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공원


                                                                     가을사랑

 

 


겨울이 가고 있었다. 봄이 저 멀리 오고 있는 소리가 들렸다. 계절이 바뀌는 길목에서 나는 무언가를 멍하니 바라보고 있었다. 내가 사랑했던 사람들이 꿈 속에서 보이는 것 같았다. 내가 서 있는 이 지점이 웬지 아주 작은 점처럼 보였다.


나는 작은 점 위에 떠 있는 작은 연꽃 같이 보였다. 그 연꽃은 영원을 약속하고 있었다. 내가 연꽃이 되고, 연꽃은 내가 되어 연못 위에 떠 있었다. 계절이 바뀌어도 연꽃은 나를 상징할 것이라고 믿었다.


갑자기 서울대공원에 가고 싶었다. 차를 운전하고 갔다. 오후 2시경 도착했다. 서울대공원은 주욱 늘어선 상인들의 미소로 시작된다. 흰가래떡을 파는 아주머니에게서 떡을 샀다. 구운 가래떡이 4개에 천원이다. 다 먹을 수 없어 2개만 샀다. 그래도 양이 많다.


구걸하는 사람이 엎드려서 찬송가를 틀어놓고 동냥을 하고 있었다. 그냥 지나칠 수 없었다. 불쌍한 생각이 들었다. 똑 같은 사람으로 태어나서 왜 그렇게 차이가 있을까? 내 짧은 소견으로는 도저히 모르겠다.


동물원까지 걸어갔다. 시원한 바람이 불어온다. 바람은 어느 곳에서나 만날 수 있다. 바람의 의미만 다를 뿐이다. 남산의 바람과 공원의 바람은 달랐다.


대공원 안에는 새들이 날아다니고 있었다. 까치가 몇 마리 보였다. 까치는 자유를 상징하고 있었다. 많은 새들이 갇혀 있는데도 까치는 자유를 만끽하고 있었다. 수 많은 동물들이 갇혀 있었다. 사자도 호랑이도, 곰도 원숭이도 모두 갇혀 있었다.


인간이 만물의 영장임을 상징하는 곳이었다. 그들은 모두 자유를 상실한 채 사람들의 구경거리가 되어 있었다. 사람들의 보호를 받아가면서 살아갈 수밖에 없는 운명이 되었다. 작은 원숭이가 무언가 생각하는 듯한 표정을 지으면서 입술을 움직이고 있는 것이 마치 사람 같이 보였다.


머리를 식히기에는 좋은 코스다. 서울에서도 가깝고 시설도 잘 해놓았다. 봄이 오면 다시 한번 가볼 생각이다. 입구에 늘어선 벚나무가 만발할 때 가보아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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