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공평한 게임
가을사랑
라스베가스 카지노에서의 현란한 불빛은 사람들의 마음을 들뜨게 한다. 딜러의 세련된 손놀림 뒤에는 냉정한 승부의 세계가 숨어 있다. 자신의 모든 것을 건 한판 승부가 벌어지고 있다.
전 세계에서 몰려온 겜블러들은 그동안 갈고 닦은 실력을 마음껏 발휘해서 합법적으로 공인된 도박을 하고 있다. 이기면 팔자를 고치고, 지면 회복할 수 없는 늪으로 추락한다.
통계적으로 이곳에 와서 돈을 따간 사람은 상대적으로 적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들은 끊임없이 이곳에 와서 자신의 운명을 건다. 그 짜릿한 맛에 다른 모든 것에 대한 흥미를 잃어 버린다. 심지어 사랑까지도 안중에서 사라진다. 카지노에서 어설픈 사람들은 애당초 실력이 비교가 되지 않는다.
그러나 이런 카지노에서 노골적인 사기도박은 찾아보기 어렵다. 공인된 도박장이기 때문이다. 비공인된 도박장을 개설해 놓고 행해지는 도박게임은 상당 수가 사기도박이다. 도박이라고 볼 수도 없다. 그야말로 순수한 사기행위다. 다만 피해자가 사기를 당하는 것도 모른 채 당하고 있을 뿐이다.
트럼프에 미리 표시를 다해서 상대방이 들고 있는 카드가 무엇인지 다 알고 있는 상태에서 진행되는 게임을 생각해 보라. 얼마나 우스운 일인가? 사기꾼은 이미 게임의 승패를 마음대로 좌지우지할 수 있는 능력을 손에 쥔 채 게임을 즐기고 있는데 그것도 모르고, 어리석게도 약한 패를 가지고 돈을 따려고 안간힘을 쓰고 있는 피해자는 도대체 무어라고 설명해야 좋을까?
사기도박을 생각하면 아주 쉽게 이해가 되지만, 세상에는 이와 비슷한 내용의 사기사건이 끊임없이 일어나고 있다. 다만 카드나 화투를 가지고 하는 것이 아닐 뿐 그 본질에 있어서는 머리를 써서 상대방을 속이고, 돈을 빼앗는 것이다. 당하는 사람은 순진하게 상대방이 자신을 속인다는 사실을 전혀 눈치 채지 못하고, 정해진 게임법칙에 따라 움직이고 있다.
그러다가 어느 순간 상대방은 공평한 법칙이 아닌 불공평한 법칙을 가지고 게임을 하고 있다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사람들은 늘상 그런 착각 속에서 살아가고 있다. 상대방도 똑 같이 법칙을 지키고, 똑 같은 마음으로 행동한다고 믿고 있다.
월드컵 때 축구경기를 보면서 심판의 엄정한 역할을 당연한 것으로 생각한다. 조금이라도 심판이 판정을 잘못하면 난리가 날 분위기다. 그래서 매우 공정한 판정을 하게 되고, 주심 뿐만 아니라 부심을 두고 있다. FIFA에서 정해진 국제적인 룰에 따라 경기가 진행된다.
사람들은 축구경기를 생각하면서 사회생활도 똑 같은 방식으로 진행될 거라고 믿는다. 스포츠경기에 적용되는 규정보다 더 엄하고 강제력이 있는 법이 집행되고, 그 법의 집행을 국가기관에서 잘 감시하고 있으리라고 믿는다.
그래서 마음 놓고 상대방을 믿고 별로 조심을 하지 않는다. 법에 위반되면 당연히 심판이 경고를 하고, 퇴장을 시키듯이 법에 의한 합당한 조치를 해줄 것을 예상한다. 그러나 현실은 전혀 그렇지 않다. 아무도 보지 않는 은밀한 장소에서 두 사람이 거래하는 것을 누가 감시하겠는가?
축구 경기에서도 심판이 제대로 보지 못하면 반칙선언이 되지 않는다. 프로레슬링시합에서 심판이 보지 않는 틈을 타서 무자비한 반칙을 하는 선수들도 많다. 수 없이 많은 사람들이 엄청난 양의 거래를 하고 있는 현실에서 누가 그 많은 거래를 제대로 지켜봐 줄 수 있을까? 어림도 없는 이야기다.
나중에 문제가 생기면 심판역할을 하게 되는 법이라는 존재는 직접 목격하지 못했기 때문에 사람들에게 물어 누가 반칙을 했는지 확인하려고 들지만 거의 불가능에 가깝다. 서로가 잘못을 하지 않았다고 우기면 올바른 판정을 할 상황이 되지 않는다.
그래서 그 부분은 잘 모르겠는 것으로 대충 넘어가려고 한다. 그게 우리의 현실이다. 보이지 않는 약육강식의 현실세계에서 사람들은 법이라는 규칙을 염두에 두고는 있지만, 법이 직접 감시하지 않는, 이른바 사각지대에서 힘으로 빼앗고, 속임수로 가로채는 일을 다반사로 하고 있다.
여기에 공정한 게임법칙은 제대로 적용되지 않는다. 그런 현실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고 달려드는 사람들은 조만간 어리석은 피해자로 분류되고, 막대한 피해를 본 채 사회에서 낙오자가 된다. 현명한 사람들은 이런 게임법칙을 처음부터 깨닫고 피해를 보지 않도록 적절히 대처를 하는 것이다.
욕망이라는 존재 앞에서 수단방법을 가리지 않고, 이익을 쟁취하는 정글의 게임법칙 앞에서 정의와 순수는 모두 무너져버릴 위험이 있다는 사실을 염두에 두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