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망한 결혼생활

철수(남, 38세, 가명)와 영희(여, 37세, 가명)는 결혼 생활 6년 째다. 6년의 결혼생활에서 지금 남은 것은 무엇일까?

두 사람은 6년 전에 결혼식도 올리고, 혼인신고도 했다. 남자는 인물이 좋았고, 키도 컸다. 남자답게 생겼다. 직장도 있었다. 여자에게 매우 친절하고 자상했다.

여자는 직장에 다니고 있었다. 여자 역시 얼굴도 이쁘고, 대학교까지 졸업했다. 성격도 차분하고 좋았다.

그런데 6년 동안 살다 보니 지금에 와서는 더 이상 부부 같지도 않고, 왜 같이 사는지 아무런 의미를 찾을 수 없게 되었다. 아이도 생기지 않았다. 누구에게 문제가 있는지도 알 수 없었다.

철수도 다니던 직장을 그만 두었다. 영희도 도중에 직장을 그만 두었다. 생활도 그렇게 넉넉한 편도 아니다. 수입이 없으니 생활도 어려워졌고, 앞으로 어떻게 살아야 할 지 무엇이 뚜렷하게 보이는 상황도 아니다.

영희는 심각한 회의를 느꼈다. 지금까지는 잘 모르고 살았지만, 앞으로는 이런 결혼생활을 할 이유가 없었다. 그렇다고 남편이 아주 싫어지거나 미워지는 것도 아니었다. 그냥 형제 같고 가까운 친구 같았다. 그러나 남자로서의 매력은 완전히 사라졌다. 잠자리도 안 한지 오래다. 돈을 벌어오지 못해서 탓하는 것도 아니다.

남자는 아직은 이혼하고 싶은 마음이 없었다. 여자가 괜찮았고, 같이 잠자리는 안 해도, 혼자 있으면 외로울 텐데, 같이 있어주니 외롭지 않고, 밥도 해주고 빨래도 해주니 이혼하면 불편하고 외로울 것 같았다.

재산이라고 해야 별로 가진 것이 없어서 재산분할문제는 없었다. 누가 뚜렷히 잘못해서 이혼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위자료 문제도 없었다. 자녀가 없기 때문에 친권이나 양육권을 누가 가질 것이고, 양육비를 누가 부담해야 할 것인지도 걱정할 필요가 없었다.

두 사람은 이혼하기로 합의했다. 그리고 이혼하고서도 원수가 되지 말고, 친하게 지내자고 했다. 하지만 영희 업장에서는 너무 씁쓸했다. 호적에 이혼녀로 올라가고, 지금까지 살아온 것이 너무 허망했다. 다시 직장에 나갈 준비를 하고 있지만, 그것도 쉬운 일은 아니었다. 다행이 자격증이 있어 마음만 먹으면 취업은 가능하다고 했다.

같이 살던 집을 나누어 방도 따로 얻어야 한다. 친구들 중에는 결혼해서 행복하게 사는 사람도 있고, 아직 결혼하지 않고 있는 친구도 있다. 앞으로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 세상은 매우 넓어보이고, 자신은 무척 초라해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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