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0. 냄새 난다는 이유로 젊은 애인으로부터 버림을 받다
그렇게 여섯 달을 열심히 새벽기도를 나가 가족이 무병장수하고 사업 잘 되기를 기도했다. 그랬더니 남편이 처녀들 건드려서 6년 동안 데리고 있던 여자가 갑자기 남편을 배신하고 떠났다. 그 여자가 다섯 살 어린 남자를 만나서 동거를 시작했다면서 정혜 아버지를 만나주지 않았던 것이다.
정혜 아버지는 그 여자를 만나서 가만 두지 않겠다고 따졌다. 그랬더니 그 여자의 새로운 애인이 정혜 아버지를 만나서 폭행을 가했다. 새 애인은 젊고, 해병대에서 제대한 패기가 있고, 태권도 유단자였다.
새 애인 입장에서는 늙은 남자가 젊은 여자에 대해 정당한 사유 없이, 부당한 방법으로 욕정을 채우려는 동물로 보였기 때문에, 하는 수 없이 손을 봐준 것인데, 그래도 괜히 어디를 부러뜨렸다가는 자신도 감방에 가거나 벌금을 크게 물 소지가 있어서 아주 가볍게 정혜 아버지를 정신 차리도록 살짝 때린 것이었다.
그런데 정혜 아버지가 워낙 술 담배에 찌들고 건강관리를 하지 못해, 다른 사람 같으면 오히려 건강 마사지를 받은 효과가 나타나거나 최악의 경우에도 전치 30분이나 3시간이면 충분할 텐데, 정혜 아버지만 전치 3주간, 즉 21일간의 장기치료를 요하는 타박상 및 염좌상을 입었다.
하지만 정혜 아버지는 사회적 체면이 있고 남자로서의 자존감이 강했기 때문에 자신을 비참하게 버리고 젊은 남자의 품에 안긴 오래 된 애인이나 그 여자의 새 남자를 상대로 더 이상 어떻게 하기가 곤란했다. 정혜 아버지는 창피해서 고소도 못하고 결국 이별의 쓰라림을 맛보았다.
특히 정혜 아버지가 상처를 입었던 것은, 그 젊은 남녀가 정혜 아버지와 싸우면서 한 말이었다.
“너 같이 늙은 놈이 어린 여자를 탐내다니 정말 나쁜 놈이다. 늙으면 조용히 있을 일이지, 왜 몸에서 냄새 나는 늙은 놈이 젊은 여자의 향기를 탐내고 있느냐?”는 말에 큰 상처를 입었다.
정혜 아버지는 사실 그동안 겨드랑이 냄새 때문에 고민을 많이 하고 있었고, 그래서 젊은 여자를 만날 때 향수를 진하게 뿌리고, 각종 화장품을 사용하고, 껌을 열통씩이나 씹고 있었다. 그래서 들어간 껌값도 만만치 않았다.
어떤 의사는 껌에는 몸에 나쁜 성분이 있다면서 껌이 인체에 유해하다는 논문도 썼지만, 정혜 아버지는 그 논문을 쓴 의사는 젊은 여자 애인을 만나본 적이 없거나, 아마도 성불구자일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6년 동안 만날 때에는 한 번도 냄새 난다고 말하지 않았던 여자가 어떻게 헤어질 때는 그런 약점을 폭로하는지 이해가 가지 않았다. 그 젊은 여자는 정혜 아버지가 돈을 잘 썼기 때문에 몸에서 나는 악취는, 돈에서 나는 향기 때문에 묻혀서 여자에게는 전달이 되지 않았던 것같았다.
정혜 아버지는 자신을 일방적으로 아무런 사유도 없이 버리고 다른 남자에게로 간 그 젊은 여자를 상대로 정신적 고통에 대한 위자료청구를 할 수 있는지 유료상담전화로 변호사에게 물어보았다.
변호사는 술에 취한 것인지, 자다가 전화를 받은 것인지 아무리 설명해도 사안의 내용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있었다.
“아니, 지금 남자가 여자를 상대로 청구한다는 거예요?”
“그렇습니다. 제가 당했다고요! 6년 동안 성관계를 맺었는데, 아무런 잘못도 없는 저를 버리고 다른 남자에게 갔다고요!”
“그런데 선생님은 무엇을 당했다는 거요? 그 여자에게 돈을 뜯겼나요?”
“저는 그 여자에게 6년 동안 순정을 바쳤습니다. 그런데 갑자기 저를 배신하면 저는 정신적 고통을 받기 때문에 당연히 손해배상을 해야 하는 것 아닙니까?”
나이 먹은 변호사는 그제서야 정신을 차렸는지, 차분하게 많은 것을 정혜 아버지에게 물어보았다. 두 사람의 나이이며, 결혼 여부, 성관계 횟수, 금전거래관계 등을 물었다. 그랬더니 그 변호사는 결론적으로 이렇게 말했다.
“늙은 남자가 젊은 여자를 데리고 놀다가 버리면 위자료를 물어줄 가능성이 있지만, 젊은 여자가 늙은 남자를 데리고 놀다가 버리는 경우에는 위자료를 물어줄 필요는 없다.”는 청천벽력과 같은 유권해석을 내렸다.
정혜 아버지가 그 변호사에게 남녀평등이고, 정신적 고통은 똑 같이 받았는데 그런 법이 어디 있느냐고 따졌더니 그 변호사는 기분 나빴는지 아무 답변도 하지 않고 전화를 끊어버렸다.
정혜 어머니는 이때 큰 충격을 받았다. 역시 기도의 응답이 이렇게 무섭구나 하는 것을 새삼스럽게 느꼈다. 정혜 아버지는 교회에 다니지 않고 있었는데, 사태가 이렇게 되니 이 모든 것이 정혜 어머니가 교회에 나갔기 때문에 벌어진 것이라고 믿었다.
그래서 교회가 자기 인생을 망치고 있다고 생각하고 정혜 어머니와 이혼하려고 했다. 그러나 어찌 된 일인지 얼마 가지 않아 이혼하려는 생각은 싹 없어졌다. 이런 저런 일로 정혜의 결혼식 때 스님을 주례로 모시는 문제는 결국 없던 일로 결론이 났다.
'작은 운명' 카테고리의 다른 글
작은 운명 (11) (0) | 2021.01.01 |
---|---|
작은 운명 (43) (0) | 2021.01.01 |
작은 운명 (10) (0) | 2020.12.31 |
작은 운명 (42) (0) | 2020.12.31 |
109. 스님을 주례로 모시려면 신랑도 삭발을 해야 한다 (0) | 2020.12.3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