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혼남과 재혼녀(13)


가을사랑



다음으로 철수가 해야 할 일은 용서하는 것이다. 철수의 마음 속에는 증오심이 가득 차 있다. 특히 자신을 배신해서 이 모양으로 만들어 놓은 부인에 대한 증오심이다. 상처를 한 다음 혼자 살고 있는 자신에게 접근해서 결혼을 하고 재산을 넘겨주었더니 젊은 남자와 바람을 피운 여자! 영희에 대한 배신감과 증오심은 불타오르고 있었다. 자신의 인생을 완전히 망쳐놓은 사람이다.

 

사실 한 사람을 잘못 만나 인생을 망치는 경우는 많다. 남자와 여자가 바로 그렇다. 한 사람을 잘못 만나 몸을 섞고, 결혼을 하고 끌려다니면 평생 고통 속에서 헤어나지 못한다. 제비족을 만나 가정이 파탄나고 비참하게 되는 여자가 있는가 하면, 꽃뱀을 만나 개망신을 당하고 초라하게 되는 남자도 많다.

 

사기결혼도 허다하다. 자신의 환경을 거짓으로 꾸며 능력이 있는 것처럼, 멋이 있는 것처럼 보인 다음 마음을 빼앗아 결혼한 다음에 본색을 드러내는 것이다. 사기결혼은 죄도 되지 않는다. 몸을 섞고 결혼을 하지 않아야 혼인빙자간음죄라도 될 가능성이 있지만, 거짓말로 속이고 결혼을 하겠다고 하고, 실제로 결혼을 하면 아무 죄도 되지 않는 것이다.

 

심지어 어떤 남자는 한번 결혼을 했다가 이혼한 상태임에도 불구하고 결혼정보회사에 마치 초혼인 것처럼 속이고 결혼을 했다. 상대방 여자는 그 남자가 초혼인 것으로 믿고 결혼했다. 나중에 이혼사유가 되어 이혼은 되었지만, 남자가 사기죄가 성립되는 것은 아니다. 결혼정보회사는 남자를 상대로 위계에 의한 업무방해죄로 형사고소를 했지만 검찰에서는 남자에 대해 무혐의결정을 내렸다.


철수는 구속되어 재판을 받고 있는데 영희는 집을 나가 소식을 끊어버렸다. 영희의 입장은 곤란했을 것이다. 결혼한 남편은 사람을 죽인 죄로 구속되었고, 남편이 죽인 피해자는 자신의 연인이었다. 가해자와 피해자인 두 남자와 몸을 섞었던 영희는 두 사람 사이에 벌어진 비극에 대해 할말이 없었다. 두 남자의 신세를 동시에 망쳐놓은 것이다. 한 사람은 구속되고, 한 사람은 세상을 떠났다. 그래도 정상이라면 영희는 남편의 면회를 다니고 뒷바라지를 했어야 한다. 그게 인간의 도리다. 그러나 많은 사람들이 상황이 어려워지면 인간으로서 해야 할 도리를 포기하고 마는 경우가 있다.

 

철수는 영희에 대해 느꼈던 분노로 인해 밤에 잠을 자지 못했고 식사도 제대로 하지 못했다. 더군다나 구속된 상태에서 누구에게 그 분노를 폭발시켜야 좋을지도 몰랐다. 누구를 미워한다는 것은 결국 자신에게 그 화가 다 돌아온다.


누구를 미워해서 피가 뜨겁게 타오르면 자신의 건강만 해치게 된다. 심장만 나쁘게 만들 뿐이다. 영희를 죽일 수도 없다. 갇혀 있으니 영희를 만날 수도 없다. 죽이겠다고 편지를 쓰면 검열에도 걸릴 뿐 아니라 협박죄가 되어 더 무겁게 처벌될 것이다. 철수는 밤새도록 영희의 그 뻔뻔한 얼굴과 표정, 음성을 떠올리며 괴로워했다.


철수는 어떻게 해야 하는가? 결국 영희를 용서해 주어야 한다. 용서 이외에 다른 방법이 없기 때문이다. 물론 영희에게 넘겨준 재산은 돌려받을 방법을 강구해야 한다. 철수의 자식들이 있고, 철수도 살아야 하기 때문이다. 그런 배신자에게 재산을 넘겨주어 잘 살게 만드는 것도 정의롭지 못한 일이다. 다른 사람을 용서해 주는 것은 자기 자신이 살기 위해서다.


'아무에게도 악으로 악을 갚지 말고 모든 사람 앞에서 선한 일을 도모하라(로마서 12:17)' '내 사랑하는 자들아, 너희가 친히 원수를 갚지 말고 진노하심에 맡기라. 원수 갚는 일이 내게 있으니 내가 갚으리라고 주께서 말씀하시니라. 네 원수가 주리거든 먹이고 목마르거든 마시우라. 그리함으로 네가 숯불을 그 머리에 쌓아 놓으리라. 악에게 지지 말고 선으로 악을 이기라(로마서 :19~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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