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혼남과 재혼녀(4)


가을사랑 

 


영희는 철수에게 집요하게 재산을 자신의 앞으로 해놓자고 했다. 그렇지 않으면 불안하다는 것이었다. 자신에게 무언가 보장을 해주어야 마음 놓고 살지 않겠느냐는 것이었다. 재혼하는 사람들의 경우에 처음부터 재산문제가 관심사가 되는 경우가 있다.

 

첫번째 결혼의 경우에는 혼수 등을 따지는 경우는 있어도 처음부터 배우자 사이에 재산을 어떻게 할 것이냐를 놓고 심각한 고민을 하는 부부는 많지 않다. 그러나 재혼(再婚)의 경우는 다르다. 철수는 영희가 착하게 하고 열심히 살려고 했기 때문에 그 말도 일리가 있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자신의 아파트를 영희 앞으로 넘겨주었다.

 

혼인한 부부 사이에 증여를 한 것이었다. 부부 사이의 재산은 부부별산제이다. 각자의 명의로 재산을 가지고 있으면 공동재산은 아니다. 그래서 이혼할 때 부부간에 재산분할이 커다란 문제가 된다. 많은 부부들이 서로 내 것 네 것 없이 잘 지내다가 사이가 나빠져 이혼하기로 마음 먹으면 가장 중요한 것이 재산문제다. 서로 많이 차지하려고 안간힘을 쓴다. 특히 최근에는 재산규모가 커져서 이혼하면서 수십억원의 재산을 분할하는 경우도 있다. 


남자도 이혼할 때에는 여자에게 돈을 주는 것이 아까운 모양이다. 자식들이 있어도 마찬가지다. 아마 다른 이성과 그 돈을 쓸 생각을 하면 속이 뒤틀리기 때문일 것이다. 자식들과 그냥 살아가면서 재혼을 안한다는 보장이 있으면 조금 다르다. 철수는 통장도 영희 앞으로 만들어 돈을 넣어주었다. 그러자 영희는 눈물을 흘리며 약속했다. 죽을 때까지 철수만을 위해서 살겠다는 다짐을 했다. 식당 영업도 더 열심히 하기 시작했다.


철수는 비록 전처는 세상을 떠났지만 이제 영희를 만나 새로운 인생을 출발할 수 있었다. 아이들도 영희를 따르기 시작했고, 새로운 가정은 웃음과 활기를 찾을 수 있었다. 죽은 사람만 억울한 법이다. 전처는 고생만 한 채 행복을 누리지 못했고, 모든 행복은 새로 들어온 영희가 차지하게 된 것이었다.

 

'악한 눈이 있는 자의 음식을 먹지 말며 그 진찬을 탐하지 말찌어다 대저 그 마음의 생각이 어떠하면 그 위인도 그러한 즉 그가 너더러 먹고 마시라 할지라도 그 마음은 너와 함께하지 아니함이라 네가 조금 먹은 것도 토하겠고 네 아름다운 말도 헛된 데로 돌아가리라(잠언 23:6~8)'


그런데 영희에게 애인이 생겼다. 외모가 준수한 젊은 남자가 애인이 되었다. 두 사람은 몰래 만나고 연애를 하기 시작했다. 꼬리가 길면 밟히는 법! 철수는 그런 사실을 알아냈다. 영희 통장에 들어있는 돈이 많이 없어졌다. 추궁해 보니 데이트비용으로 쓰고, 게다가 새로운 애인인 현진(32세, 가명)에게 옷도 사주고 중국으로 함께 단체관광을 다녀오기도 했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철수는 영희를 때리기도 하고 애원도 했다. 현진과의 관계를 끊고 잘 살자고 사정했다. 동기야 어떻든 부부간에 폭행을 하면 법에 저촉된다. 그리고 이혼사유가 된다. 그래서 어떠한 경우라도 부부간에 폭행을 해서는 안 된다. 부부중 한 사람이 상대방을 폭행해서 진단서라도 나오는 경우에는 이혼소송에서 매우 불리하게 작용한다. 영희는 말로만 그러겠다고 하면서 계속해서 현진을 만났다. 현진도 유부남이었다. 부인이 있었고, 자식도 있었다.


