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대 라이벌이 명령을 어기고 성관계한 사실을 신속하게 보고하다
모든 사람들이 우러러보고 마음 깊은 곳에서부터 존경하는 심판장은 음복수와 나질속의 <죽기살기 혈투> 날짜를 한 달 후로 정했다. 각자 충분한 준비를 할 시간적 여유를 준 것이다. 심판장은 쌍방에게 주의사항을 시달했다.
“첫째, 두 사람은 한 달 동안 체중을 늘려서는 안 된다. 체중은 오늘 현재 체중을 유지해야 한다. 그래서 싸울 수 있는 체급이 맞는 것이다. 둘째, 격투를 하다가 죽을 수도 있으니, 재산상속 등에 관한 유언을 해서 공증을 받아놓아라. 셋째, 격투를 한다는 사실을 외부에 알려서는 안 된다. 절대 비밀로 해야 한다. 넷째, 두 사람은 격투가 끝날 때까지 여자관계를 해서는 안 된다. 부정을 탈 위험이 있기 때문이다.”
음복수와 나질속은 한 달 동안 열심히 체력 관리를 했다. 매일 새벽 5시에 일어나 5킬로미터를 뛰었다. 서로 공평하게 하기 위하여 같이 만나서 똑 같이 운동을 하기로 했다. 강변 올레길을 매일 같이 뛰었다.
그 다음 아침 식사도 똑 같이 했다. 김밥집 한 곳을 정해서 한달 동안 매일 똑 같은 아침 식사를 했다. 메뉴는 김밥 세줄, 떡라면 한 그릇, 떡복기 한 그릇, 오뎅 세 개, 삶은 계란 5개로 제한했다. 돈은 물론 덧치페이를 했다. 아침 식사 후에는 같이 헬스클럽에 가서 역기를 들었다. 벤치 프레스 무게도 똑 같이 정했다. 아령을 들고, 스트레칭을 했다.
점심은 김치찌개로 통일했다. 오후에는 두 시간 휴식을 한 다음, 자전거를 타고 40킬로미터를 달렸다. 체력이 딸려서 한 사람이 넘어지면 다른 사람도 따라서 넘어져야 했다. 그런데 이상한 것은 실수로 넘어진 놈보다 따라서 고의로 넘어진 놈이 더 크게 다치는 것이었다.
저녁은 매일 같이 가서 삼겹살과 목살을 먹었다. 체력을 유지해야 했기 때문에, 각자 5인분을 먹었다. 반주로는 소주 2병씩만 먹기로 했다. 만일 2병을 초과해서 술을 더 먹고 싶은 사람은 상대방으로 주먹으로 대갈통을 한병에 열대씩 세게 맞기로 했다.
두 사람 모두 한병씩 소주를 더 먹고 싶은 경우에도 때리고 맞는 것을 상쇄할 수는 없었다. 각자 때리고 맞을 수밖에 없었다. 저녁 식사를 마치고 집에 들어가기 전에는 식당 주차장에서 팔굽혀피기를 100회씩 했다. 이렇게 하루를 보내고 집에 들어가면 그야말로 녹초가 되었다. 곧장 잠이 들고, 누가 업어가도 모를 정도가 되었다.
문제는 심판장께서 엄명하신 두 사람의 여자접근금지명령이었다. 심판장은 두 사람에게 서로 상대방이 여자관계를 하는지 정밀관찰을 계속하여 이를 위반하는 놈은 전화, 이메일, 팩스 등을 이용해서 중대범죄를 인지한 시간부터 1시간 이내에 보고하라고 특별명령을 시달하셨다.
나질속은 음복수가 혼자 살고 있는 원룸 입구에 CCTV를 비밀리에 설치했다. 음복수 원룸에 혹시 여자가 들어가는지를 관찰하였다. 어느 날 CCTV에 어떤 젊은 여자가 짧은 미니스커트를 입고 그 원룸에 들어가는 것이 포착되었다.
