이 모이게 된다. 사기범들은 권력 있는 사람들과의 친분관계도 형성한다. 공무원도 매수한다. 돈이 있고 편하게 해주기 때문이다. 이것이 우리 사회의 어두운 현실이다.
그러면 사기를 당하지 않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하는가? 먼저 사람을 잘 분별해야 한다. 거래할 때 다른 사람의 의도를 잘 파악해야 한다. 세상에는 만나야 할 사람과 만나지 말아야 할 사람이 있다. 자신에게 손해를 입힐 사람은 애당초 상대하지 말아야 한다. 재산문제는 남에게 맡기지 말고 자신이 직접 철저하게 확인해야 한다. 모든 것을 문서화하고 사전에 증거를 확보해 두어야 한다. 중요한 재산거래에는 이것이 필수다.
우리 사회는 속고 속이는 사회에서 서로 믿고 사는 신뢰사회로 바뀌어야 한다. 남을 속이는 사람은 발 붙이지 못하도록 해야 한다. 사기범은 철저하게 수사해서 엄벌해야 한다. 이것이 선진사회로 나아가는 첩경이다. 신용사회! 그것은 우리 모두가 노력해야 이루어질 수 있다.
나는 1982년 9월 검사로 발령받아 16년 동안 검사생활을 하면서 수많은 사기사건을 수사했다. 그런 과정에서 죄질 나쁜 사기범들과 치열한 싸움을 해야 했다. 사기범들의 교묘한 사기수법에 감탄하면서 그들이 사기 치지 않았다고 하는 변명이 거짓임을 밝혀내기 위해 끈질기게 노력했다. 경찰에서 무혐의 의견으로 송치해 온 사건을 재수사하여 혐의를 밝혀 구속한 사건도 꽤나 많았다. 이 과정에서 사기사건을 어떻게 하면 입증할 수 있는지 많은 연구를 했다.
1998년 8월 변호사 개업을 한 후 지금까지 형사전문변호사로서 활동하면서 사기피해자들의 권리구제를 위해 고소대리사건을 많이 맡았다. 고소인들은 사기를 당한 후 피해를 배상받기 위해 울부짖고 있는 사람들이었다. 그들과 함께 머리를 맞대고 어떻게 하면 사기죄에 대한 입증을 제대로 할 수 있는가를 연구했다. 이 책은 수많은 사기사건 처리과정을 통해 내가 검사로서 또는 변호사로서 터득한 사기의 기본 원리와 사기를 당하지 않기 위한 비결을 쓴 것이다.
나는 지금까지 오랜 세월 법조인생활을 하면서 연구한 끝에 사기에 관한 세 가지 도(道)를 깨우쳤다. 첫째, 왜 사기를 당하게 되는가? 둘째, 사기를 당하지 않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하는가? 셋째, 사기를 당했을 때 어떻게 해야 하는가? 다시 말하면 사기로부터 자신을 보호하기 위한 체계적인 방법론과 철학을 정립하였다.
사기범들은 오늘도 교묘한 수법으로 우리를 노리고 있다. 공중을 맴돌면서 먹이를 낚아채려고 호시탐탐 기회를 노리고 있는 솔개처럼 말이다. 우리 모두 현명하고 분별력 있게 처신하여 피해를 보는 일이 없도록 해야 한다. 이 책이 사회생활을 하면서 사기를 당하지 않기 위한 예방주사의 역할을 하고, 사기를 당한 사람들의 권리구제를 위한 안내서로서 자리를 잡았으면 하는 바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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