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사랑
강간을 저지른 사람의 입장을 보면, 대체로 자신의 행위가 얼마나 무거운 결과를 가져왔는지 이해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강간범들은 우선 피해자가 사망하지 않고 크게 다치지 않았으면 별 것 아닌 것으로 생각한다.
단지 폭력적인 수단만을 사용하였을 뿐, 남자와 여자가 성행위를 한 것에 불과한 것인데 무슨 피해가 그렇게 중대한지 이해하지 못한다. 여자의 정신적 고통을 이해하려고 들지 않는다. 많은 사건에서 피해자와 합의하면서 강간범은 손해배상을 하는 것을 매우 아까워한다.
오히려 피해자측에서 너무 많은 금액을 요구한다고 비난한다. 강간 당한 것을 기화로 돈을 뜯어내려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특히 청소년이 강간을 해서 부모가 합의를 봐야 하는 입장이면 대체로 이렇게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또한 강간범은 강간이 피해자와 단 둘이 있는 은밀한 공간에서 이루어지기 때문에 좀처럼 잡히지 않을 것이라고 쉽게 생각한다. 짧은 시간 강간하고 도망가면 어떻게 자신의 인적 사항을 알고 잡을 것이며, 설사 잡혔다고 해도 자신은 그런 일이 없다고 하면 범죄의 증명이 어려울 것이라고 생각한다.
최근에는 강간현장에서 채취되는 범인의 모발, 정액 등에 대한 DNA검사 등을 통해 과학적인 수사가 이루어지고 있다. 그래서 범인이 잡히기도 하지만, 많은 경우 범인 검거는 그렇게 쉽지는 않다. 그래서 현실적으로는 강간범죄가 발생하는 것에 비해 검거율은 상대적으로 낮은 편이다. 강간범이 강간을 되풀이하는 중요한 이유가 바로 이것이다.
강간범이 붙잡혀도 범행을 부인하면 피해자는 아주 곤혹을 치러야 한다. 보기 싫은 악마의 얼굴을 마주하고, 서로가 다른 주장을 하면서 싸워야 한다. 특히 피해자의 진술이 일관성이 없다든가 하면 오히려 무고로 몰리기도 한다.
사실 일반사람이 범죄에 대한 피해진술을 논리적으로 제대로 한다는 것은 쉽지 않다. 더군다나 범인이 변호사를 선임해서 법률전문가인 변호사가 피해자를 증인으로 반대신문을 하게 되면 피해자는 변호사의 도움을 받을 상황도 아니므로 심한 곤경에 빠지기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