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란성과 예술성


                                                                     가을사랑

 

 


최근 마광수 교수가 음란물게재혐의로 형사입건되면서 또 다시 음란규제 필요성과 음란기준이 문제되고 있습니다. 1992년 소설 ‘즐거운 사라’로 음란성을 인정받아 유죄판결을 받았던 마 교수는 개인 홈페이지에 성관계를 노골적으로 묘사한 시와 소설, 남녀성기가 노출된 사진을 게재하였다는 이유로 조사를 받고 있다고 합니다.

 

이 사건을 둘러싸고 음란성과 예술성은 어떻게 구별되는가, 성적 표현을 규제하는 것이 표현의 자유를 지나치게 제한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논쟁이 진행 중에 있습니다.


성(性, SEX)에 관한 인간의 표현과 행동에 대한 법적 규제는 두 가지 사항을 고려해야 합니다. 첫째, 개인의 성적 자기결정권과 일반적 자유권을 최대한 보장할 수 있도록 법의 개입을 가급적 자제해야 합니다. 둘째, 사회의 건전한 성풍속을 유지하고, 일반인들로 하여금 성적 수치심을 느끼지 않도록 보호해야 합니다.

 

성에 대한 인식이 점차 개방되고, 성의 자유화 ‧ 문화화가 확산되면서 성표현의 문제는 가급적 범죄영역에서 제외하고 법이 직접적으로 관여하지 않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의견이 일반적입니다. 헌법이념에 따르더라도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를 보장하기 위해서는 개인의 성적 자기결정권과 표현의 자유, 행동의 자유를 최대한 인정해야 합니다.


그러나 아무리 개인의 자유를 보장한다고 하더라도 헌법은 그 자유가 다른 사람에게 피해를 주거나, 사회질서유지를 위해 불가피한 경우에는 최소한의 범위 내에서 제한할 수 있도록 하고 있습니다.

 

성에 관한 표현이나 행동도 이러한 이유에서 사회의 건전한 성풍속을 유지하고 일반인들로 하여금 성적 수치심을 느끼지 않도록 하기 위해 일정한 규제를 하고 있습니다.


법이 어느 정도까지 성문화에 개입할 것인지, 法과 性(law & sex)의 관계를 어떻게 정립할 것인가 하는 문제는 매우 중요합니다. 성문제는 인간의 본능과 직결되어 있고, 누구나 관심을 가지고 있는 사항이므로 자유와 금지의 경계를 적절하게 설정하지 않으면, 성을 보편적인 소재로 다루는 문학과 예술 분야에 있어서 상상과 표현을 위축시킬 수 있는 위험성이 있으며, 한편으로 무제한적인 허용은 일반인들 가운데 원치 않는 노골적인 성표현을 볼 수밖에 없는 환경을 만들어 성적 혐오감과 수치심을 느끼게 하는 결과를 가져오기 때문입니다.


현대사회는 디지털시대, 글로벌공간에 걸맞게 인터넷매체를 통해 각종 음란물이 홍수를 이루고 있습니다. 나체사진은 말할 것도 없고, 성교장면을 찍은 동영상이 무제한 제공되고 있습니다.

 

아무리 단속해도 성매매는 더욱 교묘한 방법으로 음성화되고 있습니다. 최근에는 대딸방에서의 영업행위를 유사성교행위로 인정해 처벌할 수 있다는 대법원판결도 나올 정도입니다. PC방에서는 노골적인 성교장면을 동영상으로 보여주고 있습니다.


이런 상황을 고려할 때 법에서 음란물에 대한 최소한의 규제를 하는 것을 이해할 수밖에 없다고 하겠습니다. 그러나 음란을 형사처벌하기 위해서는 규범적인 차원에서 음란의 개념을 명확하게 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형법은 음란물제조 반포죄, 공연음란죄를 규정하고 있고, 음반비디오물및게임물에관한법률, 정보통신망촉진및정보보호등에관한법률, 청소년의성보호에관한법률 등에서 음란물과 음란행위에 대한 특별규제를 하고 있습니다.


음란(淫亂)이라 함은 사회통념상 일반 보통사람의 성욕을 자극하여 성적 흥분을 유발시키고, 정상적인 성적 수치심을 해함으로써 성적 도의관념에 반하는 것을 의미합니다. 반드시 그 행위가 성행위를 묘사하거나 성적인 의도를 표출할 것을 요하는 것은 아닙니다.

 

성욕을 자극 또는 흥분케 한다는 행위자의 주관적 목적을 필요로 하는 것이 아니고, 성적 표현의 객관적인 경향이 중요한 고려요소가 되는 것입니다. 음란성은 구체적인 시대와 상황에 있어서 일반사람들의 성적인 도덕관념, 가치관, 성인식, 문화적 판단에 의해 결정되는 가변적인 개념입니다.


일반적으로 음란성에 대한 판단은, ① 그 시대의 보통인에 해당하는 통상적인 성인 일반을 기준으로 하며, ② 대상 전체를 놓고 판단해야 하고, ③ 성에 대한 노골적이고 상세한 표현의 정도와 그 수법, 전체에서 차지하는 비중, 그에 표시된 사상 등과 표현과의 연관성, 구성이나 전개 또는 예술성, 사상성 등에 의한 성적 자극의 완화의 정도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하여 결정되는 것입니다.


대법원은 요구르트 제품 홍보를 위해 전라의 여성 누드모델들이 알몸에 밀가루를 바르고 무대에 나와 분무기로 요구르트를 몸에 뿌려 밀가루를 벗겨내는 방법으로 알몸을 완전히 드러낸 채 음부 및 유방 등이 노출된 상태에서 무대를 돌며 관람객들을 향하여 요구르트를 던진 행위는 비록 요구르트로 노폐물을 상징하는 밀가루를 씻어내어 깨끗한 피부를 탄생시킨다는 취지의 메시지를 전달하는 행위예술로서의 성격을 전혀 가지고 있지 않다고 단정할 수는 없으나, 위 행위의 주된 목적은 요구르트 제품을 홍보하려는 상업적인 데에 있었고, 이 사건에서 이루어진 신체노출의 방법 및 정도가 위와 같은 제품홍보를 위한 행위에 있어 필요한 정도를 넘어섰으므로, 그 음란성을 부정할 수는 없다고 판단하였습니다(대판 2006. 1. 13. 2005도1264).


최근에는 인터넷을 통한 음란동영상배포, 야설배포 등이 단속대상이 되고 있습니다. 이런 음란단속에 있어서는 사회현상을 제대로 파악하고, 변화의 흐름을 충분히 감안해서 법집행에 있어서 법과 문화의 충돌이 일어나지 않도록 노력해야 합니다.  법원이나 검찰에서도 음란성에 대한 판단기준, 구체적인 사건에서 음란성이 인정되는 합리적인 근거를 보다 명확하게 제시해 주는 것이 필요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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