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학기 세 번째 강의를 했다. 강의를 듣는 학생들의 입장은 사실 절실하다. 졸업하면 국가고시도 보아야 하고, 취직도 해야 한다. 대학원에 진학해서 보다 깊이 있는 공부도 해야 한다. 외국에 유학도 가야 한다. 이런 입장에 있는 학생들을 위한 법학강의는 가급적 충실하게 학생들에게 도움이 되도록 제대로 준비해서 열심히 해주어야 한다.
강의를 3시간 한 후 몇몇 학생들과 강의내용 및 방향 등에 관해 의견을 나누었다. 학생들의 솔직한 의견은 많은 도움이 되었다. 그런 의견을 참고로 해서 앞으로 강의방향을 약간 조정하기로 했다. 그리고 나는 학생들에게 이메일을 보냈다. 나중에 먼 훗날 내 추억으로 남기기 위해 여기에 옮겨놓기로 했다.
형법각론 수강생 여러분께!
학생 여러분, 강의를 듣느라고 얼마나 고생이 많으십니까?
오늘 세번째 강의를 했습니다.
몇 사람이 결석을 했지만, 참석한 학생들은 한 사람도 조는 사람이 없었습니다.
저는 강의를 준비할 때, 그리고 강의를 할 때 아주 행복한 심정입니다. 조금이라도 제 강의가 도움이 되었으면 하는 마음으로 열심히 강의를 하고 있습니다.
제가 대학교 다닐 때의 기억과, 사법시험 준비를 할 때의 외롭던 심정, 그리고 검사생활을 하면서 느꼈던 법률지식의 필요성, 실용성 등을 생각하면서 학생들이 무엇을 알아야 하고, 어느 정도 깊이 있게 이해를 해야 하는지, 그리고 지금 강의를 듣는 학생들이 형법각론에 얼마나 시간과 에너지를 투자할 수 있는지 등을 고려하면서 강의 준비를 하고 있습니다. 다행이 학생들이 지루해 하지 않고 조금 도움이 된다고 하여 더욱 용기와 자신을 가지고 강의에 임하고 있습니다. 우리 학생들은 조금만 방향을 잡고, 교수들이 제대로 가이드만 해 주면 모두 법을 제대로 공부하고, 하고 싶은 일을 충분히 할 자질이 갖추어져 있습니다.
이번 학기에 저는 좀더 열심히 준비하고, 앞으로는 가급적 쓸데 없는 잡담을 안 하고, 내용에 있어 충실한 강의를 하도록 할 생각입니다.
그리고 강의가 끝난 후 몇몇 학생들과 의견을 나누었는데, 일부 학생들이 객관식 시험으로만 출제하면 1학년 학생들이 손해를 볼 것이라는 우려를 하고 있는 것을 알았습니다. 일단 중간고사에는 약속한 대로 모두 객관식으로 출제하고, 출제범위는 강의한 범위에서만 하도록 하겠습니다. 대략 40문제 정도로 하고, 사법시험 1차 객관식 시험보다 약간 쉽게 출제할 예정입니다. 그런 다음 그 결과를 보아 변별력이 있는지, 정말 저학년 학생들에게 불리한 것인지 여부를 제대로 분석하여 기말고사 때 방향을 다시 정하겠습니다. 이에 관한 여러분들의 좋은 의견을 제 이메일로 보내주시기 바랍니다.
그리고
일부 학생의 의견이 가급적 판례의 양을 늘려달라는 건의가 있어 받아들여 판례의 공부양을 조금 늘리겠습니다.
현재 어떠한 위치에 있던 여러분들이 열심히 노력하면 여러분들이 하고 싶은 일을 할 수 있게 될 것입니다. 자신감을 가지고 형법공부시간을 통해 우리 모두 화이팅 하면서 보람있는 대학생활을 하도록 했으면 좋겠습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