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사랑
오후에 구리쪽으로 가다가 차가 무척 막혀 되돌아왔다. 오는 길에 워커힐에 들렀다. 피자힐 주차장에 차를 세워놓고 바람을 쐬었다. 다시 돌아오는 길에 장로회신학대학교에 들어갔다. 1901년에 외국 사람이 설립했다고 한다. 캠퍼스 주차장에 차를 세워놓고 산책을 했다. 캠퍼스는 크지 않았지만 그렇다고 적은 것도 아니었다. 산 중턱에 여러 건물이 있고, 아기자기했다. 미국 캠퍼스 분위기를 보여주고 있었다. 안에 민들레영토 장신대점이 있었다. 장로회신학대학교는 미국 북장로회 선교사 마펫(S.A.Moffett)이 1901년부터 평양에서 김종섭, 방기창 두 사람을 데리고 사랑방에서 신학반을 운영하면서 시작되었다고 한다.
돌아오다가 올림픽공원에 가서 오랫동안 있었다. 추석[Chuseok;the harvest(moon) festivalon the 15th of August by the lunar calendar] 인데도 공원 안에는 사람들이 많이 있었다. 잔디밭에서 배드민턴을 치는 사람들도 많았다. 어두워지고 달이 떠올랐다.
추석에 뜨는 달은 많은 것을 내포하고 있었다. 나는 여러 곳에서 달을 유심히 바라보았다. 올림픽공원 잔디밭에서 바라보는 달은 은은한 사랑을 담고 있었다. 넓은 잔디를 배경으로 달은 영원한 미소를 보내고 있었다. 나는 그 미소에 취해 하늘에 시선을 고정시키고 있었다.
집 부근에서 본 달은 가로등과 함께 은행나무잎 사이로 보였다. 아직은 푸른색을 띠고 있는 은행나무잎 사이로 달은 가로등처럼 밝아보였다. 그 밝음 사이로 행복이 손짓하고 있었다. 순수한 사랑은 항상 행복을 염원한다. 비록 그 사랑이 이루어지지 못한다고 해도, 정신적으로는 순수성 때문에 행복을 느낄 수 있다.
뒷동산에 있는 소나무에 걸친 달은 그야말로 한편의 시를 낭송하고 있었다. 그 시는 우리들의 마음을 달에 걸어놓은 것처럼 애처롭기도 하고 사랑의 아름다운 슬픔을 매달아놓고 있었다.
최대의 명절이라는 한가위를 맞아 많은 사람들은 즐겁기도 하고, 외롭기도 하고, 세월의 흐름 속에 삶의 편지를 남기고 싶어하는 안타까운 마음으로 달을 보고 있는 것 같기도 했다. 나는 달의 여러 가지 표정을 읽으면서 추석의 달(秋夕の月)을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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