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현듯 보고 싶어서>
불현듯 보고 싶어서
창가에 섰다
갑자기 기대고 싶어서
사방을 두리번거렸다
아무도 없었다
하얀 눈만 내리고 있었다
그냥 걸었다
그리움의 무게가 눈 위로
긴 발자국을 남긴다
온몸을 쥐어짜는
보고픔의 진액이 붉게 뿌려진다
사랑했다고 말하는 건 아니다
함께 공유한 것도 없었다
말없는 동행
그것 뿐이었다
억압해야했던
열정의 에너지가 타고 남은 자리를
장미꽃으로 덮는다
이제 떨리는 손으로
너의 그림자를 어루만지고 있다
너로 인해 물들어가는
나의 색깔이 강물에 퍼져나간다
사랑은 신음소리를 내며
저 혼자 깊어간다
마치 너와 내가 하나가 된 것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