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법의 개념
가을사랑
형법에서 범죄론체계를 이해하지 못하면 총론에 대한 두려움이 생기게 된다. 따라서 구성요건, 위법성, 책임의 세 가지 요소로 되어 있는 범죄성립요건에 대해 철저한 이해를 해야 한다.
그런데 이러한 범죄론은 행위의 본질에 대한 행위론과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다. 행위를 어떻게 파악하느냐에 따라 구성요건과 위법성, 책임을 이해하는 입장이 달라지기 때문이다.
구성요건까지는 쉽게 이해해도 그 다음 단계에서 위법성을 공부할 때 혼란에 빠지는 것은 위법성과 불법의 관계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여기에서는 불법에 대해 설명해 보기로 한다.
불법은 실체적 개념이다. 위법성이라는 용어가 구성요건에 해당하는 행위가 전체법질서에 위반된다는 성질을 의미함에 반하여, 불법은 구성요건에 해당하고 위법한 행위를 가치키는 실체개념이다.
이러한 불법은 결과불법과 행위불법으로 구성되어 있다. 실체로서의 불법은, ① 구성요건해당행위의 객관적 측면이 위법할 때의 실체부분을 의미하는 결과불법과, ② 구성요건해당행위의 주관적 측면이 위법할 때의 실체부분을 의미하는 행위불법으로 나뉘어진다.
불법이란 사람의 어떤 행위가 형법상 규정되어 있는 개별적인 구성요건에 해당하고 위법할 때 그 행위 자체를 가리키는 용어다. 예를 들어 갑이 을을 칼로 찔러 사망하게 한 행위가 살인죄라는 형법 제250조 제1항의 구성요건에 해당하고 위법성이 인정될 때 갑의 행위를 불법이라고 한다. 살인죄의 구성요건해당성이 인정되고, 별도의 위법성조각사유가 없는 경우 그 행위는 불법의 실체를 가지게 된다.
구성요건 가운데 객관적 구성요건요소를 실현시킨 행위로서 위법한 경우를 결과불법이라고 한다. 객관적 구성요건요소를 실현시킨 행위는 구성요건적 결과라고 한다. 이와 같은 구성요건적 결과에 위법성조각사유가 없으면 그것은 위법하다는 평가를 받게 되며, 이를 결과불법이라고 한다.
이에 대해 행위불법은 주관적 구성요건에 해당하는 위법한 행위를 말한다. 구성요건적 고의 또는 구성요건적 과실이 인정될 때 주관적 구성요건에 해당하게 된다고 할 수 있다. 결과불법은 불법의 객관적 측면을 의미하고, 행위불법은 주관적 측면을 의미한다.
결과불법에서 말하는 결과란 객관적 구성요건을 실현시킨 행위라는 뜻이며, 이는 인과관계에서 말하는 결과의 개념과는 구별된다. 인과관계에서의 결과란 시간적 공간적으로 나타난 외부적 변화를 말하며, 결과불법에서의 결과란 객관적 구성요건을 실현시킨 행위를 말한다고 할 수 있다.
행위불법에서 말하는 행위란 주관과 객관을 합한 전체적인 개념인 행위를 말하는 것이 아니다. 행위불법이라는 용어에서 사용하는 행위란 불법의 실질적인 내용이 구성요건적 고의 또는 과실과 같은 주관적 구성요건요소의 실현에 있다는 것과 그에 대한 위법성판단이 중요하다는 사실을 강조하기 위하여 의도적으로 사용하고 있는 용어라고 할 수 있다.
행위불법은 결국 주관적 구성요건에 해당하는 위법한 행위를 가리킨다. 행위불법에서는 불법은 행위자의 목적적 조종활동에 있다고 한다. 행위의 결과 나타나는 결과란 우연에 불과하다고 보고 불법의 실질을 행위자의 목적적 조종활동에 있다고 보기 때문에 인적 불법론이라고 한다.
‘인적’이라는 용어를 사용하고 있는 이유는 불법이란 사람만이 목적적 조종활동을 할 수 있기 때문에, 사람에게만 고유하다는 의미를 가지기 때문이다. 종래 결과불법은 인과적 행위론에서 주장되었다. 인과적 행위론의 입장에서는 객관적 구성요건을 위법하게 실현시킨 행위가 불법의 전부라고 보았다. 결과불법만이 불법의 내용이라는 것이다.
이에 대해 목적적 행위론에서는 구성요건적 고의 또는 과실을 가지고 위법한 행위에 나아가는 것이 불법이라고 보았다. 그러나 사회적 행위론에서는 결과불법과 행위불법 두 가지 요소가 모두 불법의 실질을 이루고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