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혼남과 재혼녀(5)


가을사랑



미국에서는 2001년 9월 11일 테러로 고층건물이 순간적으로 붕괴되어 수많은 사상자가 발생하기도 했다. 서울에서는 얼마 전에 평온하게 친구와 저녁 식사를 하고 귀가길에 택시를 탔는데 납치되어 강간 당하고 살해당한 사건도 있었다. 강도살인범들은 야식집 운영자금 3천만원을 마련하기 위해 범행을 저질렀으며, 그 자금이 마련될 때까지 계속해서 강도짓을 하려고 했다고 한다. 연쇄부도가 나서 하루 아침에 기업이 문을 닫아야 하고, 구조조정 때문에 갑자기 실업자가 되기도 한다. 어느 날 건강진단을 받고 암판정을 받아 사색이 되기도 한다.


법을 지키면서 횡단보도를 건너는데 술에 취한 운전자가 들이받아 장애인이 되기도 한다. 젊은이가 술집에 가서 한번 실수를 했는데 에이즈에 감염되어 비참한 인생이 되기도 한다. 이런 불행이 모두 남의 일로 생각되는 사람은 정말 운이 좋은 사람이다.


그러나 많은 사람들은 살아가면서 예상하지 못했던 사고를 당하고 질병에 걸리고 재산을 잃는 불행을 당하게 된다. 불행은 결코 남의 일이 아니다. 인간이 연약한 존재이고, 이 세상에는 천사와 악마가 공존하고 있기 때문이다. 사탄과 악마는 항상 인간에게 불행한 일을 도모하고 인간을 고통스럽게 만든다.

 

인간은 원죄(original sin)를 가지고 태어났기 때문에 항상 악의 유혹에 빠질 위험이 있다. 스스로 만든 욕망의 탑에 올라가 추락하게 된다. 그 욕망의 탑을 높이 쌓으면 쌓을수록 그는 더 높은 곳에서 떨어져 사망하게 된다. 낮은 곳까지 올라갔던 사람은 떨어져도 사망에까지는 이르지 않는다. 인간에게 불행이 닥칠 때 어떻게 해야 하는가? 불행과 고난을 당했을 때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가? 바로 그것이 중요한 문제다. 


철수는 자신의 문제에 대해 그 발단이 무엇일까 곰곰히 생각해 보았다. 무엇이 잘못되어 이런 결과를 가져온 것일까 알고 싶었다. 그러나 해답은 쉽게 얻어지지 않았다. 아니 불가능했다.   


첫째, 철수의 부인이 사망한 것이 화근이었다. 부인만 죽지 않았더라면 이런 상황이 오지 않았을 것이다. 그게 억울했다. 착한 부인과 잘 살고 있는데 왜 하필이면 자신의 부인이 암에 걸리고 또 사망했다는 말인가? 암에 걸리지 않았더라면? 암이라고 해도 일찍 발견하여 고칠 수 있었더라면?

 

모든 사람이 살고 죽는 것은 하나님께 달려 있다. 누군들 병들고 죽고 싶으랴? 그것은 철수가 할 수 있는 일이 아니었다. 철수가 할 수 있었던 것은 부인이 암에 걸리기 전에 신경을 써서 가족들이 건강에 조심을 했어야 했고, 정기적으로 건강진단을 받았어야 했다.

 

아무리 노력을 해도 암에 걸리고 병들어 죽는 것이 인생이다. 지금까지 모든 인간은 죽었다. 필연적으로 죽을 수밖에 없는 운명을 타고 났다. 영원히 죽지 않기 위해 발버둥쳤던 모든 사람들이 죽고말았다. 진시왕도 죽었고, 로마황제도, 징키스칸도, 미국의 대재벌들도, 대통령을 지낸 사람들도, 세계적인 인기스타들도 때가 되면 누구나 예외없이 세상을 떠났다. 유한한 생명을 가진 인간이 동물적 존재로서 한계를 인정하지 않고 영원히 살고 싶다고 과욕을 부리거나 고집을 부리는 것은 어리석기 짝이 없는 일이다. 죽음 앞에 겸손해져야 하는 것이 인간의 운명이다.

 

누구나 자신만은 암에 걸리지 않을 것이라고 믿고 산다. 그러면서 건강 조심을 하지 않는다. 잘못된 생활습관, 먹는 습관, 절제되지 않은 행동, 운동을 하지 못하는 박약한 의지 등으로 시간이 가면서 건강을 잃게 된다. 그리고 후회한다. 철수의 부인이 사망한 것은 많은 사람들이 겪는 일이다. 많은 사람들이 배우자를 먼저 떠나보냈다고 해서 다 불행하게 되는 것은 아니다. 배우자가 사망한 다음에도 자녀들과 열심히 살아가는 사람들이 많다.

