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의 불륜으로 부부 사이는 돌이킬 수 없는 파탄상태가 되다
성에 관해서는 오늘 날 많이 개방되었을 뿐 아니라, 아주 정도가 심하지만 않으면 그것을 문제 삼는 사람이 오히려 시대착오적이고 이상하게 보일 수 있다. 남자가 결혼한 다음 여자의 처녀성을 문제 삼으면, 그는 아무에게도 동정을 받지 못한다. 오히려 도덕적으로 비난 받는다. 법원에 가도 혼전 성관계는 이혼사유도 되지 않는다.
생충은 최근에 경희가 의심스러웠다. 전과 많이 달라진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생충의 행동에 대해서 전혀 관심을 가지지 않았다. 그냥 경희는 생충이 돈을 벌어다주고, 집에서 잠을 자는 남자 정도로만 생각하는 것 같았다. 그래서 아무래도 이상한 것 같아서 흥신소를 찾아갔다. 돈을 주고 사건을 맡겼다. 그랬더니 아니나 다를까 흥신소에선는 경희가 영식을 만나서 모텔을 다니는 사실을 뒷조사해서 알려주었고, 그 때문에 영식은 경희가 있는 모텔을 찾아가서 현장을 붙잡았던 것이다.
생충의 입장에서 막상 간통현장을 목격하고 나니 그때까지 머릿속으로만 상상하고 있던 것과는 전혀 다른 반응이 나타났다. 본인이 직접 현장을 보지 못한 상태에서 자신의 부인이 과거에 결혼하기 전에 다른 남자와 육체관계를 했을 것이라고 믿고 생각했던 것과 이번에 직접 상대 남자와 모텔에서 그짓을 한 직후 현장을 덮친 것과는 하늘과 땅 차이였다.
생충의 입장에서 볼 때 경희가 바람을 핀 이번 남자, 영식은 생충보다 훨씬 체격도 건장해 보였고, 남자답게 보였기 때문에 이런 상대적인 콤플렉스도 무의식적으로 크게 작용했다.
생충은 혼자 곰곰이 생각해 보았다. 이혼을 해야 할까? 별거를 할까? 아니면 아이 때문에 참고 살아야 할까? 이제는 도저히 예전처럼 한집에서 부부라고 하면서 같이 살 수는 없을 것 같았다. 너무 더럽다는 생각이 들었다. 모텔방에서 경희와 영식이 함께 섹스를 하고 있었다는 생각을 떠올리면 절대로 용납할 수 없었다.
생충이 경희에 대해 ‘더럽다’는 생각을 하는 것은 매우 정신적이고 추상적인 평가일 수밖에 없다. 경희가 남편 이외의 다른 남자와 연애를 하고, 섹스를 했다고 해서 경희 자신이 '더러워진 것‘은 아니다. 경희는 영식과 바람을 피기 전이나 바람을 핀 후나 아무런 변화가 없다. 육체적인 면에서도 없고, 정신적인 면에서도 없다. 경희가 더러워졌다거나, 더럽게 느껴진다는 것은 오직 배우자인 생충에 국한된 문제일 것이다.
이것이 사랑에 있어 중대한 모순이고 아이로니다. 일반인 입장에서도 비슷하다. 유명한 연예인이 결혼하고 수많은 염문을 뿌려도 더럽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많지 않다. 오직 그 연예인의 배우자만 인간 같지 않고, 더러운 인간이며, 위선자라고 확신하고 있을 것이다.
생충은 경희와의 관계에서 더 이상 애정은 남아있지 않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오직 증오만이 남았다. 사랑이 식으면 무관심이 된다. 때로는 그 사랑이 무서운 증오로 변하는 경우가 있다. 증오의 단계에까지 이르면 종전의 사랑은 식은 것이 아니라, 완전히 소멸한 것이 된다.
사랑의 사체는 새로운 증오의 기폭제가 되고, 핵폭탄과 같은 무서운 파괴력을 가진다. 그래서 사랑이 식는 경우에도 그것이 더 나아가 증오로까지 발전되지는 않도록 하는 것이 필요하다. 서로의 생존을 위해서, 서로의 파괴를 막기 위해서다.
그런데 다른 동업관계와 달리 결혼관계는 정리하는 것이 쉽지 않다. 사회적 체면이 있고, 주변에 가족이 있고, 더군다나 아이가 있기 때문이다. 원래 두 사람이 함께 활동하는 것을 모임 또는 단체라 한다. 경제적인 측면에서는 동업이다. 또는 공동사업이라고 한다.
우리 사회에는 아직 이런 동업관계가 역사가 짧기 때문에 성공하는 확률이 적다. 지금까지 동업해서 재벌 된 사람이 거의 없고, 중소규모의 동업은 대부분 깨지고 서로 소송하기 바쁘다. 아무리 작은 사업이라고 해도 혼자 해야지, 두 사람이 함께 하면 잘 돼도 깨지고, 못돼도 깨진다.
작은 규모의 호프집을 동업으로 해보라. 처음에는 가족 이상으로 가깝고, 평생 힘을 합쳐 성공하자고 혈서까지 써가면서 다짐을 한다. 하지만 불과 몇 달만 지나보라! 무슨 일이 생기는가? 장사가 되지 않고, 적자를 보게 되면 서로를 원망한다.
각자의 기여도가 적다고 불평한다. 먼저 시작하자고 제안한 사람을 탓한다. 반대로 장사가 잘 되어 보라! 서로 자기 때문에 돈을 버는데 기여도가 없는 상대에게 이익을 나누어 주는 게 아깝다.
경희는 식당에서 혼자 맥주를 마셨다. 술이 취했다. 어떤 의미에서는 술에 취하고 싶었다. 술에 취해 답답한 상황을 잊어버리고 싶었다. 새벽 2시가 다 되었다. 사람들은 조금씩 자리를 떠났다. 몇 테이블 밖에 손님이 없었다. 24시간 영업을 하는 곳이기 때문에 굳이 서둘러 일어날 필요는 없었다.
그래도 그곳에서 밤을 새울 수는 없었다. 피곤해서 모텔에 가서 잠을 잘까도 생각했지만, 지금 상황에서는 그러고도 싶지 않았다. 더군다나 모텔이라니! 아까 낮에 자신의 운명을 뒤바꾸게 만든 그 악몽은 바로 모텔방에서 있었던 일이다. 그러니 모텔은 생각만 해도 정이 떨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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