캠퍼스의 봄
가을사랑
캠퍼스의 봄은 남다른 의미를 갖는다. 학문의 전당이라는 특수한 환경 때문에 같은 봄이라도 더 아름답게 느껴진다. 아직은 사회에 때 묻지 않은 순수가 봄바람에 어우러져 향기를 날리고 있었다.
비록 가진 것은 없어도 학생들은 젊음과 순수, 그리고 꿈을 가지고 있다. 낭만을 노래하면서 하늘을 바라볼 때 그들은 한껏 들뜨기도 하고, 철학적인 사고와 논리로 사랑에 빠지기도 한다. 강의를 마치고 학생들에게 이메일을 보냈다.
‘오늘 두 번째 강의를 했습니다.
지루한 법강의를 졸지 않고 열심히 들어주신데 대해 고맙게 생각합니다.
여러분!
시작이 반입니다. 힘들어도 중단하지 말고 꾸준히 책을 읽으면 됩니다. 이해가 가지 않는 부분이 있어도 자꾸 읽다보면 저절로 뜻이 통하게 되어 있습니다. 모든 것을 완벽하게 알아야 되는 것도 아닙니다. 제한된 시간을 가지고 똑 같은 조건에서 시험공부를 하는 것입니다. 오래 공부한 사람은 매너리즘에 빠져 더 불리할 수 있습니다. 짧은 기간, 2년 정도의 기간을 집중해서 몰두하는 것으로 충분합니다.
머리 속을 단순하게 비우고 책을 집중해서 읽을 수 있도록 하기 바랍니다. 그리고 공부를 할 때 항상 key word를 생각해야 합니다. 쟁점이 있을 때 다수설과 판례의 결론을 한 줄로 정리해서 암기해야 합니다. 그게 필요한 지식입니다. 민법이고 형법이고, 헌법이고 모두 마찬가지입니다. 학설이 열 개 있어도, 항상 다수설과 판례의 결론만 외우면 됩니다. 결론에 이르는 논리적 과정은 외우려고 하지 마십시오. 자꾸 읽으면 저절로 알게 됩니다. 빠른 속도로 책을 읽어 앞과 뒤가 연결되도록 해야 합니다. 그것이 법적 사고능력입니다.
형법총론에 자신감을 가지면 사법시험 공부는 절반 가까이 다가간 것입니다. 공부할 때 각주에는 너무 신경을 쓰지 않아도 됩니다. 다만, 판례는 어떤 경우든지 간에, 특히 교과서에 인용할 정도면 그 결론을 잘 읽어두시기 바랍니다. 판례를 외우려고 하면 안 됩니다. 그냥 차분히 읽고 그 의미만 이해하면 됩니다.
학생 여러분!
지금 여러분의 환경에 대해 감사한 마음을 가지시기 바랍니다. 어떠한 환경에 있어도 남과 비교하지 마시기 바랍니다. 건강하고, 대학에 다닐 수 있는 여건만으로도 여러분은 축복받은 입장입니다.
다만, 놀고 싶은 유혹을 자제할 수 있도록 인내하고, 의지를 강하게 하십시요. 2년만 고생하면 그 다음에 하고 싶은 모든 일을 할 수 있습니다. 공부를 어렵게 생각하지 말고 재미를 붙이시기 바랍니다. 공부를 잘 하는 것이 자신의 달란트라고 생각하면 엔돌핀이 나옵니다. 법대에 들어온 이상 법을 공부해서 전문가가 된다는 것이 얼마나 보람 있는 일입니까? 힘을 내십시요.
아름다운 캠퍼스에서 봄을 맞이하고 열심히 학문에 정열을 바치는 지금 이 시간이
여러분들의 인생에서 가장 아름다운 시간으로 기억될 것입니다.‘
내 이메일을 보고 어느 학생이 즉시 답장을 보냈다. 서로가 느끼는 따뜻한 정이다. 그게 사람이 사는 사회라고 믿는다.
'오늘 처음 교수님 수업을 듣게 되었는데 학생의 입장에서 생각해주시고 배려하시는 마음을 많이 느낄 수 있었습니다. 독려해주시는 이메일도 정말 감사드립니다. 저도 항상 감사하는 마음을 가지려고 노력합니다. 여러 가지 크고 작은 일로 치이다 보면 마음도 아프고 걱정도 클 때도 있지만 교수님 말씀대로 건강하고 공부할 수 있는 환경만 해도 정말로 큰 축복을 받은 것임은 틀림이 없습니다.
저는 사법시험을 준비하려는 생각은 아직 진지하게 하지 않고 있지만 교수님 말씀을 들으면 도전해 보고 싶은 마음도 생깁니다.
저는 교환학생에 지원해서 내일 면접을 보게 됩니다. 홀로 지내며 다른 세상을 보고 발전하고픈 욕심이 있어서요. 가능하다면 유럽에서 방학 때는 국제기구에서 인턴으로 일하는 등의 경험을 쌓고 돌아오고 싶습니다.
이번 학기에 초등학생에게 세계문화유산에 대해 강의하는 자원봉사도 하게 되어 정말 만만치 않은 한학기가 될 것 같습니다. 전공 공부도 결코 게을리하지 않고 독하게 하리라는 다짐을 했었는데 바쁘다는 핑계로 아직 자리를 잡지 못한 것이 사실입니다.
교수님, 열심히 하겠습니다. 무엇이 되었든 일단 제가 할 수 있는 것은 열심히 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다음 주에 뵙겠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