나질속은 자신이 속해있는 배드민턴 동호회에서 제2 총무를 맡고 있는 여자를 데리고 원룸으로 가서 충분한 시간이 지난 다음, 여자를 시켜 원룸에 노크를 했다. 충분한 시간을 준 것은 음복수가 성관계를 완전하게 끝내는 시간을 감안했던 것이다.
그 시간은 얼마가 좋은지는 제2 총무의 이견을 들었다. 핸드폰에서 스톱워치 앱을 사용해서 시간을 측정했다. 제2 총무는 나질속에게 너무 급하게 서두르면 사고가 난다고 했다. 원룸 안에서는 여자의 신음소리가 났다. 밖에서 기다리는 나질속도 더 이상 기다렸다가는 자신이 흥분해서 먼저 쓰러질 위기감을 느꼈다.
그래서 더 이상 참지 못하고 벨을 눌렀다. 안에서 누구냐고 묻자, 여자는 101호에 사는 사람이라고 거짓말을 했다. 음복수는 무심코 문을 열어주었다. 나질속은 그냥 밀고 들어갔다. 젊은 여자는 침대에 누워있었다. 나질속은 곧 바로 스마트폰으로 동영상을 찍었다.
그리고 휴지통을 수색해서 증거를 찾았다. 음복수는 무척 당황했지만, 어쩔 수 없었다. 성관계를 한 것이 너무 명백하게 증명되었기 때문에 부인할 수도 없었다. 음복수는 두손으로 싹싹 빌면서 사정했다.
“내가 잘못했소. 한번만 봐주십시다. 그러면 당신도 한번 하는 걸 눈감아줄테니까.” 하지만 나질속에게는 어림도 없는 일이었다. 나질속은 집에 와서 신속하게 심판장에게 전화를 했다. 전원이 꺼져있었다. 이메일을 하려고 했는데, 제대로 전송이 안 되었다. 나질속은 식은 땀이 났다.
빨리 보고를 해야 하는데, 큰일이 난 것이다. 하는 수 없이 동네 PC방으로 갔다. 모두 어린애들이 게임을 하고 있었다. 몇 명에게 이메일로 보내달라고 부탁했더니, 게임에 열중하고 있던 아이들은 사람 취급을 하지 않았다. 그중에 마음이 약해보이는 청년을 골랐다.
심약한 청년은 고개도 들지 못하고 나질속의 말을 듣고 있었다. 나질속이 이메일로 이런 내용을 보내달라고 부탁했다. 그 청년은 거절을 하지 못하고 실행에 착수했다. 심판장에게 보낼 글을 타이핑하고 있는 손이 심하게 떨렸다. 나질속은 고맙게 생각하면서 심판장에게 보고할 사항을 불러주었다.
“보고합니다. 오늘 밤 10시 30분에 저는 음복수 원룸을 방문했는데, 그곳에서 음복수가 성명불상 젊은 여자와 동침한 사실을 목격했습니다. 제가 증인을 데리고 원룸에 가보니, 여자는 발가벗은 채로 침대에 누워있었고, 음복수는 잠옷만 걸치고 있었습니다. 휴지통에서 성관계 증거를 확보했고, 음복수 본인도 저에게 성교사실을 시인했습니다. 이상 보고합니다.”
타이핑을 하고 있던 청년은 <젊은 여자> <발가벗은 채> <성관계> <성교> 라는 단어가 나오자 더 이상 타이핑을 못하고 식은 땀을 흘리면서 손을 부들부들 떨고 있었다. 심장도 매우 빠르게 뛰고 있었다. 갑자기 얼굴이 창백해졌다.
나질속은 영양부족인 것으로 생각하고 밖에 나가 햄버거셋트를 시켜가지고 와서 먹게 했다. 그랬더니 청년은 한달을 굶었던 것처럼 햄버거를 먹는데, 아까워서 그런지 아껴먹느라고 햄버거 반쪽을 먹는데 15분이나 걸렸다.
시간에 쫒기는 나질속을 생각해서 청년은 나머지 반쪽은 씹지도 않고 급하게 먹었다. 그러다 목에 걸려 화장실에 가서 모두 토해내야 했다. 이런 저런 우여곡절을 겪으면서 나질속은 심판장에게 보고를 마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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