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기꾼을 용서할 수 있을까?
용서는 피해자가 하는 것이다. 피해를 당하지 않은 제3자가 하는 것이 아니다. 용서를 할 것인지는 피해자의 입장에서 생각해야 한다.
사기를 당했을 때 심정은 어떠한가? 직접 당해보지 않고서는 알 수 없다. 믿었던 사람에게 감쪽같이 당하고 사기꾼은 도망갔을 때, 그 답답함과 억울한 심정은 이루 말할 수 없다. 심장이 뛰고 잠을 자지 못한다. 세상이 깜깜해지고, 아무 말도 하고 싶지 않다.
어떻게 모은 돈인데! 아까워서 쓰지도 못하던 돈이다. 금싸라기 같은 돈을 한 입에 털어 넣었으니 일할 의욕도 사라진다. 마음 같아서는 사기범을 당장 두들겨 패고 싶다. 어떻게 복수를 해야 하나? 울분에 가득 찬 사람의 핏발 선 모습을 보라. 정말 무섭다.
사기를 당하면 화병이 난다. 화병(火病)이란 불안증, 우울증, 신체화증세 등이 복합적으로 나타나는 질환이다. 1996년 미국 정신과협회에서는 화병은 정신질환의 일종이라고 공인하였다. 사기피해자는 세상에 대한 비관론자가 되며 우울증에 걸린다.
우울증의 증세는 다음과 같다. ① 평소에는 아무렇지도 않은 일들이 갑자기 괴롭고 귀찮아진다. ② 식욕이 없어진다. ③ 울적한 기분을 해결할 수 없다고 느껴진다. ④ 정신이 집중되지 않는다.
⑤ 앞 일이 암담하게 느껴진다. ⑥ 잠을 설치게 된다. ⑦ 인생이 실패로 느껴진다. ⑧ 세상에 혼자라는 느낌이 든다. ⑨ 말수가 적어진다. ⑩ 다른 사람들이 차갑게 보이고 나를 싫어하는 것처럼 느껴진다.
사기를 당한 사람은 심지어 자살까지 한다. 오죽하면 자신의 목숨을 스스로 끊게 될까? 사기 당한 사람은 심한 고통을 받는다. 돈을 잃게 되어 경제적으로 어려움을 겪는다. 갑자기 커다란 돈을 잃게 되면 모든 생활이 엉망이 된다. 사업도 부도가 난다. 사람들을 불신하고 증오하게 된다.
사기꾼을 상대로 형사고소 하고, 민사소송을 하기 위해 쫓아다닌다. 그러다가 브로커에 속아 헛된 시간과 비용을 낭비하기도 한다. 오랜 기간 일에 집중하지 못한다. 몸과 마음이 망가진다. 얼마나 비경제적이고 어리석은 일인가?
이런 경우 피해자는 빨리 판단해야 한다. 받을 수 있는 것인지, 못 받을 것인지? 상대방 앞으로 재산이 없으면 민사재판을 해야 시간 낭비다. 판결문을 받아 놓아야 강제집행을 할 수 없으면 휴지조각이 된다. 형사고소도 마찬가지다.
시간이 가면서 피해자는 저절로 기가 꺽인다. 아무리 해도 방법이 없기 때문이다. 가슴 속에 한만 쌓인다. 세상에서 혼자 바보가 되었다는 비참함을 느낀다. 무기력해진다. 사람들이 무서워 보인다. 세상이 싫다. 죽고만 싶다. 사기범이 원망스럽다. 사기꾼을 증오하고 저주한다. 그러나 자신에게 돌아오는 것은 아무 것도 없다.
이래서는 안 된다. 자신만 더욱 바보가 될 뿐이다. 빨리 판단해서 할 수 있는 일과 할 수 없는 일을 구별하라. 잊을 것은 빨리 잊어라. 그것이 현명한 일이다. 건강에도 좋다. 세상에 한 두 번 사기 당하지 않고 사는 사람이 어디 있겠는가? 모두들 사기 당하고 또 살아간다는 사실을 생각하고 위로를 받아라. 용기를 가져라.
사기를 당해 몸과 마음까지 잃게 되면 자신만 손해다. 이럴 때는 빨리 잊어버리고 새 출발을 해야 한다. 사기범을 미워하는 만큼 자신에게 손해다. 그래서 하는 수 없이 용서해야 한다는 결론이 나온다. 스스로 살기 위해서는 비탄에서 빠져나와야 하고, 자신의 힘으로 변화시킬 수 없는 현실은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것이 현명하다.
그리고 인간의 본질에 대한 깊은 성찰이 필요하다. 사기꾼의 입장에 서서 이해하려고 노력할 필요도 있다. 오죽하면 사기를 쳤겠는가? 사기꾼은 그렇게라도 비겁하고 야비하게 돈을 벌어 세상을 살아야 할 입장일 수밖에 없는 것이 아니었겠는가라고 생각해 보는 것이다.
또한 자신에 대한 반성을 하는데 더 많은 비중을 두어야 한다. 사실 모든 일은 나 자신이 잘못해서 그런 결과가 초래된 것이다. 내가 신중하지 못해서, 세상을 잘 몰라서 사기를 당하고 피해를 보게 된 것이라는 사실에 더 집중해야 한다.
다른 사람의 잘못에만 집착해서 고통스러운 시간을 보내고 있어야 얻어지는 것은 아무 것도 없다. 그것 보다는 나 자신에 집중해서 현재의 상태에서 나를 어떻게 변화시켜야 할까를 생각해야 한다. 이미 벌어진 현실을 있는 그대로 수용할 때 새로운 치유와 회복은 시작될 수 있다.
다른 사람을 용서한다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특히 고의적으로 자신을 속이고 피해를 준 사기범을 용서한다는 것은 더욱 어렵다. 그러나 용서를 하지 않고 증오심에 불타 있으면 어떻게 되는가? 그 증오의 에너지는 불타서 거꾸로 심장을 파고든다. 심장이 뜨겁게 불타고 화병이 된다. 몸과 마음을 해롭게 한다.
결국 자신의 마음이 편해지기 위해서는 사기꾼을 용서할 수밖에 없다. 자신이 살기 위해서다. 이왕 당한 일을 빨리 잊어버리고 새로운 생활을 해야 한다. 그것만이 사는 길이다. 잊어야 할 것은 미움이다. 실패다. 불행이다. 프랑스 속담에 “피해는 모래에 써놓되 은혜는 대리석에 써놓으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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