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의방법론


                                                                       가을사랑

 

 


한 학기 강의를 마치고, 겨울방학이 되었다. 내년 봄학기에 할 강의를 준비해야 할 입장이다. 강의를 한다는 것은 매우 보람을 느낄 수 있는 일이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학생들에게 얼마나 도움이 되느냐 하는 것이다.


비싼 등록금을 내고 학교에 다니며 인생에 있어 한참 배울 시기에 있는 학생들을 생각하면 강의하는 사람 역시 철저한 준비를 하고, 강의를 효과적으로 할 수 있도록 최선의 노력을 해야 할 의무가 있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나는 학생들에게 강의방법에 대한 의견을 구하고, 조언을 얻고 있다. 한 학생이 다음과 같은 메일을 보내왔다. 나는 앞으로 강의를 준비하면서 이 편지를 여러 번 읽을 생각이다.


“물론 다분히 주관적이긴 하겠지만, 학생으로서 교수님의 수업을 들으며 느낀 점이 앞으로 교수님께서 강의를 하시는데 필요하다고 하시니..떠올려 적어 보려 합니다^^ 우선 교수님의 형법 각론 수업을 들으면서 좋았던 점은..


1. 조문에 충실한 강의였습니다. 무엇보다 조문의 구성요건이 중요한 형법 과목이기에 상세하게 조문을 적어 분석해주시는 교수법은 저로 하여금 형법 조문을 한번이라도 읽어보게 하였으며 혼자 공부할 때에도 조문을 분석하는 능력을 길러주었습니다.


2. 최대한 총론과 연계한 강의였습니다. 형법은 총론과 각론을 철저하게 나누기 힘든 과목이라 생각합니다. 죄수와 착오 공범 등 많은 부분에 있어서 총론적 지식이 각론에 있어서도 요구되기 때문입니다. 때문에 총론적 지식이 부족한 저로서는 각론의 상황에서 총론을 연계시키기가 힘들었는데. 최대한 총론적 내용도 말씀해 주셔서 도움이 많이 되었습니다. 


다만 조금 아쉬웠던 점은.. 교수님의 교수법이 아니라.. 형법 특히 각론 파트가 너무도 분량이 많기에.. 사실 한 학기. 그것도 짧은 2학기 동안에 각론의 전 분량을 모두 자세히 나가는 것은 사실상 불능이라고 봅니다. 때문에 교수님께서도 전체적으로 포괄적으로 짚어주려 하시다 보니..대부분의 수업이 구성요건을 짚고 조금 더 추가 설명을 하는 범위게 그친 점이 조금은 아쉽습니다. 가볍게 훑어 나가는 수업으로 끝내기에는 교수님께 배울 점이 너무도 많다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특히 실무의 베테랑이신 교수님이시기에 가끔 언급해 주시는 실무의 경험과 소송법적 지식이 형법이라는 과목을 이해함에 있어서도 무척 도움이 되었는데..가볍게 훑으며 전체를 짚어가는 과정에서 보다 자세한 설명을 듣지 못한 점이 무척 아쉬움으로 남았습니다.


그리고  일차를 준비하는 입장에서는 조금은 문제 위주로 짚어주셨으면 하는 점도 있었습니다. 사실.. 학교 수업에서는 이론적인 부분이 많다 보니.. 따로 객관식 문제를 다루지 않는 학생의 입장에서는 쟁점화되는 부분이 어떻게 문제화 되는지 감을 잡기가 어려운 부분이 있는 것 같습니다. 이런 점은 출제자의 입장에서는 이러한 쟁점을 물으려 하는 것이다 이렇게 수업 중에 하루에 하나라도 짚어주신다면 한학기동안 그러한 쟁점이 쌓여서 학생의 입장에서는 무엇이 중요한 부분인지 보다 확실하게 알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이러한 점에서는 교수님께서 나누어 주신 보조 자료인 판례와 기출문제 그리고 무엇보다 각각에 달아주신 해설이 제게는 참 소중한 자료이고 많은 도움이 되었습니다.


많은 강의를 하지는 않으셨지만.. 어느 교수님보다 학생을 존중해 주시고..어느 교수님보다 학생의 입장에서 생각하려 해주시기에..그것 만으로도 학생의 입장에서는  교수님의 수업에 흡수되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시작이 반이지 않습니까? 그리고 그러한 시작의 반을 채우는 것은 마음가짐이라고 생각합니다. 저희를 대해주시는 교수님을 보면서.. 그러한 마음가짐이 저절로 우러나오게 됨은..교수님의 가장 큰 미덕이며 장점이라고 생각합니다. 사실.. 많은 지식을 지니신 교수님께서 짧은 학기동안 학생들에게.. 어느 한 가지라도..제대로 체계적으로 전달해 주시기에는 학과 과정에 미흡한 구성적인 한계가 있는 것 같습니다. 때문에 항상 학생들의 의견을 물어주시고.. 수업에 반영해 주시는 것이 참 감사했습니다. 앞으로도 교수님께서 이것만은 가르쳐야 겠다는 확신을 지니시고 그 범주 안에서 저희 학생들의 의견을 반영해 주신다면.. 보다 알차고 모두에게 유익한 강의가 될 것임을 믿어 의심치 않습니다^^


연말 연초에 바쁘실텐데 .. 무엇보다 술자리가 많으실 것 같습니다... 건강 조심하시고 항상 지금의 인자하신 모습을 뵐 수 있길 바랍니다^^저의 부족한 생각이 조금이나마 교수님께 전해지길 바라며 이상 메일을 마치려 합니다..인생의 선배이며.. 저의 진로에 있어서도 스승이신 교수님의 모습을 지침으로 삼아..힘든 시기이지만 열심히 노력해 보려 합니다. 감사합니다!”


사람은 자신의 모습을 직접 보지 못한다. 눈이 앞만 바라보게 되었기 때문이다. 돌아본다고 하지만, 그것은 마음의 눈에 의한 것일 뿐이다. 한 학기 동안 나를 마주보고 앉아 그 수 많은 시간 강의를 들었던 학생의 의견은 매우 소중하다. 나에게는 거울과 같은 존재다. 그 거울에 비친 내 강의모습을 잘 보고, 앞으로 고쳐야 할 부분, 더 열심히 공부해서 알려주어야 할 부분을 찾아내는 것은 내 임무다. 물론 이메일을 보낸 학생이 심한 비판은 자제한 것으로도 보이지만, 내가 고쳐야 할 부분만 찾아내는 것만으로도 족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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