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7. 이혼한 다음, 건달만 만나는 운명인 슬픈 여자

 

부부간에 싸움을 오래 하다 보면 상대방의 말이 점점 비위에 거슬리게 되고, 미워지기 시작한다. 똑 같은 말을 되풀이하면서 싸우게 되면 감정이 나빠지고, 극단적인 경우에는 상대방의 얼굴이 동물처럼 보이기도 한다.

 

이러다가 큰 일이 벌어진다. 어느 한쪽이 빨리 수그러들지 않으면 끝장을 보게 된다. 물건을 집어 던지고, 폭행을 가하고, 머리카락을 뽑는다. 극도로 흥분하면 이성을 잃고 야구방망이나 부엌칼을 휘두른다. 급소에 맞으면 죽기도 한다.

 

한쪽은 죽고 한쪽은 징역을 산다. 아이들은 어떻게 되는가? 한 집안이 순식간에 풍지박살난다. 가끔 부부싸움을 하다가 살인을 저지르는 기사가 나기도 한다. 정말 안타까운 일이다.

 

그래서 부부싸움을 할 때 조심해야 한다. 사람의 감정은 어느 한 순간에 폭발할 수 있다. 흥분하면 이성을 잃어버린다. 물불을 가리지 않는다. 싸우더라도 상대방이 어느 선을 넘어버리면 즉시 항복하거나 피해야 한다. 위험을 무릅쓰고 싸우는 것은 정말로 어리석다.

 

이혼을 하면 될 것을 폭행, 살인, 가재도구파손 등의 야만적인 행동을 하면 나중에 엄청난 후회를 한다. 부부싸움을 하더라도 한계를 가지고 싸워야 한다. 아내를 상습적으로 폭행하는 남편이 아내를 실컷 두들겨 팬 다음 술을 마시고 잠을 자다가 아내에 의해 살해당하는 불행한 사건도 종종 일어난다.

 

결국 미경은 10년 만에 이혼을 하고 말았다. 그것도 건달이 쉽게 협의이혼을 해주지 않는 바람에 변호사를 선임해서 겨우 이혼판결을 받았다. 이혼하면서 그때까지 번 돈 절반도 빼앗기고 말았다.

 

미경은 너무 억울했다. 그때 보니 법도 법이 아니었다. 무능력하고 무책임한 남자를 잘못 만나서 10년 간 고생했는데, 무엇 때문에 재산을 반이나 빼앗기고, 이혼녀로 낙인 찍혀야 하는지 이해가 가지 않았다.

 

이혼소송을 하면서 느낀 것은 판사들은 남의 아픈 마음을 전혀 헤아릴 의사가 없는 것 같았다. 기계적으로 재판하고, 여자가 고생해서 번 돈과 남자가 번 돈을 아주 똑 같은 잣대로 생각하고 있었다.

 

미경은 이혼한 다음, 한 동안은 남자를 쳐다보지도 않았다. 미용실에 단골로 오는 남자 손님들도 이상하게 싫어졌다. 마지못해 남자 미용을 해주어도 속으로는 남자라는 동물에 대해 본능적으로 거부반응이 일었다.

 

그러다가 1년이 지나자 미경은 옛날 생각은 까맣게 잊어버리고 새로운 남자를 만났다. 이상하게 거친 스타일의 남자에게 빠졌다. 미경이 넘어가는 남자들은 대개 이랬다. 돈도 없고 사회적 능력은 없는데, 의리 있는 것처럼 보이면 호감이 갔다.

 

여자를 위해 목숨을 바칠 것 같은 남자, 머릿속은 비어 있는데 술을 마시면 눈물을 흘리는 남자, 여자가 속상해 하면 끝까지 옆에 있어주고 집에도 들어가지 않는 남자, 운동을 좋아해서 근육이 튼튼한 남자, 골프에 빠진 남자, 노래방에 가서 애절한 노래를 감정을 실어 혼자 심취해 부르는 남자를 좋아했다.

 

그 대신 정치 이야기만 하는 남자, 종교에 심취해 있는 남자, 돈의 노예가 되어 죽을 때 돈을 가지고 가려는 남자, 운동을 너무 하지 않아서 지하철 계단을 빨리 오르지 못하는 남자는 싫어했다.

 

그래서 이혼한 다음에도 대체로 그런 스타일의 남자를 만났다. 하지만 전생에 무슨 잘못을 많이 했는지, 만나는 남자마다 시간이 지나면 실망스럽고 미경에게 폭력을 행사하거나 자해를 했다. 물건을 집어던지고 때려 부쉈다.

 

그런 남자들은 법도 소용이 없었다. 성질대로 살고, 잘못되면 감방에 가도 좋다는 배짱이었다. 미경은 쉽게 그런 남자들을 경찰에 신고할 수도 없었다. 미용실을 크게 하고 있는 공인이었기 때문이었다.

 

한번 이혼한 다음에는 더욱 그랬다. 남자 때문에 사회적으로 남의 입방아에 오르내리고 싶지 않았다. 그래서 대개 몇 달 사귀다 헤어졌다. 그리고 한 동안은 굳게 결심을 하고 죽을 때까지 남자 친구를 두지 않기로 했다. 몇 번이고 다짐했다. ‘앞으로 한 번 더 애인을 두면 내 성을 갈겠다.’

 

미경은 언젠가 사주역학을 잘 보는 사람에게 찾아갔다. 가까운 여자 친구와 둘이서 사주관상을 봐달라고 했다. 그랬더니 그 용하다는 역학자가 심각한 표정으로 말했다.

 

“자네는 전생에 남의 첩으로 살았어. 그때 자네 때문에 본처가 제명에 못 죽었어. 그래서 지금 벌을 받고 있는 거야. 지금까지 만났던 남자들이 다 놈팽이고, 건달이었을 거야. 그렇지? 뻔해. 내 눈은 못 속여. 그리고 앞으로도 그런 놈들만 나타날 거야. 조심해야 해. 그렇지 않으면 제명에 못 죽어.”

 

미경은 놀랐다. 지금까지 여러 사람을 만나서 자신의 사주와 관상, 과거와 미래에 대해 물어보고 들어보았지만 지금처럼 현미경으로 들여다보듯이 정확하게 진단하고 맞추는 사람은 처음이었다.

“그래서 이제는 더 이상 남자를 만나면 안 되는 거예요. 그냥 평생을 혼자 살아야 해요?”

 

역학자는 잠시 눈을 감고 무엇을 따져보는 듯 했다. 미경의 일행을 밖에 나가 있으라고 했다. 한 30분 정도 역학자는 방안에서 혼자서 큰 소리로 기도를 하는 것 같았다. 딸랑거리는 소리도 나고, 무언가 부르짖는 소리도 들렸다. 그런 다음 미경을 들어오라고 했다.

 

“금년 가을에 괜찮은 사람이 나타나. 그 사람은 좋은 사람이야. 자네하고 잘 맞아. 그 사람을 놓치면 안 돼. 잘 잡아. 그 사람은 책을 많이 보고 공부를 많이 한 남자야.”

 

미경은 이 말이 뇌리 속에 박혔다. ‘금년 가을. 많이 배운 남자!’ 무언가 운명의 기적소리가 들리고, 백마 탄 왕자가 몸을 단정하게 한 공주를 찾아 빠른 속도로 달려오고 있는 것을 감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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