 

부인이 사망한 것은 어쩔 수 없는 일이고, 거기에는 또 다른 하나님의 뜻이 있었을 것이다. 그 하나님의 뜻을 깊이 헤아려 거기에 맞게 살아가고 자신의 행동을 선택하는 것이 현명한 처사였을 것이다. 부인의 죽음을 억울해 하고, 슬퍼하고만 있으면서 하나님의 뜻을 헤아리려는 노력을 하지 않는 것은 아무런 해답이 되지 않을 뿐더러, 어리석은 일이다. 슬픔에서 벗어나 새로운 그 무엇을 찾으려는 노력을 게을리해서는 안 된다.  


둘째, 철수가 재혼한 것이었다. 재혼을 하지 않고 혼자 살았더라면 이렇게 되지 않았을 것이다. 재혼을 해서 현재의 부인을 만났고, 그 여자가 바람을 피워서 이렇게 된 것이었다. 철수는 신중한 선택을 했어야 했다. 사람은 사람과 더불어 살아간다. 그렇기 때문에 다른 사람을 만나는 일은 매우 중요하다. 한 사람을 잘못 만나면 철수와 같이 되는 수가 있다.  


사람이란 선한 사람과 악한 사람이 있다. 천사와 악마가 공존하는 것이 세상이다. 악마들은 사람의 모습을 하고 나타난다. 가장 무서운 악마다. 얼굴은 천사와 같이 보이지만, 속에는 악마의 피가 흐르고 있는 것이다. 감언이설로 사람을 유혹하고, 사람을 속이고 배신한다. 나쁜 마음을 먹고 항상 이익만 챙기려는 것이다. 그래서 사람과의 만남은 신중하게 해야 한다. 새로운 사람을 만나서 친하게 지내고, 그 사람과 어떠한 거래를 하거나 특별한 관계를 맺는 경우에는 조심해야 한다. 그 사람의 속마음을 알기 위해 많은 노력을 해야 한다. 무조건 그 사람의 말만 믿고 자신의 모든 것을 주어서는 커다란 낭패를 볼 위험이 있다.  


그러나 아무리 사람의 이성으로 합리적인 판단을 하고 사람을 선택한다고 해도 철수와 같은 상황이 될 수 있다. 그래서 사람을 만날 때에는 하나님의 음성을 들어보아야 한다. 조용히 하나님께 기도하면서 상대방을 만나도 좋은지, 그 사람과 거래를 해도 좋은지, 결혼을 할 것인지에 관한 올바른 판단을 할 수 있도록 도와달라고 기도해야 한다. 무턱대도 인간적인 인식에 근거해서 감정적으로 판단해서는 철수와 같은 비극을 당할 수 있는 것이다. 

 

인간은 살아가면서 그때그때 많은 선택을 하여야 한다. 자신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태어났지만, 어느 정도 나이가 들면 그때부터는 모든 것이 자신의 선택에 달려있다. 물론 주변에서 다른 사람들이 어드바이스를 하기도 하지만 철이 든 때로부터는 모든 것의 그의 책임이다. 대학교를 선택하는 것, 배우자를 고르는 것, 직장을 얻는 것, 취미를 선택하는 것, 돈과 명예를 위해 과도한 욕심을 부리는 것 등이 모두 개인의 선택에 달려있다.

 

인생은 선택의 연속이라고 할 수 있다. 그때그때 어떠한 선택을 하느냐에 따라 그의 인생이 달라진다. 그리고 모든 선택은 과거의 문제가 아니다. 지금 당장 눈앞에서 벌어지고 있는 현재의 문제다. 그 선택으로 미래가 달라지지만, 선택은 여전히 현재 해야 하는 것이고, 현재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문제다. 순간순간의 선택 때문에 인간은 그의 운명이 180도 달라지며, 두고 두고 그 선택의 영향을 받게 된다. 자신뿐 아니라 주변 사람들도 그 선택의 영향을 받게 된다.

 

그러므로 선택을 할 때 신중하게 해야 한다. 가장 합리적인 이성적인 판단을 해야 하지만, 모든 선택을 하기 전에 하나님의 음성을 들어야 한다. 그런 선택이 최선의 선이며, 하나님의 뜻에 부합할 때 나중에 합력하여 선을 이루게 된다. 적어도 그런 믿음을 가지고 선택을 한다면 나중에 잘못된 선택이었다고 해도 마음 편하게 하나님의 뜻으로 받아들일 수 있게 된다.

 

혼자 한 선택이 아니라, 하나님과 함께 한 선택에 대해서는 본인 혼자가 책임을 지는 것이 아니라, 하나님께서 함께 책임을 져주신다는 믿음을 가지고 살면 피조물인 인간의 삶은 훤씬 편하고 쉬워지지 않을까? 

