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사판례 해설


                                                         가을사랑


신용카드대금연체와 사기죄


사건 명

대법원 2006. 3. 24. 선고 2006도282 판결

신용카드사용사기사건


사건의 개요

피고인은 신용카드회원으로서 신용카드업자에게 사용대금을 변제할 의사나 능력이 없거나 적어도 매우 모자랐음에도 불구하고 카드사용행위를 하였다는 범죄사실로 검사에 의해 사기죄로 기소되었다. 원심판결은 피고인에 대하여 사기죄로 유죄판결을 선고하였다. 피고인은 이러한 원심판결에 대해 불복하면서 대법원에 상고하였다. 상고이유는 원심판결에 사기죄에 대한 법리오해의 잘못이 있다는 취지였다. 그러나 대법원은 피고인의 상고를 이유 없다고 기각하였다. 결국 피고인은 신용카드사용사기사건으로 유죄가 확정되었다.


대법원판결 이유

신용카드거래는 신용카드업자로부터 카드를 발급받은 사람이 신용카드를 사용하여 가맹점으로부터 물품을 구입하면 신용카드업자는 그 카드를 소지하고 사용한 사람이 신용카드업자로부터 신용카드를 발급받은 정당한 카드회원인 한 그 물품구입대금을 가맹점에 결제하는 한편, 카드회원에 대하여 물품구입대금을 대출해 준 금전채권을 가지는 것이고, 또 카드회원이 현금자동지급기를 통해서 혹은 이른바 인터넷 뱅킹이나 폰 뱅킹의 방법으로 현금서비스를 받아 가면 현금대출관계가 성립되어 신용카드업자는 카드회원에게 대출금채권을 가지는 것이므로 궁극적으로는 카드회원이 신용카드업자에게 신용카드 거래에서 발생한 대출금채무를 변제할 의무를 부담하게 된다. 그렇다면 이와 같이 신용카드사용으로 인한 신용카드업자의 금전채권을 발생케 하는 행위는 카드회원이 신용카드업자에 대하여 대금을 성실하게 변제할 것을 전제로 하는 것이므로 카드회원이 일시적인 자금궁색 등의 이유로 그 채무를 일시적으로 이행하지 못하게 되는 상황이 아니라 이미 과다한 부채의 누적 등으로 신용카드 사용으로 인한 대출금채무를 변제할 의사나 능력이 없는 상황에 처하였음에도 불구하고 신용카드를 사용하였다면 사기죄에 있어서 기망행위 내지 편취의 범의를 인정할 수 있다.


판례평석

사기죄의 구성요건

사기죄라 함은 다른 사람을 속여서 이익을 취하는 범죄를 말한다. 사기죄가 성립하기 위해서는 ① 다른 사람을 속이는 기망행위가 있어야 하고, ② 행위자가 재물의 교부를 받거나 재산상의 이익을 취해야 하며, ③ 피해자가 기망에 의해 착오를 일으켜야 하고, ④ 피해자의 재산상 처분행위가 있어야 하며, ⑤ 그로 인해 피해자에게 재산상의 손해가 발생하여야 한다. 사기죄의 고의는 반드시 확정적 고의임을 요하지 않고 미필적 고의로도 가능하다. 돈을 빌려 쓰거나 물건을 외상으로 구입하는 경우 금전채무 또는 물품대금지급채무를 제대로 이행하지 않는 경우에 사기죄로 형사고소를 당하는 경우가 많다. 이런 경우 사기죄로 처벌하기 위해서는 단순히 채무불이행의 상태가 되었다는 것으로는 불충분하고, 채무자가 채권자로부터 금품이나 물품을 받을 시점에서 나중에 변제의사 또는 변제능력이 있었느냐 없었느냐에 달려 있다고 보아야 한다.


