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일홍

 

연한 분홍빛으로 피어난

백일홍 앞에서

너의 순정을 느꼈다

 

무섭게 비가 쏟아지던 밤

떨어지는 꽃잎처럼

우리는 부둥켜 안은 채 울었다

 

그렇게 시간은 갔다

바닷가 겨울 나목 앞에서

운명이라고 믿었던

너와 나의 관계

파도에 떠밀려 흔적도 없이 사라지고

다시 삶의 무게를 느끼며

말없이 강변을 걷는다

 

멀리 물안개가 피고

흩어졌던 시선은 다시

너의 가슴으로 모아진다

 

아무리 차갑게 식어도

한때 쏟았던 정은 남아있겠지

어리석은 미련을 따라

내 작은 배는 어디론가 떠난다

 

그래 믿어도 될 거야

진심은 진심을 껴안고

허망한 사랑은 소멸해도

조그만 진실은 남는 거야

 

오직 하나의 소망은

정말 사랑했다는 거야

 

(후기)

사랑이 떠난 다음에 남겨지는 것!

가을 낙엽 같은 쓸쓸함,

겨울비 같은 거추장스러움.

 

모든 것은 파도에 떠밀려가리라.

내 몸과 마음에 묻혀졌던 얼룩을 털어내고

다시 파란 하늘을 본다.

 

사랑의 노예에서 벗어나

새로운 자유를 느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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