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주덕 변호사의 문화산책

사자에 대한 명예훼손죄

1. 역사적 인물을 모델로 한 드라마(즉, 역사드라마)가 그 소재가 된 역사적 인물의 명예를 훼손할 수 있는 허위사실을 적시하였는지 여부를 판단할 때에는 다음과 같은 사항들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야 한다(대법원 2010. 4. 29. 선고 2007도8411 판결).

➀ 적시된 사실의 내용

➁ 진실이라고 믿게 된 근거나 자료의 신빙성,

➂ 예술적 표현의 자유로 얻어지는 가치와 인격권의 보호에 의해 달성되는 가치의 이익형량

➃ 역사드라마의 특성에 따르는 여러 사정

➄ 드라마의 주된 제작목적,

➅ 드라마에 등장하는 역사적 인물과 사건이 이야기의 중심인지 배경인지 여부,

➆ 실존인물에 의한 역사적 사실과 가상인물에 의한 허구적 이야기가 드라마 내에서 차지하는 비중,

➇ 드라마상에서 실존인물과 가상인물이 결합된 구조와 방식,

➈ 묘사된 사실이 이야기 전개상 상당한 정도 허구로 승화되어 시청자의 입장에서 그것이 실제로 일어난 역사적 사실로 오해되지 않을 정도에 이른 것으로 볼 수 있는지 여부

2. ‘모든 국민은 학문과 예술의 자유를 가진다’라고 규정한 헌법 제22조가 보장하는 예술의 자유는 창작소재, 창작형태 및 창작과정 등에 대한 임의로운 결정권을 포함한 예술창작활동의 자유와 창작한 예술작품을 일반대중에게 전시·공연·보급할 수 있는 예술표현의 자유 등을 포괄하는 것이다.

3. 그러나 이러한 예술의 자유가 무제한적인 기본권은 아니기 때문에 타인의 권리와 명예를 침해하여서는 아니된다.

4. 그 대상이 사자(死者)라 하더라도 공연히 허위의 사실을 적시하여 사자에 대한 사회적·역사적 평가를 침해하는 행위는 형법 제308조가 규정한 사자의 명예훼손죄에 해당한다.

5. 이미 망인이 된 역사적 인물을 모델로 한 드라마(역사드라마)에 있어 허위사실을 적시하여 역사적 사실을 왜곡하는 등의 방법으로 그 모델이 된 인물의 명예를 훼손하는 경우에는 비록 그것이 예술작품의 창작과 표현 활동의 영역에서 발생한 일이라 하더라도 위 규정에 의한 처벌의 대상이 된다.

6. 다만, 역사적 인물을 소재로 한 드라마의 경우, 역사적 사실은 당대에 있어서도 그 객관적 평가가 쉽지 아니한 데다가 시간의 경과에 따라 그 실체적 진실의 확인이 더욱 어려워지는 관계로 이를 소재로 드라마를 창작, 연출함에 있어서는 명백하여 다툼이 없거나 객관적 자료로 뒷받침되는 단편적 사실만을 묶어 현실감 있는 이야기를 전개해 가기에는 근본적 한계가 있다 할 것이다.

7. 그 필연적 현상으로 연출자 등이 역사적 사실에 대한 작가적 해석 및 평가와 예술적 창의력을 발휘하여 허구적 묘사를 통해서 객관적 사실들 사이의 간극을 메우기 마련이라 할 것이고, 합리적인 시청자라면 역사적 사실의 서술을 주로 하는 기록물이 아닌 허구적 성격의 역사드라마의 경우 이를 당연한 전제로 시청할 것으로 예상되는 이상, 위 허구적 묘사가 역사적 개연성을 잃지 않고 있는 한 그 부분만 따로 떼어 역사적 진실성에 대한 증명이 없다는 이유로 허위라거나 연출자에게 그 허위의 점에 대한 인식이 있었다고 단정하여서는 아니될 것이다(대법원 2010. 4. 29. 선고 2007도8411 판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