신용카드회원과 신용카드업자와의 관계

신용카드거래는 신용카드업자와 신용카드회원, 카드가맹점 사이의 삼각관계에서 이루어진다. 신용카드회원이 카드를 사용해서 가맹점에서 물품을 구입하면 카드업자는 그 물품구입대금을 가맹점에 대신 결제해 주고, 카드회원에 대하여 물품구입대금을 대출해 준 금전채권을 가지게 된다. 또한 카드회원이 현금자동지급기를 통해서 또는 인터넷 뱅킹이나 폰 뱅킹 등의 방법으로 현금서비스를 받아 가면 현금대출관계가 성립되어 신용카드업자는 카드회원에게 대출금채권을 가지게 된다. 그러므로 카드회원은 자신이 사용한 물품구입대금 또는 현금서비스를 받은 금액에 상당하는 금전채무 또는 대출금채무를 신용카드업자에게 부담하게 되는 것이다. 이와 같은 관계에서 신용카드사용으로 인한 신용카드업자에게 금전채권을 발생케 하는 행위는 카드회원이 신용카드업자에 대하여 대금을 성실하게 변제할 것을 전제로 하는 것이다. 따라서 카드회원이 이미 과다한 부채의 누적 등으로 신용카드 사용으로 인한 대출금채무를 변제할 의사나 능력이 없는 상황에 처하였음에도 불구하고 신용카드를 사용하였다면 사기죄에 있어서 기망행위 내지 편취의 범의를 인정할 수 있다. 대법원 판례는 이와 같은 법리를 확인하고 있는 것이라 할 수 있다. 


변제의 의사와 능력 유무의 판단기준

차용금의 편취로 인한 사기죄에 있어서는 편취범의의 판단을 금전을 차용하는 시점을 기준으로 해야 한다. 따라서 금전을 차용할 당시에는 변제능력이 있었으나, 그 후 경제사정의 변경으로 인해 이를 변제할 수 없게 된 때에는 단순한 민사상의 채무불이행에 불과할 뿐 사기죄는 성립하지 않는다는 것이 대법원 판례입장이다(대판 1988. 1. 20. 97도2630). 신용카드사용으로 인한 사기사건에 있어서도 카드를 사용할 당시 결제일에 이르러서 대금을 결제할 의사나 능력이 없는 것이냐 하는 관점에서 따져 보아야 하는 것은 당연하다. 원래 신용카드제도는 외상으로 카드를 사용한 다음에 후불로 또는 분할하여 결제하는 형태이기 때문에 결제일에 이르러 대금지급을 하지 못했다고 해도 과연 구체적으로 카드사용자에게 변제의사 또는 변제능력이 없었느냐 하는 점을 판단하는 것이 쉽지 않다.


결제미이행시 사기죄의 성립 여부

신용카드업자가 카드를 발급하기 전에 카드회원에 대한 재산정도 및 변제능력에 대해 충분한 확인을 하지 않은 상태에서 업자들 상호간의 치열한 경쟁적 관계에서 무분별하게 발급해 놓고, 나중에 카드대금이 연체되면 무차별적인 형사고소를 제기해 온 관행은 매우 잘못되었다고 본다. 카드대금결제를 할 수 있는 능력이 없는 상태에서 많은 금액을 사용한 카드회원에 대해 법이 사기죄를 인정하는 것은 이해가 간다고 하더라도, 구체적인 사건에 있어서 카드사용회원에 대한 고소사건을 수사하면서 피의자의 변소를 충분히 들어 과연 처음부터 변제능력이 없는 상태에서 카드를 사용한 것인지, 아니면 카드를 사용할 때에는 변제능력이 있었고, 대금결제기일까지 결제하는 것이 가능하다고 판단하였는데 그 후 뜻대로 자금이 돌지 않아 결제를 못한 것인지에 관하여 제대로 밝혀 사기죄 여부를 결정하여야 할 것이다. 사회적으로 약자의 입장에 있는 카드사용회원들에 대해 강자적 지위를 가진 신용카드업자들의 공격적인 형사고소로 인해 부당한 인권침해를 당하는 일이 없도록 법원과 검찰은 노력하여야 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결어

신용카드를 발급받아 사용하는 회원이 카드를 사용한 후 카드대금을 제대로 결제하지 못했을 경우 사기죄로 처벌할 수 있느냐 하는 것에 대해서는 그동안 많은 논의가 되었다. 대법원 판결에서 설시하고 있는 바와 같이 카드회원이 나중에 변제할 의사나 능력이 없이 카드를 사용하여 대금을 결제하지 않는 경우에는 사기죄가 인정된다. 다만, 일시적인 경제적 어려움이나, 당초 예상하지 못했던 경제사정의 변경으로 인해 대금결제를 하지 못하는 경우에 민사책임을 넘어 형사책임을 인정하는 것은 매우 신중을 기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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