멈출 수가 없네요

 

그는 잠에서 깨어나 마굿간으로 간다. 건장한 말에 올라탄다. 비장한 각오를 하고 서쪽으로 향한다. 확실한 그 무엇을 손에 쥘 때까지는 돌아오지 않겠다는 다짐을 하면서 말을 달린다.

 

말발굽소리가 새벽 정적을 깨뜨린다. 풀벌레소리도 숨을 죽인다. 아직 해가 뜨지 않아 길은 컴컴하다. 새벽이 열리는 길에는 안개비가 내리고 있다. 앞이 제대로 보이지 않는 상황에서도 가슴 속에는 뜨거운 기운이 흐르고 있다. 오직 한 곳을 향해 전진할 뿐이다.

 

한낮의 뜨거운 태양도 길을 막지는 못했다. 밤이슬을 맞으며 초원에 누워 깊은 잠에 빠졌을 때에도 그는 꿈을 포기하지 않았다. 그런 시간이 계속되면서 병이 들었다. 다시는 회복할 수 없는 상태로 서서히 죽어가고 있었다.

 

더 이상 움직일 수 없는 상태에서 꿈을 꾸었다. 그가 가장 안타깝게 생각하는 것은 무엇이었을까? 그것은 그가 오직 한 곳만 바라보고 있었다는 것이었다. 그토록 많은 시간, 넒은 세상을 달려왔는데, 그는 아주 제한된 공간만이 우주의 전부라고 믿고 왔다.

 

그는 자신의 시계의 유한성, 사고의 한계를 깨달았다. 그는 절망했다. 그는 절망 속에서 삶을 마감하면서도 한곳만을 떠올렸다.

 

세상이 내게 미쳤다 말해도/ 멈출 수가 없네요 / 사랑이 내게 거두라 말해도/ 그댈 단념할 수 없어요/ 사는 동안 처음이었죠 마지막이겠죠/ 나의 심장까지 파고든 사람/ 그대 향해 가는 길 험난할 걸 알기에/ 외면하려고 몸부림쳤지만’(민경훈, 아프니까 사랑이죠, 가사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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