 

재혼을 하는 남자와 여자는 주의해야 할 일이 있다. 자신이 왜 재혼을 하려고 하는지 잘 따져보아야 한다. 그리고 상대방 역시 재혼인 경우에는 상대방이 왜 재혼을 하려고 하는지도 생각해 보아야 한다. 그것은 결혼의 진정한 의미에 대해 생각해 보는 것과도 연관이 있다. 혼자 살지 않고 남자와 여자가 만나 가정을 이루고 공동생활을 한다는 것은 물론 얻는 것이 많은 방법이다. 그러나 결혼생활에는 보이지 않는 단점과 불편함이 숨어있다. 그것을 애써 외면하고 무시하고 성급하게 결혼하는 경우 많은 사람들이 후회하고 또 다시 헤어지는 아픔을 겪게 된다. 

 

재혼하는 사람들은 일단 순수성을 상실한 경우가 적지 않다. 한번 했던 결혼생활에 실패했기 때문에 그 아픔을 가슴 속에 간직하고 있다. 그래서 상대방에 대해 의심하고, 오해할 소지가 많다. 그러면서도 겉모습만 보고 좋아하는 경우, 상대방의 돈이나 능력을 보고 좋아하는 경우, 아니면 단순한 생활상의 편리함을 바라는 경우에 재혼을 하려고 한다. 이런 복잡한 요인 때문에 양쪽 다 재혼인 경우 성공할 확률보다는 실패할 확률이 높아 보인다. 이것은 단순한 기우는 아닐 것이다. 그래서 재혼을 할 경우에는 보다 신중한 판단을 해야 하고, 재혼의 상대방에 대해 잘 살펴보아야 한다. 이번에 실패하면 삼혼이 되기 때문이다.  


셋째, 영희가 바람을 피웠을 때 철수가 어떻게 대처를 했어야 했을까? 부인이 바람을 피운다는 사실을 알게 되면 흥분하게 된다. 정신적으로 공황상태가 된다. 이때 잘 판단해야 한다. 결혼생활에서 배우자가 바람을 피게 되면 보통 심각한 문제가 아니다. 가장 중요한 인간관계에서 금이 가기 시작하는 것이며, 생활의 가장 기초가 되는 가정이 흔들거리게 되는 것이다.


배우자의 외도를 알게 되는 상대방은 심한 충격에 빠지게 되고, 이성을 잃게 된다. 흥분하게 되고 공황상태에서 무슨 일을 저지를지 모른다. 간통현장에서 살인사건이 심심치 않게 발생하고, 살인까지는 안가도 중상해를 가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어떤 부인은 남편의 외도를 알고 성기를 면도칼로 절단하기도 했다. 어떤 남편은 부인의 외도를 알고 그곳을 연탄집게를 달구어 지져버리기도 했다. 이슬람세계에서는 간통한 여자는 돌로 쳐죽여왔다. 그만큼 배우자의 외도와 부정행위는 매우 비이성적인 방법으로 처리가 되어왔다.


철수는 조용히 이혼을 할 수도 있었다. 어차피 금이 간 상태에서 이혼을 하고 혼자 살던가 다시 재혼을 할 수도 있었다. 그러나 철수는 영희에게 재산을 넘겨주고 이혼을 하는 상황을 상상하기가 싫었다. 지금까지 서로 잘 살아왔던 것이 무너져버리는 현실을 받아들이고 싶지가 않았다. 그게 화근이었다. 간통현장을 잡아 형사고소를 하고 말았더라면 지금과 같은 비극은 벌어지지 않았을 것이다. 
 

넷째, 철수는 폭력을 행사하지 말았어야 했다. 어떠한 경우라도 물리적인 힘으로 싸우는 것은 매우 위험하다. 싸움을 하면 때려도 문제고 맞아도 문제다. 싸움은 예상치 못한 결과를 가져오는 경우가 많다. 술집에서 싸움사건이 일어나면 병을 깨서 찌르고 의자를 집어 던져 실명을 시키기도 하고 술취한 사람이 뇌진탕을 일으켜 사망하기도 한다.  


특히 집단패싸움은 더욱 치명적이다. 피가 뜨거운 젊은 시절 사람들은 사소한 문제로 폭력을 행사한다. 아주 사소한 시비가 발단이 되어 커다란 싸움을 목숨을 걸고 하기도 한다. 나중에 생각해 보면 그 싸움의 동기는 정말 시시하다. 싸울 일이 전혀 아닌데 그것이 세상에서 가장 중요한 것처럼 싸우고 나중에 후회할 일을 만드는 것이다.

 

영희와 현진이 바람을 피는 장면을 목격했다고 해도 철수는 싸움을 피하고 법적 조치를 취했어야 현명했던 것이다. 물론 이성을 잃은 상태에서 흥분하여 일을 저지르는 것은 누구나 할 수 있는 일이다. 그러나 그와 같은 치명적인 결과가 발생했을 때 나중에 감당하지 못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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