철수는 뒷조사를 시켜서 영희와 현진이 모텔에 들어가는 것을 찾아냈다. 많은 사람들이 배우자의 부정을 의심해서 뒷조사를 시키고 있는 현실이다. 그래서 다른 사람들의 사생활을 미행하고 돈을 받는 행위는 법에 의해 처벌대상이 되지만, 이런 일을 영업적으로 하는 흥신소는 여전히 활개를 치고 있다. 인터넷에도 버젓이 영업광고를 내고 있다. 하기야 일을 맡기는 사람이 불법한 일을 시키는 것이기 때문에 웬만하면 문제가 생기지 않는다. 그것을 이용해서 흥신소는 여전히 운영되고 있다.


흥신소 직원이 철수에서 현장을 알려주자 철수는 모텔 밖에서 기다리고 있었다. 일을 마치고 모텔 밖으로 나오는 현진을 만나 철수는 싸움을 했다. 흥분한 상태에서 철수는 현진의 멱살을 잡고 때렸다. 이때 현진이 돌을 들어 철수를 때리자 철수는 옆에 있던 철제의자를 들어 현진의 머리를 내리쳤다.


현진은 갑자기 쓰러졌고, 뇌진탕을 일으키면서 병원으로 후송되었으나 사망했다. 사고는 아주 갑작스럽게 일어나는 법이다. 누가 상상이나 했을까? 조금 다치는 것은 몰라도 현진이 맞아서 죽으리라고는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었다. 철수가 병진을 때려서 죽이려고 했던 것도 아니었다. 


순간적으로 서로 싸우게 되었고, 흥분된 상태에서 현진을 돌을 들어 때렸고, 철수는 그에 맞서 철제의자를 들어 때렸던 것이었다. 옆에 철제의자가 마침 있었던 것이 화근이었다. 철제의자가 없었더라면 이와 같은 엄청난 사고가 일어나지 않았을 수도 있었다.


현진은 남의 부인과 바람을 피다가 들켰으면 조금 맞더라도 잘못했다고 생각하고 가만히 있을 일이지, 무얼 잘했다고 돌을 들어 철수를 때렸을까? 세상에는 이해할 수 없는 일들이 너무 많다. 그게 인간 세상의 현실이다.


철수는 영희와 함께 현진을 데리고 병원에 갔다가 출동한 경찰에 의해 검거되었다. 곧 바로 상해치사죄로 구속되었고 재판을 받게 되었다. 상해치사죄라고 함은 사람의 신체를 상해하여 사망에 이르게 한 범죄를 말한다. 


형법 제259조 제1항은 상해치사죄를 3년 이상의 유기징역에 처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상해치사죄가 인정되면 3년 이상 15년 이하의 징역형에 처해지게 된다. 상해치사죄 사건에서 중요한 것은 피해자와의 합의다. 정상을 참작받기 위해서는 유족들과 합의를 해야 한다.


철수는 가지고 있는 재산도 별로 없어 현진의 유가족과 합의를 하지 못했다. 현진의 유가족은 철수에게 합의금으로 5억원을 요구했다. 사실 현진의 부인 입장에서는 얼마나 억울할까? 남편이 유부녀와 바람을 피다가 그 남편에게 맞아 죽었다. 자녀들에게도 커다란 불명예일 것이다. 그리고 앞으로의 생계도 막막해졌다. 게다가 믿었던 남편이 자신을 배신하고 다른 여자와 정을 통했다는 사실에 만정이 다 떨어져 나갔을 것이다. 철수는 엄청난 금액에 질려 합의를 볼 생각도 하지 못하고 있었다. 철수가 구속된 후 영희는 집을 나가버리고 연락이 되지 않았다.


철수의 자식들은 아직 어렸다. 철수의 부모님들은 시골에서 살고 계신데 노환으로 거동도 제대로 못하시는 형편이다. 철수는 형제도 없었다. 가까운 친구들이 옆에서 도와준다고 하는데 그들도 사는 것이 바쁘기 때문에 한 두 번 면회만 왔을 뿐 달리 무슨 도움을 줄 수도 없었다.

 

철수는 정말 외롭고 비참하게 되었다. 그 누구의 도움도 받을 수 없는 상태가 되었다. 하루 아침에 이렇게 된 것이었다. 사람의 불행은 어느 날 갑자기 찾아온다. 전혀 예상하지 못하는 시간과 장소에서 발생한다. 추석을 맞아 귀성길에 오른 차량이 사고가 나서 장례식을 치러야 하는 사고도 있다. 백화점에 쇼핑을 하러 갔다가 붕괴사고로 목숨을 잃은 사람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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