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 유리성
가을사랑
서울에서 강남은 이제 하나의 새로운 성(城)이 되었다. 조선 시대 한성(漢城)은 4대문으로 둘러싸여 있었다. 그 안에서 모든 권력과 부와 명예가 독점되었다. 성밖 사람들은 성안 사람들을 부러워했고, 그들과 모든 면에서 차별되었다. 그런 불공평한 차별은 무려 6백년이나 계속되었다.
사람들은 그런 봉건주의제도하에서의 불공평, 차별적 대우를 비민주적이며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를 침해하는 부당한 처사라고 비판했다. 그토록 타파하려고 했던 불합리한 현상은 이제 4대문안의 성에서 강남성으로 바뀌었다.
강남이 개발된 것은 그렇게 오래 되지 않았다. 1970년 초기만 해도 강남은 미지의 세계, 개척을 앞둔 캘리포니아와 같은 땅이었다. 1970년 중반부터 본격적인 개발이 시작되면서 사전에 계획된 도시로 자리잡게 되었다.
강북에 있던 주요 시설들이 옮겨왔다. 전통적인 명문학교들이 이전했고, 법조타운이 거대한 공룡처럼 선을 보였다. 무수히 많은 아파트단지가 짜임새 있게 들어섰다. 고급유흥가가 여기 저기 터를 잡기 시작했다. 그로부터 30여년이 지난 지금에는 강남은 그야말로 서울 제일의 타운이 되었다. 너무 밀집한 상태에서 비대해져 하나의 거대한 성이 되었다.
강남학군에 들어오기 위해 학부모들은 너나 할 것 없이 사력을 다하고 있다. 좋은 대학에 진학하기 위한 방법으로서 강남학군은 사실상 아이들의 장래를 결정짓는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강남에 있는 중고등학교에 들어가기 위해 학부모들은 강남에 있는 집을 비싸게 사거나 전세라도 얻게 되었다.
이로 인해 강남에 있는 아파트값은 천정부지로 무한정 뛰었다. 강남의 아파트값은 서울 전역과 수도권 일대의 부동산값에도 영향을 미치기 시작했다. 건설회사들은 장사가 되는 강남지역을 공략의 최우선순위로 삼았다. 아파트건축시기도 오래 된 것이 많아 재건축붐이 불어 또 다른 부를 손에 거머쥐기 시작한 곳도 강남이었다.
강남의 과소비현상은 압구정동, 강남역, 테헤란로 주변을 중심으로 고급 식당, 술집, 유흥가 등이 자리잡으면서 서울의 소비수준을 높여나가기 시작했다. 고급 백화점, 결혼식장, 호텔 등이 줄줄이 들어섰다. 압구정패션은 곧 유행을 선도했다. 타워팰리스는 몇십억원을 호가하는 경이로운 기록을 세우고 있다. 강남의 웬만한 땅은 평당 몇천만원이 기본이다.
이제 강남에 새로 들어온다는 것은 그림의 떡이 되어 버린 느낌이다. 봉급생활자들이 강남에 아파트를 마련한다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 이제 무엇이 문제인가? 강남 이외의 사람들은 엄청난 위화감을 느끼게 만들었다. 그들은 강남을 오고 가면서 강남에 거주하고 있는 사람들을 자신들과는 다른 새로운 신분의 사람으로 생각하고 있다.
강남에 사는 사람들은 새롭게 시행되고 있는 종부세 때문에 고물가, 고조세로 인한 이중의 고통을 겪고 있다고 하소연하고 있다. 강남은 나름대로 삭막한 환경에 있다. 너무 밀집되어 답답하고, 공기도 나빠졌다. 수많은 차량의 소음과 매연으로 삶의 질이 떨어졌다. 일반적으로 생활수준이 높아진 탓에 서로간에 경쟁의식이 강하고, 인간적이거나 낭만적인 요소는 많이 사라져 버렸다.
고급 외제 승용차를 타고 온 몸에 온통 비싼 명품 옷과 귀금속으로 치장한 귀족들이 오가는 거리처럼 인식되는 것도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 강남에서는 이런 물질적 환경 때문에 고급사기사건이 많이 벌어지기도 한다. 사무실을 화려하게 꾸며놓고 대규모사기를 치는 경우는 대개 강남에서 활동을 한다. 꽃뱀과 제비족이 주로 활동하는 곳이기도 하다.
원래 강남을 개발하기 시작한 것은 강북에 집중되어 있던 서울인구를 보다 넓은 지역으로 분산시켜 균형있는 발전을 도모하기 위해서였다. 그러나 결과적으로 강남만을 너무 집중적으로 발전시키고, 위상을 높여놓았다. 그래서 서울 사람들로 하여금 심각한 위화감을 느끼게 했고, 강남에 사는 사람들조차 그런 현상이 불편하게 느끼게끔 만들었다.
강남을 앞으로 어떻게 다른 지역과 조화를 이루면서 균형있게 발전시키고, 강남의 사회적 환경과 분위기를 어떻게 꾸며나가느냐 하는 것은 서울 전체의 문제이고, 나아가 한국 사회 전체에 영향을 미치는 중요한 과제라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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