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은 소유인가, 존재인가?>
이미 떠날 마음을 먹고 있다면 잡을 방법이 없다. 네가 떠난다면 나는 그냥 울고만 있을 것이다. 울음만이 떠난 사랑에 대한 보답이다.
네가 떠났다고 해도 사랑까지 떠나는 것은 아니다. 사랑은 여전히 여기에 남아 있다. 떠난 것은 너라는 존재뿐이다.
너와 내가 만들었던 사랑은 너의 것도 아니고, 나의 것도 아니다. 우리 두 사람의 공동소유다.
그래서 그 사랑은 두 사람의 마음을 함께 담은 채 여기 그대로 놓여 있다. 나는 그 사랑을 어루만지며 눈물을 흘리고 있는 것이다.
사랑은 소유가 아니다. 사랑하는 사람을 자신의 것으로 소유하려고 한다면 사랑은 곧 깨어진다. 사랑은 관계이다.
상대방의 존재를 있는 그대로 인정하고, 그 자체를 사랑해야 사랑은 성립된다. 소유에서 존재로, 다시 말하면 독점적 소유관계가 아닌 대등한 공존관계로 전환되어야 사랑은 가능하게 된다.
그렇다고 공존관계가 소유를 부정하는 것은 아니다. 처음부터 비소유(非所有)를 전제로 하는 사랑 역시 불완전한 관계에 이르게 된다.
사랑을 소유하려고 하되, 완전한 소유로 장악하지 말고, 주먹을 꼭 쥐지 않은 상태에서 사랑을 붙잡는 형태가 되는 것, 그것이 사랑의 묘미가 아닐까 싶다.
<소유의 의지는 멈춰져야만 한다. 하지만 비소유의 의지가 보여져서도 안 된다. 말하자면 봉헌의 행위는 용납되지 않는다. 나는 정념의 그 뜨거운 격앙을 메마른 삶이나 죽음에의 의지, 그 커다란 무력감으로 바꾸고 싶지는 않다.
한편으로 나는 감각 세계에 자신을 대립시키지 않으면서 내 마음속에 욕망이 순환하도록 내버려둔다. 그러나 다른 한편으로는 욕망을 내 진실에 기대게 한다. 그런데 내 진실은 절대적으로 사랑한다는 것이며, 그러므로 사랑이 결핍될 때, 나는 포위하기를 단념하는 군대처럼 물러가거나 자신을 분산시킨다.>
- 롤랑 바르트 지음, 사랑의 단상, 332쪽에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